햇빛이 잎사귀들을 통과할 때 생겨나는 투명한 연둣빛이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특유의 감각이 있다. 식물과 공생해온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리라짐작되는, 거의 근원적이라고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이다. - P95
미스김라일락에 연둣빛 잎이 돋았다. 6·25 때 파병되었던 미국 군인이 이 관목을 한국에서 가져가, (아마도) 인연이 있는 여인이었을 ‘미스 김‘이라는 이름으로 학명을 붙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토종 라일락은 나무가 아니라 관목인 거다. - P102
불두화와 단풍나무가 마치 시합을 하듯 키가 자란다.간밤에는 불두화가 조금 더 자랐다. 낮에는 햇빛을 먹고밤에는 자라나 보다, 식물들은. (사람 아이들처럼.)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