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요. 하나 이상은 건강에 좋지 않아." - P35

가정환경 조사서에 어머니의 직업을 사업, 이라고 쓴 것이 화근이었다. 사업이라니, 당시 어머니는 시장 바닥에서 싸구려 양말을 팔고 있었다. - P35

"보라색 라일락을 한 무더기 꽂으면 예쁠 것 같아서 사봤어요.
받아주세요." - P37

"저기, 저분, 어머니 맞지? 나는 안진진 엄마예요, 하고 아주 쓰여 있는걸 뭐." - P39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와 똑같은 거짓말을 어쩌면 결혼할지도 모를 남자에게 느닷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먼저버리고 말았다. 그 유명한 4월 1일 만우절, 밤 아홉시 이십분에이 거짓말....... - P40

아버지의 삶은아버지의 것이고어머니의 삶은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한번도 어머니에게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예의에 벗어나는질문임에 틀림없으니까. - P42

세상에, 조직이라고? 아니, 조직의 보스라고? - P48

진모가 나 못지않은, 아니, 나를 훨씬 능가하는 문제아로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나는 그 애의 삶에 참견하지 않았다. 진모의 삶은 진모의 것이었고 진진이의 삶은 진진이의 것이었다. - P51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준비하지못한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 P51

"누나는 연애를 해봤어?" - P53

진모, 불현듯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런 다음 허공을 향해 헛웃음을 날린다. 이 일련의 동작들은 정확하게 최민수를 표절하고 있다. 이젠 거의 자유자재다. 연습이란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나는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모, 점잖게 입을 열었다. - P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는 쇠퇴하여 애석하게도 선구자의 영광은 다음세대의 거름이 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이 가랑비에흠뻑 젖은 연노랑 버들잎의 사랑스러움은 어떠할까. - P157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떤 힘에 의해 갑자기 붕괴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발밑의 계곡을 내려다보니 섬뜩할 정도로 깊었다. 뒤를 돌아보자 절벽의 단풍은 비단에 수를 놓은것 같았다. - P140

요새 삼나무 모양이라고 해도 그 뜻이 통하는 경우가 적어졌다. 삼나무 모양이란 우뚝 솟은 삼나무처럼 윗부분은 뾰족하고 아랫부분은 넓게 만들어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 모양을 일컫는다. - P145

차곡차곡 쌓은 것은세월과 나이뿐인데 그것은 내 의지로 쌓아온 것이아니라는 쓸쓸함이 있다. - P147

작년 8월 12일 사쿠라섬에 갔다. 목적은 단 두 가지, 재와 토석류(石流)를 보고 싶었다. - P150

그런 생각을 하자 괜히 재를 직접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때 정말 매력적인 사진을 보았다. 나무도 풀도인가(家)도 없고 휑하니 넓은, 묘한 적막감이 감도는 장소에 남자가 홀로 우산을 쓴 채 서 있는 사진이었다. 비가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를 우산으로 막는 광경을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자 직접가서 봐야만 수긍할 수 있을 듯싶었다.
토시라 -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쿠 삼나무는 대체로 줄기 표면이 울룩불룩, 울퉁불퉁하지만 조몬 삼나무는 그 경향이 특히 심해서 줄기 전체가 크고 작은 혹들로 잔뜩 뒤덮여 있다. - P88

그런데 조몬 삼나무를 직접 보면 그 상식을 초원하는 장수를 수긍할 수 있다. 나무 형태도 이상하고 충격적이며, 수령도 섬뜩한 박력으로 다가온다. - P89

. 접하기 어려운 삼나무를 만나면서 첫번째는 나쁘게 봤지만 두 번째는 좋게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안도했다. 조몬 삼나무는 역시 최고 중의 최고로 매우 수려한 풍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풍치면에서는 대왕삼나무에 밀린다. - P91

삼나무에 대해 배운 적이 없거니와 다른 곳의 삼나무를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지식과 경험이 없는이에게 남은 방법은 몸으로 부딪치는 길뿐이다. - P93

그런데 이 부족함이 성장에 또 큰 도움이 된다. 영양이 부족하면 온갖 질병의 근원인 나쁜 균이 살지못한다. 영양이 부족한 대신 병균도 없이 청결하고,
삶이 가난해도 굳세게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귀가 따끔거린다. 아무튼 야쿠 삼나무는 풍족한환경에서 자란 나무는 아니라고 한다. - P95

종이 다르냐고 물어보자, 그런 애교 있는 녀석도 있다는 대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왔다. - P97

그러나 밑동 주변을 보면, 수분을 잃고오그라든 자그만 껍질 조각들이 살그머니 먼지로변하려 하고 있어 애처롭다. 역할을 마친 후의 모습에는 미추를 넘어 마음 끌리는 매력이 있다. - P105

가을에는 저 상태에 화려한 의상을 걸칠 정도이니 알몸에 품격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알몸도 화려해 미적 감각이 좋은 나무였다. - P115

여기서 말하는 나무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나무가 아니라 잘려서 목재로 쓰이는 나무를가리킨다. 나무는 나무로서의 생명과 목재로서의 생명이 있는데 나무일 때가 첫 번째 생이라면 목재가된 후에는 두 번째 생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 P118

그런데 좀 더 다른 표현은 없어요? ‘나무가 죽은것‘이란 표현은 왠지 유치해요."
"음.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 말이 제일 정확한 것같거든."
딱 부러진 대답이었다. - P1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달리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득 이마에 빗방울이 닿았다. 그리고 곧바로 볼에도, 콧잔등에도,
일초 간격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처마를 길게뺀 상점들이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처마 밑으로 비를 피했다. 느닷없는 비를 만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했다. 그때까지 내가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 P25

"만우절이라고 의사들까지 거짓말하면 됩니까?" - P27

"한꺼번에 주신 자식이니까 보낼 때도 한꺼번에 보내야지요. 거짓말처럼 오늘 깨끗하게 치워버리기로 했습니다." - P27

이모 말대로 이모부는 몹시 심심한 사람이었다. 이모도 그런 뜻으로 말했겠지만 심심하다는 것은 사람이 싱겁다는 뜻이 아니라모든 일에 예외가 없어서 언제라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수한 별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빛을 발한다 이밤이 지나면 신념을 가지고 거리에서 신년을 맞은 멍청한정치인들처럼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 - P44

갯벌 묻은 양동이만 한 내 세계에뭐가 뒤덮여 있는 줄 모르고 - P47

꿰맨 흉터 가리려고소매를 잡아 늘리는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

누구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쉴 새 없이 말을 하는 밤이다 - P55

엉겨 떨어지지 않던 수만 가지 기분은꿀처럼 점성력을 가지고 있다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