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겪은 시를엮으며

‘인생‘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말이다. - P6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과 연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 아래로 쌓여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 P7

출생 이후 그는 제 인생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완전연소의 방식으로 살아냈다. 천장을 향해 뉘어진 몸을 스스로 뒤집었고, 곧이어 두 팔로 포복하기 시작했으며, 어느 날엔 허리를 세워 앉더니, 마침내 벽을 짚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인생은 불쌍한 것이지만 그래서 고귀한 것이라고 () 말하는 아주 작은 사람, 그런 그가기루어서 나는 이 책을 엮는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모 아까 전화 잘못 걸었어요?" - P66

"아, 그게 쿠바였구나, 페루 아니고."
은하는 아차 싶었지만 지민은 그런 게 중요한 사람이아니니까 부끄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응, 구원이 있긴 있었더라고." - P63

‘알면 얼른 나와 방영시간 앞당겨져ㅆ어.‘
마음이 급해 은하는 오자까지 냈는데 정작 태만은 한참 뭔가를 입력하다가 ‘이제부터는 저도 영혼 있는 방송하려고요^^;‘라고 답했다. - P61

"근데 그 참가 신청을 어떻게 국장부터 아냐고요."
지민은 분명 내막이 있다고 확신하는 눈치였지만 절차상 막을 도리도 없어서 나중에는 자기 혼자 삭였다. - P47

"그렇지, 그러면 안 되죠." - P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혹시, 곽 선생 딸이에요?"
그러자 토끼처럼 눈이 커진 그녀가 선숙 앞으로 몸을 들이밀며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 아빠랑 닮은 구석이 없는데…………."

"그래서 낮에 찾아올 수 있었군요. 평일에 직장인이면 오기가 그럴 텐데."
"사실 먼저, 저희 아버지가 선생님께 제 이야기를 하셨다는 데 놀랐어요."
"선생님 말고, 그냥 오여사라고 불러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흔한 사람으로. - P1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내게 위로를 건넸다. 내가 당신의 슬픔을 다 이해한다거나 내가 가진 슬픔에 비하면 당신의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신, 당신의 슬픔을 내가똑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당신이 혼자라고느끼지는 않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어,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곧 꺼질 것 같은 촛불처럼 위태롭고시도 때도 없이 마음이 사나워지던 계절들을 통과해올 수있었다. - P133

똑같은 형태의, 똑같은 무늬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뻔하고재미없는지. 새로운 것들은 멋쟁이 친구처럼 세련됐지만,
시간을 버텨낸 것들은 과묵한 친구처럼 듬직하다. - P1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