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말 믿었어?"
지민이 내게 물었다.
"당연히, 믿었지."
"난 안 믿었어." - P34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지." - P33

"그런 말을 했어?"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 P32

그즈음 그는 카지노에 빠져 있었다. - P20

이 이야기 들어본적있어?"
은정이 물었다 - P62

"그때 섬으로 가는 배가 보였대요. 그래서 거기가 끝이 아니구나 싶어 그 배에 올라탔다네요."
김선생의 말에 정현이 대답했다.
"까지 가려고 했던 모양이군요." - P59

도로에는 눈이 녹아 있었다. - P55

"그럼 이 섬에 와서 꿈을 이룬 셈이네요.‘
"그런 셈이죠."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하철역에서 "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돌아보았다. 아가씨라는데 돌아볼 나이는 아니지만, 그냥 소리가 나니 돌아봤을 뿐이다. 나를 부른게 맞았다) 아주머니와눈이 마주쳤다. 똥 씹은 얼굴로 내 얼굴을 본다. 나보다 몇살 더 많아 보이지도 않는 아주머니는 민망하도록 나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상왕십리 가는 지하철 어디서 타요." - P31

각설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대로,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친구한테 돈을 빌려주어서 좋은 결과로끝나지는 않았다. 친구의 짐을 나눠 들 수야 있지만, 짐을떠맡긴 채 연락 없는 친구를 계속 친구라고 생각할 만한 아량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었으니 이자는 톡톡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 P23

번역하다 후지산 이마(富士類)라는 말이 나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이마 가장자리가 후지산봉우리처럼 생긴 것을 후지산이마라고 한단다.
후지산 봉우리라면 ‘M‘자처럼 생긴 것?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다.
그랬다…………. 그것은 ‘M‘ 자 이마, 내 이마였다.
낫 놓고 기역 자 검색했어. - P91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오조오억 명이더라도 나는 누군가가 싫어하는 오조오억 명에 들어가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 - P85

대부분 편집자가 퇴사 메일을 보낼 때, 공통적으로 하는말이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 당분간 쉬기로 했어요. 그만두는 사연은 각자 다를 텐데 전부 자기 몸 탓으로 돌린다.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들. 매뉴얼이 있는지 친한 편집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2주 전이면 이미퇴사가 결정된 상황일 텐데 출판사에 관한 이런저런 물음에 단 한 마디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어린 편집자,
참 기특하다. - P81

번역 의뢰를 받고 편집자를 만났다. 초면이다.
처음 만나도 오래 만난 사람처럼 수다를 잘 떠는 게이아줌마의 특징이다. 그래서 편집자는 진짜 오랜 지인처럼 느껴졌는지, ‘사실 말이죠‘ 하고 운을 뗀다.
"사실 말이죠. A선생님한테 의뢰했는데 시간이 안 맞는다고 하시고, B선생님한테 의뢰했더니 안 한다고 하셔서 세번째로 선생님한테…………"
A, B선생님 다음에 내 이름을 떠올려 주어서 고오맙습니다. - P75

"어………어………" 하며 생각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그동안번역한 수많은 작가 이름이 빙글빙글 떠돌았다. 이 작가는아실까, 저 작가는 아실까, 생각하다 결국 모를 수가 없는작가 이름 하나를 겨우 말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도 좀 했고요………… - P39

견명도 제천인데 눈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잃어버린 이작은 노견한테 무조건 오래 살길 바라는 건 사람의 욕심이겠지. 그저 남은 견생, 아프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너의 눈이 되고 싶다.
나무야. - P1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차가운 돌 위에 올리는 꽃을, 사실 우리 자신에게도 주어야 한다. 꽃에서 서서히 물기가 마르고,
꽃잎이 열 장에서 두 장, 한 장이 될 때까지 바라보는일을 우울하거나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이것을 평화로운 저녁 인사로 주고받을 수 있으면좋겠다. - P163

매일 산책하는 사람들은 자연이 돌연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봄은 존재했다. 흙이 부풀어 올랐고 나무줄기의 색이 바뀌었다.
벌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고양이들의 소요가 길어졌다. 동그란 물방울을 입안에서 굴리듯 지저귀는 새가숲에 새로 왔다. 봄은 단서들을 한껏 뿌리고 다녔건만,
도시의 건물 안에서는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 P147

창문을 더는 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의 유년은끝이 났다. - P131

늘창문 안에서 바깥을 엿듣고 엿보기만 한 건 아니다 가끔은 나의 이야기책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 P131

나에게는 하나의 창문이면 충분하다.
이해하고, 느끼고, 침묵하는 순간의 창문 하나 - P130

문학은 결국 문과 창문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나보다. 단단한 벽을 뚫어 통로를 내고, 거기 무엇을 드나들게 하고, 때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고, 안에서 밖을 밖에서 안을 살피는 일. - P111

이제 나는 가진 것 중 가장 단단한 나무를 재단하고, 사포질을 하고 있다. 이것으로 다시 길고 긴 계절의틈을, 하룻밤의 간격을 메워볼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 P1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울한 망고들을 사 온 초저녁이었다. 나는 퇴근길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는 지루할 정도로 바뀌지 않았고, 눈앞의 과일 트럭이나 구경할까 하다가 트럭이 사과나 배나 대추가 아닌 망고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75

그렇다고 대답하자 언니는 그럼 자신과 같이 지내지 않겠냐고 물었다. - P76

휴지로 눈물을 닦아 주려 했지만 남자의 눈물은 일반적인 눈물과 달리 송진처럼 끈적끈적했고, 나는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와 닦아 주어야만했다. 하필이면 나는 슬픔에 잠긴 사람들에게 약했다. - P79

그날 밤에는 어수선한 꿈을 꾸었다. - P81

수진, 미안하지만 지금 나오는 이 노래는 내 취향이아니야. 중얼거리게 된다. - P87

영화 속에서 패트와 매트는 바비큐를 해 먹으려다 집을 태웠고 준비한 닭고기는 환풍구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가 창문 밖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웃었다. 울어도 될 법한 상황들이었지만 자꾸만 웃음이 났다. 집이 불탔어도 바비큐가구워져서 행복한 패트처럼 부서진 침대로 해먹을 만든매트처럼.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두 번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서너 명의 관객들이 들어왔다. - P103

언니도 정상은 아니네. 여자애는 거울을 보며 긴 머리를 매만졌다. 머리 정돈이 끝난 다음 여자애는 내게 인사했다. 다음에 또 봐요. - P1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1999년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 P9

예언가들이 저마다의 성장배경과 지적능력에따라 1999년을해석했듯이 우리도 각자만의 1999년을 경험했다. - P11

하지만 다행히 지민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대답을 했다. 둘이 있을 때와 달리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자기를 잘드러내지 못하는 게 지민의 성격이었다. - P13

"이게 뭐죠? 당황스럽네. 줄거리가 꼭 미래를 예언하는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무슨 미래를 예언해?"
외삼촌이 물었다.
"올 여름방학에 우리도 동반자살을 할 계획이거든요."
나와 외삼촌은 동시에 지민을 쳐다봤다. - P17

그 마지막 문장이 내 마음에 와서 박혔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P19

그리고 놀란다. 이토록 놀랍고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만났던 것인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둘은 오랜 잠에서 번쩍 눈을 뜬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처음 서로를 마주봤을 때와마찬가지로 그리고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흐르고, 이제 세번째삶이 시작된다. - P23

"과거는 제가 분명히 겪은 일이지만, 앞으로 이 친구와 결혼한다는 건 가능성일 뿐이잖아요." - P29

"뭐라고 했는데?"
"신은 그냥 붙인 이름일 뿐,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물질적인 몸이 없는 집단적 의식으로, 미래에서 왔습니다." - P33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1999년에 내게는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미래를 기억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과 일어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P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