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돌아보았다. 아가씨라는데 돌아볼 나이는 아니지만, 그냥 소리가 나니 돌아봤을 뿐이다. 나를 부른게 맞았다) 아주머니와눈이 마주쳤다. 똥 씹은 얼굴로 내 얼굴을 본다. 나보다 몇살 더 많아 보이지도 않는 아주머니는 민망하도록 나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상왕십리 가는 지하철 어디서 타요." - P31

각설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대로,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친구한테 돈을 빌려주어서 좋은 결과로끝나지는 않았다. 친구의 짐을 나눠 들 수야 있지만, 짐을떠맡긴 채 연락 없는 친구를 계속 친구라고 생각할 만한 아량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었으니 이자는 톡톡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 P23

번역하다 후지산 이마(富士類)라는 말이 나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이마 가장자리가 후지산봉우리처럼 생긴 것을 후지산이마라고 한단다.
후지산 봉우리라면 ‘M‘자처럼 생긴 것?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다.
그랬다…………. 그것은 ‘M‘ 자 이마, 내 이마였다.
낫 놓고 기역 자 검색했어. - P91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오조오억 명이더라도 나는 누군가가 싫어하는 오조오억 명에 들어가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 - P85

대부분 편집자가 퇴사 메일을 보낼 때, 공통적으로 하는말이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 당분간 쉬기로 했어요. 그만두는 사연은 각자 다를 텐데 전부 자기 몸 탓으로 돌린다.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들. 매뉴얼이 있는지 친한 편집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2주 전이면 이미퇴사가 결정된 상황일 텐데 출판사에 관한 이런저런 물음에 단 한 마디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어린 편집자,
참 기특하다. - P81

번역 의뢰를 받고 편집자를 만났다. 초면이다.
처음 만나도 오래 만난 사람처럼 수다를 잘 떠는 게이아줌마의 특징이다. 그래서 편집자는 진짜 오랜 지인처럼 느껴졌는지, ‘사실 말이죠‘ 하고 운을 뗀다.
"사실 말이죠. A선생님한테 의뢰했는데 시간이 안 맞는다고 하시고, B선생님한테 의뢰했더니 안 한다고 하셔서 세번째로 선생님한테…………"
A, B선생님 다음에 내 이름을 떠올려 주어서 고오맙습니다. - P75

"어………어………" 하며 생각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그동안번역한 수많은 작가 이름이 빙글빙글 떠돌았다. 이 작가는아실까, 저 작가는 아실까, 생각하다 결국 모를 수가 없는작가 이름 하나를 겨우 말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도 좀 했고요………… - P39

견명도 제천인데 눈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잃어버린 이작은 노견한테 무조건 오래 살길 바라는 건 사람의 욕심이겠지. 그저 남은 견생, 아프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너의 눈이 되고 싶다.
나무야.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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