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차가운 돌 위에 올리는 꽃을, 사실 우리 자신에게도 주어야 한다. 꽃에서 서서히 물기가 마르고, 꽃잎이 열 장에서 두 장, 한 장이 될 때까지 바라보는일을 우울하거나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이것을 평화로운 저녁 인사로 주고받을 수 있으면좋겠다. - P163
매일 산책하는 사람들은 자연이 돌연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봄은 존재했다. 흙이 부풀어 올랐고 나무줄기의 색이 바뀌었다. 벌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고양이들의 소요가 길어졌다. 동그란 물방울을 입안에서 굴리듯 지저귀는 새가숲에 새로 왔다. 봄은 단서들을 한껏 뿌리고 다녔건만, 도시의 건물 안에서는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 P147
창문을 더는 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의 유년은끝이 났다. - P131
늘창문 안에서 바깥을 엿듣고 엿보기만 한 건 아니다 가끔은 나의 이야기책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 P131
나에게는 하나의 창문이면 충분하다. 이해하고, 느끼고, 침묵하는 순간의 창문 하나 - P130
문학은 결국 문과 창문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나보다. 단단한 벽을 뚫어 통로를 내고, 거기 무엇을 드나들게 하고, 때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고, 안에서 밖을 밖에서 안을 살피는 일. - P111
이제 나는 가진 것 중 가장 단단한 나무를 재단하고, 사포질을 하고 있다. 이것으로 다시 길고 긴 계절의틈을, 하룻밤의 간격을 메워볼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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