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어냐?
당신을 두고 가는 거라고 대답했을 때 아, 우리는멍들었네 이런 간단한 답은 이 가을을 매장한 삽만이 알 수 있었네 시체를 부검하는 칼은 초승달처럼섬뜩하게도 가늘었네 - P115

너 없이 희망과 함께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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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5남매 중 셋째예요. 가족 안에서 존재감이 강하기 어려운 위치죠. ‘너라도 평범히, 너라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내내 들었어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평범하게 자랐어요. 내면에는 반항기가 있었고요. 독립을 해야만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사업을 하셨는데, 잘될 때와 안 될 때 기복이 아주 컸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외환위기(IMF)가 터졌고, 친구들 집이 그 타격으로 쓰러지는 걸 보아야 했어요. 이때 경험이 트라우마로남아서 내 앞가림은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과도하게 한 것같아요. 이 트라우마는 지금도 이겨내는 과정 중에 있고요. - P247

그림책 시장은 다른 도서 시장에 비해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요. 30년 전 베스트셀러가 여전히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시장이에요. 저는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있고, 엄청나게 많이 그려보고 버리는 식으로 작업해요. 무척성실한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그림책 출판과 속도가 맞아요 - P249

저에게 야성은 ‘일상의 작은 다름과 축복을 감지하는 감성‘에 가까워요.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한 편에푹 빠져서 두근거렸다 아팠다 기대했다 포기했다 안도하는경험조차도 야성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어요. - P257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 항상 인생이채워질 거라고 기대하지? 가면 오고, 오면 가고, 비워지면 채워지고, 채워지면 비워지는 게인생인데 왜 마이너스의 순간을 받아들이는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 - P271

독자로서 작가님이 좋아하는 그림책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나요?
글은 이렇게 말하고 그림은 저것을 보여주지만, 독자는 다른것을 생각할 수 있는 책. 눈에는 보이지 않는 뒤편을 건드리는그림책을 좋아해요. - P283

아무리 그려도 잘 풀리지 않는 장면이 생기면 고전을 찾아보는데요, 그러다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저와 통하는 작품을만나면 뭔가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기뻐요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서 표식을 해두어요 고전을 차용하는 것이 그들의 생각을 공짜로 빌리는 것처럼 보여서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에게 남몰래 문안 인사를 올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 P293

인간의 아이러니를 관찰하고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 P298

분노-부끄러움-무력감의 사이클을 뱅뱅 돌다가 머리가 터질 것같아서 책으로 도망갔다.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에나온 문장 ‘모순을 자기 안에 품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지닌것만이 살아 있을 수 있다‘에 위안을 얻고, 정희진의 《혼자서 본영화>(교양인)에서 ‘평화는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과 모순을정리하지 않고 견디는 힘‘이란 문장을 발견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 P299

그림책 속 판타지에 이입해 나의 오늘과 주변의 현실을 비추어보고,
점검하고, 위안을 얻은 시간이 꽤 길었음에도 마음 한편에서는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났기때문이다. 성인이 ‘어린이 도서‘를 탐닉하는 것은 퇴행이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미성숙한 수단이라고.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순문학‘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깊이가 부족하지 않냐고.
질문이 생겼다. 정말 환상은 현실보다 열등할까? 그림책과아동문학이 보여주는 환상의 세계는 특정 생애주기에만 유효한수준 낮은 눈속임일까? 판타지를 잃어야만 진지한 어른이 될 수있을까? - P306

교보문고에 가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그 10분 동안 제가 까르르 웃었어요. 옆에서 애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요. 그 무렵 그렇게 크게 웃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깜짝 놀랐지요.
얇은 책 한 권이 염세적인 생각 속에 빠져 있던 사람을 웃게 했잖아요. 그 순간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라는 꿈이 생겼어요. - P316

그림책은 한번도 권력을 가져본 적 없는 존재(어린이)를 심장에품은 매체다. 한 인간의 가장 취약한 시절을 지키는 책이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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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버릇처럼 일상을 여행하듯 살고 싶다고 되뇐 적이 있다. "내가원하는 것은 일상적 경험의 차원에서 이건 의자고 저건 식탁일뿐이라고 느끼는 동시에 이건 기적이고 저건 희열이라고 느끼는거야"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 속 문장처럼. 나이를 먹고경험이 늘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새록새록 유지하고싶었다. - P242

하지만 처음에는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던 많은 것들이 오래 곁에두면 시간과 함께 서서히 채도가 낮아졌다. 가장 가깝고 익숙한순서대로 빛을 잃었다. 당혹스러웠다. 자주 다짐했다. 일상의 권태에지지 말자! 소박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사람이 되자! 하지만정확히 무엇을 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몰랐다. 특별 이벤트로가득한 타인의 삶이 사방에서 번쩍일 때, 어떻게 하면 나의 사소함에
‘시시함‘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을 수 있을까?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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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은 명제가 떠올랐다. "연민은 쉽게 지친다." - P96

네 번째에, 그다음엔 다섯 번째에. 그렇게 생을 통해 "연민은 더디게 지친다"는 명제를 만들어가고 싶다. - P96

가진 자들이 얼마나 더 소유했는지에 분개하지 않는 나는,
덜 가진 이들이 나만큼이나마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위해 무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을 놓지 않으려 한다. 말하자면 그건 ‘만족한 자‘의 윤리적 책무가 아닐까. 이를 저버리는 순간 나는 물욕 없음을 내세우며 안빈낙도 운운하는 배부른 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 P100

약자를 동정하는 데 그치게 만드는 ‘분노 없는 연민‘은 문제의 원인으로 악인을 지목하고 그에게 분노를 터뜨림으로써손쉽게 정의감을 얻는 ‘연민 없는 분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룰 것이다. 그럼에도 난 이 ‘미담‘에 냉소할 수 없었다. - P103

그들 중 누군가에게 이기심이나 결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가 삶의터전에서 쫓겨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가 지키려고 했던것이 집 한 채였든 철거투쟁의 대의였든 그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서는 안 되며, 감옥에 보내서는 안 되고, 전과자로만들어선 더더욱 안 된다. 선한 사람만 공권력의 피해자가될 ‘자격‘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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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답했다, 노래하던 것들이 떠났어그것들, 철새였거든 그 노래가 철새였거든그러자 심장이 아팠어 한밤중에 쓰러졌고하하하, 붉은 십자가를 가진 차 한 대가 왔어 - P111

빛을 집어먹는 무언가가 봄저녁에 꽃잎을 지게 하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은 쉴새없이 운다 - P109

하얗게 남은 인간과 짐승의 뼈가 널린 황무지
자연을 잡아먹는 것은 자연뿐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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