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사를 하고 재빨리 집에 들어와 유리창너머로 희를 봤다.
희는 내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골목에서 기다렸다가길고 가는 다리로 성큼성큼 되돌아갔다. 나는 희의뒷모습을 보면서 유리창에 괜히 ‘안녕‘을 적었다.
015B, 신승훈, 윤상, 이승환의 감성으로, 수목드라마미니시리즈에서 보고 배운 대로 입김을 호~ 불고‘안녕’이라고 쓰면, 글자 너머로 희가 사라졌고, 희가사라진 골목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내일 또 볼 거면서. 내일 보면 다시 ‘안녕‘, 손을 흔들며인사할 거면서.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나 아렌트는 활동적 삶Vita activa』이라는 책에서 사색적삶을 우위에 놓는 전통적 입장에 맞서 활동적 삶의 가치를 복구하고 그 내적 다양성을 새롭게 표현하려고 시도한다. 그녀의 견해에 따르면 활동적 삶은 전통적으로 단순히 조급함,
nec-otium, a-scholia"로 부당하게 폄하되어왔다. 그녀는활동적 삶을 행동의 우위와 연관 지으면서 새롭게 정의하고,
그러면서 스승인 하이데거와 마찬가지로 영웅적 행동주의를열렬히 옹호한다. - P37

면역학적 패러다임은 세계화 과정과 양립하기 어렵다.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이질성은 탈경계 과정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면역학적으로 조직화된 세계는 특수한 공간구조를 지닌다. 그것은 경계선, 통로, 문턱, 울타리, 참호, 장벽으로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보편적 교환과 교류 과정을 가로막는다. - P15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 P11

우울증에 관한 에랭베르의 이론 역시 성과사회에 내재하는시스템의 폭력을 간과한다. 그의 분석은 대체로 심리학적이며, 정치적·경제적 관점은 찾아볼 수 없다. - P1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년 7월 6일, 아시아나항공 214편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착륙중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세 명이 숨졌다. 삼백 명이 넘는 탑승자를 태운 비행기가, 꼬리와 엔진이 떨어져나가는 대형사고에도 세 명밖에 숨지지 않았다는 건 천행이다. 비행기는자동차에 비해 훨씬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을 쓰는오늘 하루만 해도 경남 진주에서 승용차 두 대가 충돌해 네 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두 명이 다쳤다. 그런데도 미국을 비롯차 저 세게 어로들은 매일같이 이 사고를 보도하고 있다. - P53

정치인들은 기차의 파멸을 막고 있는 게 자기들이라고 생각하죠.
천만의 말씀. 나 같은 장사꾼들 덕분에사람들이 폭력 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자발적으로 나누게 되는 거죠.
평화? 그건 장사꾼들이 만드는 거예요. - P35

누군가에겐 선택의 여지 없이 닥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가누군가에게는 선택 가능한 쿨한 옵션일 뿐인 세계. 세상의 불평등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 P31

길이런 세계에서 어떻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지킬 것인가. - P15

여기는 전주의 한 호텔방. 도시는 지금 영화제가 한창이다. 영화제에는 감독과 배우와 제작자와 그 밖의 영화 관계자들이모여든다. 나와 같은 문인은 관객으로나 올까, 공식적으로는올 일이 거의 없는 자리다. 그런데 올해는 전주와 나의 인연이깊다. - P132

"잠깐만. 감독의 전작 제목이 ‘엄마는 창녀다‘라고요?"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불길한 조짐을 감지하고 열심히 이상우 감독을 옹호했다. 나는 단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엄마는 창녀다‘ 같은 제목을 감당하려면 얼마나 대단한 영화여야 할까.
<엄마는 창녀다> 감독이 선택한 작품이 뭐라고요?"
비상구요."
뭔가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상」를처음 발표할 때의 기분을 오랜만에 연상시켰다. 아슬아슬하고위험한 장난에 뛰어들 때의 기분이랄까. - P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겁도 없이 그 나무에 올라가기만 했단 봐,
시도라도 하기만 해, 그럼 바보들 병원에가게 될 거야, 다른 병원은 아니더라도.
그들이 내게 말했지.
내 나이를 고려하면,
그건 온당한 충고였어. - P93

어쩌면 당신도 이해할 거야하늘이 아닌무언가에게, 혹은 누군가에게그것에 대해 말하거나 노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P67

혹은, 바이올린과 인간의 몸이 벌이는최고의 사랑놀음. - P39

그는 나무 아래 누워, 그늘을 핥고 있었어.
안녕 또 만났네, 여우, 내가 말했어. - P31

만약에 내가 수피교도라면 분명 돌고돌고도는 수피춤을 추고 있겠지. - P29

아침에 바닷가로 내려가면시간에 따라 파도가밀려들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지내가 하는 말, 아, 비참해,
어쩌자나 어쩌면 좋아? 그러면 바다가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 P17

아침의 부활.
밤의 신비.
벌새의 날개.
천둥의 흥분폭포의 무지개.
들갓, 들판의 그 거친 광휘.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선해지거든 우리 도시락 싸가지고 공원에 가요. 나는 팥빙수에 들어 있는 인절미를 골라먹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의 손에 내 손을 가볍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요. - P27

어떤 날은 그 주황색원뿔들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내겐 화풀이를 할 상대가 없었다.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오면 받지 않으리라. 나는 휴대폰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어놓았다. - P23

45아빠는 엄마를 새마을호 기차 안에서 만났다. - P171

암튼 딸과 아들은 그뒤로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을 차리기 귀찮아서 남편의 제사상에 올릴 생각으로 아껴두었던 곶감을 꺼내 먹었다.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섭섭해하지 마. 이젠 내 밥 챙기기도 귀찮으니까." 나는 허공에 대고말을 했다. - P117

다시 그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서너 달이 지난 뒤였다. 생일날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는데 실패하고말았다. 한 달 주문이 일곱 건밖에 되지 않았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정수리 주변으로 동그렇게 탈모가 진행되어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