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눈이 번쩍 떠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이 증상이 처음 발현한 것은 십여년 전, 파리에서였다. 태어나서 처음 마련한 나의작은 집, 아니 작은 방에서. - P154

떠나기 좋은 불면의 밤, 이제 나는 활자를 밟으며뉴욕으로 간다. 지금 내게 책은 길이다. 잠 못 드는도시, 인섬니악 시티로 향하는 길. - P156

창밖의 풍경은 하나도달라지지 않았는데 내게는 없던 이야기가 찾아왔고,
그 이야기 안에서 나는 조금씩 그 너머의 삶을 살아볼수 있었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창조된 인물들을통해서 낯선 이들의 감정을 대신 느껴보기도 했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혼자서 이상한 우정을 키우기도했다. 시야가 아주 조금 넓어졌다. 경계가 확장됐다.
타인의 삶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이 창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어난 변화였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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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미래를 고대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생각될 때도 때론 있다. 그럴 땐 허리를 펴고 서서 미래의 길이를 조금 더 늘려본다. 한 시간의 미래, 두 시간의 미래, 그것도 아니라면 하루라는 미래. 이제 민준은 통제 가능한 시간 안에서만 과거,
현재, 미래를 따지기로 했다. 그 이상을 상상하는건 불필요하다고느낀다. 1년 후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를 알 수 있는 건 인간능력 밖의 일이니까.
리고 - P279

다시 인사를 하고 뒤돌아 나가는 승우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그가 문을 열고 나가자 영주가 힘이 쭉 빠진 듯 의자에 털썩않았다. 민준은 그런 영주 옆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 P289

"영주야."
"응."
"그땐 미안했어." - P298

어쩌면 지금껏 눌러두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기에 여전히 그녀 안에 그 모든 것이 고여 있는지도 몰랐다. 앞으로는 흘려보내야 할 것이다. 다시 얼마간 울어야 한대도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게 과거를 흘려보내고 또 흘려보내다 이젠 과거를 떠올려도 눈물이 나지 않게 될 무렵이 되면, 영주는 가볍게 손을 들어 그녀의 현재를 기쁘게 움켜쥘 것이다. 더없이 소중하게 움켜쥘 것이다. - P301

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기는 해요.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다.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된다.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
시 기대 ㅇ머 게어요 - P307

"왜 연애하기에 좋은 상대가 아닌데? 똑똑하지, 농담도 잘하지.
사람 마음 편하게도 해주지, 또 잘난 척은 좀 잘해? 이것도 몰라요,
저것도 몰라요,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매력적이야, 그거!" - P337

휴남동 서점을 운영하면서 영주는 늘 테스트셀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곤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 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번 테스트셀러에 오르면 계속 베스트셀러로 남는 현상이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라는 존재가 다양성이 사라진 출판문화를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 P357

그러다가 책을 덮고는침대에 누울 것이다. 영주는 하루를 잘 보내는 건 인생을 잘 보내는것이라고 어딘가에서 읽은 문구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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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 엄마는 민철이가 주로 언제 서점에 들르는지 파악한 끝에평일 이른 오후나 토요일에 서점에 들렀다. 독서클럽 리더를 맡은이후로는 영주에게 물어볼 것이 많아 이틀에 한 번 꼴로 서점을 꼬박꼬박 찾았다. - P239

"다들 바쁘게 살잖아요. 사람들 다요."
"넌 안 그러잖아."
"저는 예외 같아요."
민준이 고개를 느릿느릿 까딱했다.
"그래, 예외로 사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
"그런가………." - P251

(오늘은) 바리스타 ‘있는‘ 월요일휴남동 서점에서도 핸드 드립 커피 팝니다.
-3시부터 7시까지, 반값 행사.
커피 외 음료도 주문 가능합니다.
#휴남동서점바리스타는_진화중 #정성가득핸드드립커피 #커피마시러오세요 #매주있는이벤트아니에요 - P256

물론 영주의 취향이 잔뜩 들어간 판단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 글은 판단이 안 됐다. 마치 글이라곤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정말 모르겠기만 했다. 이 글, 어디 내놔도 괜찮은 글일까. - P259

두 사람은 오늘도 함께 서점을 나섰다. 서로 인사를 하고 반대쪽으로 몇 걸음 걷는데 승우가 문득 멈춰 섰다. 그 기척에 영주가 고개를 돌렸고, 승우가 뒤로 돌아 그녀를 봤다. 의아한 얼굴로 따라몸을 돌린 영주에게 승우가 물었다. 혹시 지난번에 기다림에 관해이야기를 나눴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영주에게 승우가 궁금한 것이 있다고 했다. 눈을 크게 뜨는 영주에게 승우가 물었다. - P265

"그럼 작가님은 그냥 회사를 다니며 그냥 평범한 일을 하는 거랑 글 쓰는 거 중에 뭘 더 좋아하고 더 잘하세요?"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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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게 있어."
기열의 목소리는 가뿐했다.
"거기서 기다려." - P9

"잘 크고 있네."
아버지도 매일 화분을 지켜봐주었다. - P14

"그렇게 슬픔을 이겨나가는 거야."
이겨나가야 할 정도의 슬픔이 나에게는 없었다. - P17

손가락밤마다 느티나무를 찾아갔다. 병이 들었다는 나무와 병이 들었다는 내가 함께 밤을 보냈다. 밤마다 기열은 나를 향해 걸어왔고,
내 발치 아래에서 미끄러졌다. 느티나무 아래에서의 시간은 이내발각되었다. 아홉시 이후로 기숙사 건물을 나가지 말라는 명령을받았지만 따르지는 않았다. - P31

나는 그때부터 세라가 아닌 수희가 되었다. 주영은 지은이 되2
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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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고개를기울이는 방향으로 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 보이는것이 있고,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시집을 가져야 할이유가 충분하다. - P131

"아빠 이야기는 쓰지 마라."
시집을 가져오던 날 뜬금없이 아빠가 말했다.
"쓸 말도 없어." - P132

자두나무 앞에는 ‘이곳이 무대입니다‘라는 푯말이꽂혀 있었다. 세르지의 반려인, 안느의 글씨체라는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극장으로 돌아갈수 없는 반려자를 위해 손수 은퇴 무대를 마련하는마음은 어떤 것일까. 푯말을 만들며 두 사람이 싸우고웃었을 시간을 상상해봤다. - P139

"계단에 왜 사람 이름을 붙였을까? 프랑스 사람들-참 웃겨."
함께 걷던 이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추억하라고. 프랑스인들이그들의 작가를 사랑하는 방식이야."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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