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내 세대의 영화 사랑법에는,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를보는 시간보다 영화에 대한 글을 읽는 시간이 더 많이 들었다고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시네필들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거기 있을 것이다. 내 세대 시네필들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거기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을 테다. - P12

1997년 개봉에 맞춰 <접속>을 함께 본 소개팅남과 3년 후 같은 날 피카디리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었고(안 만났다), 영화잡지사에서 일하는 기자가 된 후에는 서울극장 옆 2층 파스타집 소렌토(지금은 사라졌다)에 가서 일을 했다. 요즘 같은 대규모 취재진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겠지만 그땐 그 좁은 곳에 감독, 배우, 기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 - P19

2009년의 어느 날 나는 40매짜리 원고를 토하듯이 마감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김도훈 기자님. 저희가 이번에 새로DVD를 출시하는데요, 해설지를 좀 써주실 수 있나요?" "무슨영화인가요?" 그는 말했다. "<도니 다코> 감독판입니다." 나는소리 내 웃었다. 운명이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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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지하철과 버스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자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있어야 할 곳과 있는 곳의 차이가 구분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고, 이 혼란 속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P21

"우린 이제 친한 사이야?" - P25

연애가 무엇인지 대답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에가깝다. 일단 하긴 하는데,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할 말은 없는. 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한편에 남아 있는몇 개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좋고 싫고 부끄럽고 서운하고 미안하고 고마웠던 장면들. 그 파편과 조각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놓으면 과연 연애를 정의할수 있게 되는 것일까. - P27

밖에 나와 좀 걸었다.
일요일 오후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즈음, 밖으로 나와동네 이곳저곳을 걸을 때가 있다. - P35

주말에 약속을 잡지 않기 시작한 건 얼마 전부터였다. 정확히는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연락하질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물론 누군가 내게 전화해서 좀 보자고 한다면야 감사한 마음으로 나가 함께시간을 보내겠지만 그런 연락이 없는 한 그저 가만히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 P36

낮의 바다는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밤의 바다는 삶을 삼킬 것 같았다. - P47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빠르게. 길 위로,
혹은 길 위를 흐르는 시간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은 채 한참을 달리고 나면 달려 나간 만큼 가까워진다. 가까워진 만큼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만큼 충만해진다. - P63

"절망은 허망이다. 희망이 그런 것처럼." 루쉰은말했다. 절망이든 희망이든 모두 허망한 것이라고. 이건 어딘가 조금 잔인한 농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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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용기가 필요한 줄 아나? 인간은 차마 맨정신으로는 자기의 몸뚱이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는 거야." - P63

"이보게. 사람들이 죽을 때는 진실을 얘기할 것 같지? 아니라네.
유언은 다 거짓말이야."
급격한 커브에 놀라 마음이 출렁거렸다. 다급하게 찻물로 마른입술을 축였다.
"거짓말이라고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 P53

"고통 없는 죽음이 콜링인 줄 알았나? 아니야. 고통의 극에서 만나는 거라네. 그래서 내가 누누이 이야기했지. 니체가 신을 제일 잘알았다고 말일세. 신이 없다고 한 놈이 신을 보는 거라네.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작 신을 못 봐. 니체 이야기를 더 해볼까?
니체가 어떻게 죽은 줄 아나?"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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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을 좋아하던 연인과 헤어진 남자가 칵테일바에서 처음 보는 여자에게 파인애플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4개국어로 던지는 장면이었다. - P141

"너 옛날에도 이렇게 사람들 얘기를 잘 들어 줬던가?" 이
"아니야. 잔이나 채워" 경진이 술잔을 내밀었다. "요새 내가뭐에 좀 씌어서 그래." - P147

웅과 헤어지고 전주역에 닿을 때까지도 해미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연락이라고는 은주가 보낸 메시지뿐이었다. 아무래도 결혼 계획을 없던일로 해야겠다는 판단이 드는데, 앞으로 수습할 일을 생각하자니 입맛이 써서 종일 굶었다는 내용이었다. 식욕을 자극할 요량으로 경진은 반찬이 두 줄로 늘어선 백반부터 황태구이까지 전주에서 먹은 음식 사진을 모조리 전송해 주었다. - P155

표정의 변화가 없는 얼굴에서 쌍으로 민머리라는 표현을듣자 경진은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삼키기 위해 아랫입술을세게 깨물었다. 스카프를 맨 여자는 "그래그래, 잘 지나갔어.
머리숱도 돌아왔잖아. 여기서 네 정수리가 제일 빼곡해 얘."
하면서 마지막 남은 도넛을 친구에게 건넸다. - P161

쌤, 내일 보충 30분만 늦게 시작해도 돼요? - P168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한번 말해봐. 천천히 다들어 줄게. 오늘 시간도 한 시간 더 있잖아."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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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우등생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겼다.
ㅗㅜㅜ - P7

미술은 ‘시각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예술과 구분된다고그 시절의 나는 배웠다. 그 가르침을 듣는 순간 눈앞의 안개가 걷히고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art‘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예술‘에서 ‘미술‘을 떼어낼수 있는지 늘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시각적 형태에중점을 둔 미술에 대한 정의는 지금의 눈으로 보면 지극히전통적이라 할 수 있다. - P19

사람을 사귈 때면 항상 마음속 지층을 가늠해 본다. - P37

착실하게 선생님의 설명을 받아 적은 셈인데, 그 덕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할 수있으니 종종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했던 세상의 모든 ‘범생이‘들에게 경의를!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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