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지하철과 버스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자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있어야 할 곳과 있는 곳의 차이가 구분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고, 이 혼란 속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P21
연애가 무엇인지 대답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에가깝다. 일단 하긴 하는데,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할 말은 없는. 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한편에 남아 있는몇 개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좋고 싫고 부끄럽고 서운하고 미안하고 고마웠던 장면들. 그 파편과 조각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놓으면 과연 연애를 정의할수 있게 되는 것일까. - P27
밖에 나와 좀 걸었다. 일요일 오후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즈음, 밖으로 나와동네 이곳저곳을 걸을 때가 있다. - P35
주말에 약속을 잡지 않기 시작한 건 얼마 전부터였다. 정확히는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연락하질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물론 누군가 내게 전화해서 좀 보자고 한다면야 감사한 마음으로 나가 함께시간을 보내겠지만 그런 연락이 없는 한 그저 가만히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 P36
낮의 바다는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밤의 바다는 삶을 삼킬 것 같았다. - P47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빠르게. 길 위로, 혹은 길 위를 흐르는 시간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은 채 한참을 달리고 나면 달려 나간 만큼 가까워진다. 가까워진 만큼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만큼 충만해진다. - P63
"절망은 허망이다. 희망이 그런 것처럼." 루쉰은말했다. 절망이든 희망이든 모두 허망한 것이라고. 이건 어딘가 조금 잔인한 농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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