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손을 쓰지 않는다.
손이 손을 부르지 않는다. - P95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손이 있었다.
사람과 자연 사이에 손이 있었다.
나와 너 사이에 손이 있었다. - P96

누군가 뺨을 어루만져줄 때온몸의 세포들이 화약처럼 불붙는 이유는상대방이 손으로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머리와 가슴으로가요온몸으로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 P98

손이 세상을 바꿔왔듯이손이 다시 세상을 바꿀 것이다.
나는 손이다.
너도 손이다. - P101

헤어질 수 있는 자격은 그때서야 생기는 것이다.
먼 훗날, 아주 먼 곳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렇다고 후회하지도 않으며추억할 수 있는 권한은 그때서야 가지게 되는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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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네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나는 평지 특화형 동물로서지형지물에 약하다 너로 인해방향감각을 상실한다 - P52

살아간다는 말보다 서늘하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나는 네가 하는 말을 ‘다‘ 받아 적는다여기에서 ‘다‘는 사랑의 노동적 측면이다 - P52

또다른 나의 모습이 번거롭다.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피는 왜 마르지 않았을까. 이 모두를 종합해볼 때 상처는 생기기 전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 P55

객실에서 나와 복도를 쭉 걸으면 화장실이 나오는데 그사이에 극장이 있다. 벽의 일부가 허물어졌으며, 내려다보면 스크린이 보인다. 누군가 벽을 헐어 극장을 발굴한 것처럼. 좌석은 돌계단이고 쭉 내려가면 첫번째 열에 앉아 영화를 시청할 수 있다. - P58

이 호텔에서 복도를 오가는 방향은 삶의 방향이며 극장으로 내려가는 방향은 도망의 방향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나의섣부른 판단이다. - P59

나는 일기장에 쓸 말이 있다. 삶의 옆구리에는극장이 붙어 있어서 원하면 언제든지 극장을 드나들 수 있는데, 극장은 언제나 공포영화만을 상영하고 나는 이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 P60

-너는 너무 많은 시간과 마음을 요괴에게 쏟고 있어-그러라고 요괴가 있는 거니까 - P66

지말: 저는 식물을 죽이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모래인간: 식물을 키운다는 건 안 죽이는 연습을 하는 거야. - P72

아람부루사발라는 자기 전에 엄마가 껴안아줄 때면 근심에 싸이곤 했다 어떤 동화책에 따르면 포옹할 때마다 사람의 몸과 영혼이 0.001g씩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주많은 포옹을 받은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영혼이 0g이 되어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었다 아람부루사발라는 이를덜덜 떨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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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고 있었구나.
아파트 발코니에 선 채 허공에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그러다가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가기도 하는 눈송이를 하염없이 건너다보며 승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치 눈이 내리는 것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도 된다는 듯이. - P9

"태엽이 멈추면 빛과 멜로디가 사라지고 눈도 그치겠죠." - P10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분쟁 지역에 가서 목숨을 담보로 사진을 찍어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면서도 인정과 과시에 대한 조급함 없이시종일관 담담했던 그녀의 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P11

어쩌면 지유가 세상에 온 순간부터 자신은 지유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친구가 자신에게 있었다고.
카메라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빛을 좇던 친구가있었다고 말이다. - P17

반장,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네가 이미 나를 살린 적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 - P19

왼쪽 다리의 절반을 잃은 이후 그녀는 더이상 분쟁 지역을활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의족으로 균형을 유지하며걷는 건 가능했지만 단지 그뿐, 빨리 걷거나 뛰는 건 사실상불가능했다. 통증 때문이었다. - P25

콜린의 일생을 한 편의 짧은 영상으로 제작하는 일...... - P26

독일 드레스덴에 소이탄을 퍼부은 영국 공군 소속의 조종사였던 아버지와 평생에 걸쳐 분쟁의 현장을 사진으로 증명하며 반전운동을 한 그의 아들, 그들의 불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을것이다. - P27

일산에서의 인터뷰가 1월에 있었고 그가 병실을 찾아온 게같은 해 11월이었으니, 그 질문은 그 기간 동안 그가 열두 살의 그녀를 기억해냈다는 걸, 그러니까 열두 살의 그녀가 배고픔과 외로움을 혼자 해결해야 했던 그 방이 그의 머릿속에서온전히 복원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 P30

어느 순간 태엽이 다 풀린 스노볼은 작동을 멈췄다. 승준은스노볼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그 스노볼의 의미를 승준은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 그녀가 블로그에 남긴 편지를 읽은 뒤에야 알게 될 터였다.
"학교에는 비밀로 해줘." - P43

약속은 어렵지 않게 잡혔다. 먼저 만남을 제안한 사람은 승준 자신인데도, 약속 장소와 시간을 조율하는 내내 어색해했던기억이 났다. 그때껏 승준은 인터뷰이와 사적으로 따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럴 필요성을 느껴본 적도 없었으니까.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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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갔다 허리가 나간 사이대설주의보가 며칠째 물러가지 않고 있다. - P80

마음이 통 몸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요추 3번 4번 5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다 앞으로 잘할 테니 믿어달라.
부부싸움한 뒤 아내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와 똑같았다. - P81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 P83

종일 잠만 자는 코알라가하늘다람쥐 따위를 부러워할 리가 없다. - P85

문자메시지 다들 받았을 줄 안다.
여름 천렵 당분간 없을 것이다. - P87

겨우 몸을 일으켜생수 한 모금 마시며 알았다.
모든 진정한 고마움에는독약 같은 미량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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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불안하고 혼란스럽던 시절의 나는 헤세의 저 생각에 매료되었다. 나의 유일한 과제는 나 자신이 되는 것, 나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물론 오독이라는 걸 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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