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일기 - 쩡찌 그림 에세이 땅콩일기 1
쩡찌 지음 / 아침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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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매일은 그냥 그렇다 포만감이나 충족감을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덮는 날이면 기어이 펴든 일기장에 쓸 말도 없을 정도로 그럴 땐 뭘 먹었는지 누구와 문자를 주고 받았는지 뭘 주문했고 뭐가 도착했는지라도 쓴다 좋은 문장도 기억할 감상도 없는 밤에는 그걸 쓰는데도 끙끙대기 마련이고 누가 일기를 대신 써주길 바랄 때도 있다

🥜📔

#땅콩일기 는 누가 대신 써준 내 마음 같은 책이다 여백이 많은 그림과 공백이 엿보이는 문장 속에 나도 누워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그린 이의 일기 덕에 나도 시간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떤 책은 그 문장이 닮고 싶어서 노트와 펜을 찾게 만들고 어떤 책은 그저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는데 이 책은 후자다 생판 모르는 남의 시간이지만 순간들에 겹친 내 조각들을 그러모아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일의 밤까지 깨어 있자고 깨어있는 시간들을 다시 떠올릴 일기의 시간까지 무사하자고 두툼한 베개 같은 책을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가 막막한 밤에 또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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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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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덮을 수 없는 이야기들은 마침내 어떤 그림들과 만나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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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 우아하고 유쾌하게 나이 든다는 것
노라 에프런 지음, 김용언 옮김 / 반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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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 라이언이 너무 좋아서 #프렌치키스 부직포 블라인드를 달고 #시애틀의잠못이루는밤 판넬을 벽에 걸고 #해리가샐리를만났을때 의 레스토랑 씬을 몇 번이고 돌려보던 때가 있었다 히피펌도 샤기컷도 터틀넥도 화이트셔츠도 그냥 다 좋았고 섹시마일드 논쟁에도 무조건 그녀의 편이었던 10대 시절 그땐 배우만 보였다 배우가 영화의 전부 같았고 내가 좋아한 그녀의 대사들 또한 실제 그녀의 말이라고 믿었으니까

섹시 마일드의 바람이 잦아들때 쯤 노라 에프론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저런 대사를 쓴 사람이,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 따로 있었구나 다시 흥미진진해졌다 재치와 냉소, 유머와 낭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능숙한 투수이자 로맨스의 타석에서 매끄러운 포물선을 만들어내던 믿음직한 타자 노라 에프론

#내게는수많은실패작들이있다 는 노라 에프론의 에세이다 그녀의 글맛과 글멋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유머러스하고 심드렁한 기록인데 가끔 기가 차고 자주 감탄스럽다 멋쟁이로 나이 들어 간다는 것, 예민한 미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 호불호를 단언하면서도 유연할 수 있다는 것을 꼭지마다 느낄 수 있었다

금박의 이름과 커스터드 컬러의 커버 위에 앉힌 그녀의 사진과 컬러 띠지의 조합도 너무 아름답지만 백미는 옮긴이인 김용언 작가의 말이다 마지막까지 상쾌한 맛을 주는 책이다

#내게는수많은실패작들이있다 #노라에프론 #김용언 #북스타그램 #반비 #2022books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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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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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이후 가장 많은 책을, 아마도 전권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은희경 작가인 것 같다 #새의선물 과 #타인에게말걸기 는 나의 이십대에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한국 소설을 좋아하게 된 입문의 서에 다름아니었고 같은 공간을 다르게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건네는 일이 소설의 근사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집 구석구석의 책기둥을 훑어보니 작가의 책이 여러권 보인다 언젠가 근사한 책장을 갖게 되는 날이 오면 그의 책들로 한 칸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잎을 닦듯이 책표지를 닦아서 출간일 순서대로 꽂으면 얼마나 좋을까

#장미의이름은장미 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은희경 작가의 연작 소설집이다 표제작을 비롯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주인공들은 모두 그 도시의 이방인들이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찾아 머무르는 이들이 느끼는 단상들과 상념들이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들에 잠시 기거한다 타인을 만나는 일은 곧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는 여전히 쓸쓸하고 애틋하다 한때는 쿨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평가받던 작가의 인물들은 이제는 자주 멈칫거리고 종종 덩그러니의 상태로 놓여 있다 공간을 움직이는 걸음들에는 지금의 순간 외에 시간들이 동행하기 마련이라 뉴욕의 곳곳에는 다양한 장소의 기억들이 포개진다 그 겹겹들이, 우연들이 여전히 섬세한 문장들로 이어지고 끝내 닿고자 하는 마음의 문들을 두드리는 소설들이다

특히 #아가씨유정도하지 에 담긴 코니 아일랜드의 눈 내리는 시간은 최진영 작가의 #내가되는꿈 속 바닷가에 비 내리던 장면처럼 아득하고 강렬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은희경 작가가 앞으로도 더 오래오래 지금의 순간들과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문장으로 건네주기를 기다린다

#장미의이름은장미 #은희경 #2022books05 #북스타그램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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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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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섬세한 쓰기의 기록, 소설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담대한 필력의 아니 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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