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후 가장 많은 책을, 아마도 전권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은희경 작가인 것 같다 #새의선물 과 #타인에게말걸기 는 나의 이십대에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한국 소설을 좋아하게 된 입문의 서에 다름아니었고 같은 공간을 다르게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건네는 일이 소설의 근사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집 구석구석의 책기둥을 훑어보니 작가의 책이 여러권 보인다 언젠가 근사한 책장을 갖게 되는 날이 오면 그의 책들로 한 칸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잎을 닦듯이 책표지를 닦아서 출간일 순서대로 꽂으면 얼마나 좋을까 #장미의이름은장미 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은희경 작가의 연작 소설집이다 표제작을 비롯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주인공들은 모두 그 도시의 이방인들이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찾아 머무르는 이들이 느끼는 단상들과 상념들이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들에 잠시 기거한다 타인을 만나는 일은 곧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는 여전히 쓸쓸하고 애틋하다 한때는 쿨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평가받던 작가의 인물들은 이제는 자주 멈칫거리고 종종 덩그러니의 상태로 놓여 있다 공간을 움직이는 걸음들에는 지금의 순간 외에 시간들이 동행하기 마련이라 뉴욕의 곳곳에는 다양한 장소의 기억들이 포개진다 그 겹겹들이, 우연들이 여전히 섬세한 문장들로 이어지고 끝내 닿고자 하는 마음의 문들을 두드리는 소설들이다 특히 #아가씨유정도하지 에 담긴 코니 아일랜드의 눈 내리는 시간은 최진영 작가의 #내가되는꿈 속 바닷가에 비 내리던 장면처럼 아득하고 강렬하다 그리고 아름답다은희경 작가가 앞으로도 더 오래오래 지금의 순간들과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문장으로 건네주기를 기다린다#장미의이름은장미 #은희경 #2022books05 #북스타그램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