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매일은 그냥 그렇다 포만감이나 충족감을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덮는 날이면 기어이 펴든 일기장에 쓸 말도 없을 정도로 그럴 땐 뭘 먹었는지 누구와 문자를 주고 받았는지 뭘 주문했고 뭐가 도착했는지라도 쓴다 좋은 문장도 기억할 감상도 없는 밤에는 그걸 쓰는데도 끙끙대기 마련이고 누가 일기를 대신 써주길 바랄 때도 있다 🥜📔#땅콩일기 는 누가 대신 써준 내 마음 같은 책이다 여백이 많은 그림과 공백이 엿보이는 문장 속에 나도 누워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그린 이의 일기 덕에 나도 시간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떤 책은 그 문장이 닮고 싶어서 노트와 펜을 찾게 만들고 어떤 책은 그저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는데 이 책은 후자다 생판 모르는 남의 시간이지만 순간들에 겹친 내 조각들을 그러모아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일의 밤까지 깨어 있자고 깨어있는 시간들을 다시 떠올릴 일기의 시간까지 무사하자고 두툼한 베개 같은 책을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가 막막한 밤에 또 꺼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