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거나 퇴색하지 않은 유일한 감정은 단순한 지적인 친밀감뿐이었다. 거기에 꾸민 친절은 전혀 없었다. 감상적인 기분으로 투덜대는 말도 전혀 없었다. 우리의 벗들은대화와 지식의 대상으로 여겨졌을 뿐, 애정의 대상은 전혀아니었다. - P51

세상은 변한다. 예전의 감정을 되살릴 수 없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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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기 전 별 기대 없이 어디야? 하고 물으니 민재는고동이야, 지금 고동에 있어, 하고 대답했다. 고동이라니, 그게 도대체 어딘데, 하고 물으려는데 민재는 그럼 잘 지내, 말하고는 내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작별인사를 했다. - P9

"왜 딴소리야."
"다들 참 열심히 산다. 그지?"
"도대체 뭔 소리냐고..
‘고동에 있대."
"거기가 어딘데."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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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동산에 올라가 산딸기 군락지로 데리고 갔다. 붉게 익은산딸기가 너와 내 입으로 들어갔다. 산딸기 가시넝쿨에 쏠린자국이 팔과 다리에 훈장처럼 흉터를 만들었다. 때론 옆집 뒷마당의 옛 우물을 들여다보게 해주고, 포도나무 울타리 밑으로기어들어가 연보랏빛으로 익기 시작한 포도알을 따서 너와 내입속에 넣었다. 익지 않은 포도알은 너무 시고 떫어서 온몸이뱅뱅 꼬이는 것 같았다.

"철없죠. 아이는 죽어가는데 어미가 돼서 내 즐거움을 찾고있으니."

"나는 천사를 얻었고 세상은 지옥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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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며 제주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할 이야기는아니지만 고백하자면, 언젠가 서울 사대문 안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 P211

모슬포가 일제강점기와 4.3사건, 한국전쟁을 지나며 겪은 수난과 상처를 살폈다.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방인이과연 이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을까 하던 염려는 사소한 걱정이었다 - P205

제주도, 특히 인적이 드문 중산간 산골에 살다 보면 종종 마음이 느슨해지곤 한다.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희미해진다. 여유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러다 보면 생활의 감각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래된 간판은 상점의 역사를 보여준다. 수십 년간 한 장소에서 상점을 운영해 온 상인이 존경스럽다. 그러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걸음이 씩씩해졌다. 나태해지는 날 다시 또 모슬포를 걸어야겠다고 적는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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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정신 차려! 응?"
여자애가 뭐라고 웅얼거리며 옆으로 넘어갔다. 그 바람에 여자애의 앳되고 못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 P155

건물 뒤편에서 석호는 술에 취한 여자애를 발견했다. - P155

석호는 애교를 떨며 혀 짧은 소리를 냈다.
"나 또 임신한 것 같아."
석호가 그녀의 몸을 떼어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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