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내가 집밥을 싫어하게 되었는지는 비교적명확하다. 어머니가 현실에 절망하여 종교로 도피해버린 후부터이다. 어머니가 왜 절망했고 어떤 종교로도피했는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 P183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귀신에게조차 그토록 자비로운 종교를 믿는 어머니가 왜 우리에게는 이토록억압적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185

그리고 내가 앞으로 집밥을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될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내 손에 달렸다는 것을. - P186

오징어튀김에 대한 나의 애착은 유서 깊다. - P191

생선을 말리면 살이 단단해지고 깊은 맛이 난다.
뜨거운 밥 한술에 구운 고등어 살을뜯어 먹는 맛은 기름지고 고소하고,
소주 한 모금에 땡초 곁들여조린 고등어 살을 먹는 맛은 배릿하고 칼칼하다.
고등어조림의 감자를 잘라 먹거나아욱된장국을 떠먹으면 입안의 비린내가 싹 가신다. - P200

하루는 우리 집에서 먹고 다른 하루는 언니네 집에서 먹었다. 연휴가 끝나갈 즈음 양쪽 집구석에먹을 게 하나도 남지 않자 얼씨구나 좋다고 치킨을 시켜 낮술도 먹고 야밤엔 라면 끓여 반주도 했다. - P205

어느 날은 한밤중에 자다 깨어 내일은 그 집 간짜장을 먹으러 가야지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잠들기도 한다. 심지어 술 먹은 다음 날도 그 집 간짜장이간절히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무조건 간다. 작취미성에 봉두난발을 하고라도 간다. - P209

"여선아, 네 독자시래." - P211

먹을지는. 난 아무도 모르게 파묻혀 소설만 쓸 거다.
진짜다. - P214

"<레가토》와 《토우의 집>은 제가 소설가가 되면 꼭 써야겠다고 다짐한 소설들입니다. 그 소설들을 쓰고 나자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었고, 이후 소설을 쓸 때 특별한 의무감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그저 현실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쓰자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 P226

"그럴 리가요! 적당한 텀을 두고 다시 주류문학으로 돌아갈 겁니다. 늙은 주정뱅이의 세계가 얼마나 매혹적인비참의 경지인지 독자들이 알게 만들고 싶습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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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3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빈이가 나고자란 섬에서 우빈이의 할머니가 학교에 오셨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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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3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빈이가 나고자란 섬에서 우빈이의 할머니가 학교에 오셨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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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지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닮은 외모였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 고강도 운동이 좋다고 하기에 큰맘 먹고 크로스핏을 등록하러 갔다. 그런데 바로 앞에 등록한 사람 이름이 하필 이맹지였고 나는 그 이름을 보고 작게 웃었다. 그러자 팔뚝이 두꺼운 관장이 맹지의 이름과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 P9

-허대리님. 이거 나 페미 같아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 부분은요?
-팀장님께 물어봐야 할 듯. - P13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쓰레기를 만나거나 쓰레기가 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선택지가 없는 거니?" - P21

그러자 맹지가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웃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도배사라니. 너 미학과 나왔잖아. 그러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긴, 전공하고 얼추 맞긴 맞네. 나는 부러 뻔뻔한 표정으로 선언하듯 맹지에게 말했다. - P23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삶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내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몇몇 남자와 원나잇을 했고 늘 그랬듯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제일 견딜 수 없었다. 나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을 또다른 못 견딜 마음으로 돌려 막고 있었다. 나는 살기 위해 내 삶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 P25

"너 물파스 바른 거 구라지, 쌍놈 새끼야." - P28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맹지가 덧붙였다. 너는 너를 돌봐야 해. 좀처럼 항변할 수 없었다.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나를 돌보려면 나를 돌아보아야 하는데, 나는 나를 돌아보는 데미숙했다. 일은 졸렬하게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손쓸수 없을 만큼 좋아했다. 사랑에 있어서는 늘 나를 함부로 대하고선을 넘어버렸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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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최초의 회화였다고 플리니우스는 말했다. ‘최초‘
라는 말을 꼬투리 잡자면 사실은 아니다. 아니지만 믿어볼까, 기원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 사랑이 기원을 창조한다는것. 거기에서부터 하늘이 펼쳐지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밀려온다고. 거기에서부터 쓸쓸한 봉우리가 일어서고 설운호수가 고인다고. - P9

‘침묵은 없다‘는 말 대신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침묵은소리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 소리들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 P13

나는 그의 앞으로 가서 묻는다. 마지막에 들은 곡명이 뭔가요. 라크리모사 Lacrimosa. 그가 답하며 손으로 칠판을 가리킨다. 거기 적힌 글자를 대강 훑고 나는 돌아선다. 동시에 등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덧붙여진다. 8번 트랙이에요.
내가 다시 뒤돌았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어렴풋한 미소만 짓고 있다. - P27

그리고 음악 선생도 세상을 등졌다. 멀리 건네오는 소문으로, 정사라고 했다. - P28

끝은 정말 끝일까. 끝은 사람들의 운명을 스쳐 어딘가로계속 가고 있는 게 아닐까. 노래에 업혀서 죽음 비슷한 잠에업혀서. 도무지 끝을 모르는 끝은, 끝없음을 향해서. - P31

강 속의 연인 가운데 한 사람만 본다실패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하면서 - P36

십칠 년을 굳세게 산 나의 고양이가 아무데 주저앉아 오줌 눈 것을 훔칠 때마다 사르트르의 변명을 떠올린다이것은 사르트르의 오줌이다슬픔에 지린내가 있는 줄 알게 된다 - P48

그렇게 이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다사다난했지. 여러번 목줄이 풀려 집을 나가기도 했고, 병이 깊어 수술을 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통곡을 했고. - P59

내가 잃은 것은 후각만이 아니다. 나는 기억을 잃었다. 기억은 그토록 후각에 빚지고 있었다. - P63

사순이는 여느 야생의 사자가 그러하듯이 나무 그늘로들어갔을 것이다. 달릴 줄 몰라 천천히 걸어들어갔을 것이다. 철창까지는 겨우 20, 30미터이니까, 집이 지척이니까,
마음이 편안했을 것이다. 잠시 꾸벅꾸벅 꿈을 꾸다가 다시스스로 철창 안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죽지 않았다면. - P75

그런 일은 대개 저지대에서 속절없이 일어난다. 슬픔은단연코 저지대로 모여드는 것이다. - P79

새벽마다 꿈같은 것을 뒤축에 넣고 나섰다가어김없이 발을 절며 돌아왔다 - P82

늙어가는데 주름이 져야지요. 없애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기쁘게 슬프게 살았다는 증거이고, 눈빛이고, 어떤비밀이고, 파도인데요.
파도가 없다면 나는. - P96

바깥에 남은 공이 밤으로 변하기를 기다린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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