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닮은 외모였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 고강도 운동이 좋다고 하기에 큰맘 먹고 크로스핏을 등록하러 갔다. 그런데 바로 앞에 등록한 사람 이름이 하필 이맹지였고 나는 그 이름을 보고 작게 웃었다. 그러자 팔뚝이 두꺼운 관장이 맹지의 이름과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 P9

-허대리님. 이거 나 페미 같아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 부분은요?
-팀장님께 물어봐야 할 듯. - P13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쓰레기를 만나거나 쓰레기가 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선택지가 없는 거니?" - P21

그러자 맹지가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웃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도배사라니. 너 미학과 나왔잖아. 그러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긴, 전공하고 얼추 맞긴 맞네. 나는 부러 뻔뻔한 표정으로 선언하듯 맹지에게 말했다. - P23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삶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내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몇몇 남자와 원나잇을 했고 늘 그랬듯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제일 견딜 수 없었다. 나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을 또다른 못 견딜 마음으로 돌려 막고 있었다. 나는 살기 위해 내 삶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 P25

"너 물파스 바른 거 구라지, 쌍놈 새끼야." - P28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맹지가 덧붙였다. 너는 너를 돌봐야 해. 좀처럼 항변할 수 없었다.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나를 돌보려면 나를 돌아보아야 하는데, 나는 나를 돌아보는 데미숙했다. 일은 졸렬하게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손쓸수 없을 만큼 좋아했다. 사랑에 있어서는 늘 나를 함부로 대하고선을 넘어버렸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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