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모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보았던, 들판의높다란 옥수숫대와 이모가 해주었던 두부김치―이모는 두부를 기름에 지지지 않고 살짝 데쳤고, 김치는 들기름에 조물조물 버무렸다ㅡ요리는 지금도 여름이면 생각난다. - P9
좋아할 것 같은데"라고 답을 했다. 그로부터 몇달 후, 나는 이모의 동네로 이사했다. - P11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형태로든 공동주택에서만 살았던 내게 이 동네에서의 생활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 P13
벽을 공유하는 탓에 아저씨의 짐들을지나치고 난 후에야 나의 집으로 들어올 수 있는데, 친구들이 그 앞을 지나는 장면을 상상하면 나는 항상 부끄러운마음이 들었고 어처구니없게도 내 삶의 방식이 ‘평가‘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 P17
.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희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장소는 어김없이 우리의 기억을 붙들고 느닷없이 곁을 떠난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 앞에 번번이 데려다놓는다. - P21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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