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에 살았다는 어떤 왕의 말처럼 인생이 결국엔 헛되고 헛된 것에 불과할지라도. - P41
"산책 잘하고 와." - P41
가끔은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문제에서, 지상의 온갖 피조물 중 단지 우리 인간만이 사물의 이런 순환을비난하며, 모든 사물의 순환이라는 불멸성을 넘어, 우리에게 개인적이고 고유한, 특별한 불멸성을 가지려한다는 것이 얼마나 특이한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한다.-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홍성광 엮고 옮김, 마음산책 2022, 57~58면. - P45
«진통이 올 거예요." 어제부터 나는 배를 움켜쥐고 신호를 살피며 기다린다.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나는 다만 그것이 천천히 죽어가다가 사라지고, 피로 가득 찬 주머니 안에 잠긴다는사실만을 알고 있다. 끈적거리는 분비액으로... - P16
"한국인이세요?""네,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최대한 빠르고 자연스럽게 대달했다. 그렇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 P375
. 건강한 사람의 몸속처럼, 자궁 속처럼. 나는 눈을 감았다.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리는 내지않았다. - P378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엄마가 신의 목이라도 졸라서 내게좋은 일들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했을 게 틀림없다. 하필우리 모녀 사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린 신이라면, 절대로 내 몽상이 실현되게 할 리가없을 테니까. - P385
그동안 피터와 이모부는 알록달록한 LED 불이 켜지는 탬버린을 흔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따라 불렀다. 이모가 기억을 되살리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고 싶었다. - P397
"텅빈 옷장에 가짜 보물을 간직해 두었지쓸모없는 한 척의 배가 나의 유년기와 나의 권태를나의 유희와 피로를 이어주네" - P14
매시간 가위다리를 하고, 공중 자전거를 타거나 벽에 발을 올려 재촉한다. 곧바로 배 아래, 어딘가 이상한 열기가 꽃처럼 퍼진다. 썩은 보라색꽃. 아프지는 않다. 통증이 오기 직전이다. - P16
나는 가끔 밤을 새우고 일요일 아침에 집에 들어가서 저녁까지 잤다. 아무 말도 없었다. 거의 허락이나 다름없었다. 여자아이도 얌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고, 그 증거로 나는 어쨌든 정상이었으니까. - P82
Y시의 중심가는 우리가 왔을 때 있었던 폐허 대신에 이제는 크림색의 작은 건물들과 밤에도 불이 켜져있는 모던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