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그가 생글생글 웃으며 묻는다. 끝이 여엉 하고 뭉개진다.
눈에도 웃음, 입에도, 말에도 묻어나는 웃음. 연습한 걸까?
그와 자고 싶은 건 아니다. 자라면 못 잘 것은 없겠지만 어떻게 생겼는 웬만하면 그의 자지를 굳이, 딱히, 보고 싶지는 않다. 다 벗더라도 거기만은 가리라고 하고 싶다. 아니,
천을 휘감긴다든가, 맥퀸이 만들던 맥퀸이나 베르사체가만들던 베르사체 같은 것을 입히고, 아니, 아니야, 그냥 티셔츠, 보풀이라든가, 올이 보이지 않는, 그런 티셔츠를 입히고, 아니야, 옷이야 상관없겠지.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 아니, 구겨진 옷이라도, 흉한 밴드 처리가 되어 있는 운동복이라도, 드러난 손목, 발목, 거기에 감긴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완벽함을 얻게 될 것이다. 구불구불 대는 밴드와 거기에 박음질된 실, 살에 눌어붙는 밴드의 압박, 이런것들을 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붙어 있는 먼지나 솜털 같은 것들도 마치 그려 넣은 것처럼 의도를 얻게될 것이다. 너의 눈썹은 빛으로 그려져 있다. 너의 눈은 아직 결정하기 전의 유리, 입술과 입술이 아닌 것의 그 연한경계, 가장 확신 가득하며 초조한 피어나는 튤립 같은 입술, 그러나 너는 너무 가깝다. -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