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래동화와 호러필름의 기묘한 콜라보레이션 읽고 있어도 듣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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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아니다. 사물도 그렇다. 유독 내가 잘 발견하는 사물이 동그란 머리끈이다. 땅에 떨어지 있는 머리끈을 발견하민가던 길을 법추거나, 혹여 이미 지나쳤더라도 되돌아와 사진으로 남기른다.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리다가 급이 다시 돌아와서 땅에 떨어진 머리끈을 찍을 정도인데 이러면 행인들은 내가 휴대폰으로 겨냥하는 지첩을 함께 본다. 뭐 대단한 게 있나 싶어서일 텐데 거기엔 흔한 머리끈이 있을 뿐이다. - P165

비행기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와 좌석을 공유한 적이 있다. 일곱 시간의 비행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그걸 알아챘다. 먹고 있던 기내식에서 곰팡이를 발견한 적도 있고, 내 좌석 등받이에 안마 기능이 추가된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발길질을 하던 뒷좌석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기체가 난기류에 휘말려 요동칠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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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물을 내리고 화장실을 막 나오려 할 때였다.
"어머니."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변기 속에서 머리가 하나 튀어나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어머니."
99그녀는 ‘머리‘를 한참동안 가만히 쳐다보았다. 물을 내렸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는 사라졌다.
그녀는 화장실을 나왔다. - P37

"나는 너 같은 것에게 내 변기를 차지할 권리를 준 적이 없다. 너는 나를 어머니라고 하지만 나는 너 같은 걸 만든 적이없으니 널 없애버릴 사람을 부르기 전에 썩 꺼져라." - P39

‘머리는 말했다.
"그 아이와 태어난 경로는 다르지만, 저 역시 어머니의 피조물입니다." - P44

그녀는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비틀비틀 화장실로갔다. 변기 앞에 주저앉아 그 티 하나 없는 순백의 물체와 그안에 고인 맑은 물, 그리고 그것들에 가려진 검은 구멍을 하염없이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있을 존재와 그 구멍이 이어지는 곳을 상상하면서.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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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성공이라고 생각하니?"
소년이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것."
두더지가 대답했어요.

"자신에게 친절한 게최고의 친절이야."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가 있던 알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 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네 컵은 반이 빈 거니, 반이 찬 거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난 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소년이 말했습니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그걸 땐 우정으로 그 상처를 감싸 안아.
받은 마음이 희망을 되찾고 행복해때까지 눈물과 시간을 함께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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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차를 영영 사지 말아야겠다.
돈도 없거니와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밟고도 도모를 것인가 - P15

자장가너와 나 사이에는 몇 번의 밤이 남았을까너와 나는 몇 번의 해를 삼켰을까뜨겁다고 소리 질러도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낮은 푸른 가시를 밤은 흐린 가시를 가져왔다.
아프면 말해 하나씩 꽂아 넣을 테니까하나에 5만 원씩맞지? - P41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그가 생글생글 웃으며 묻는다. 끝이 여엉 하고 뭉개진다.
눈에도 웃음, 입에도, 말에도 묻어나는 웃음. 연습한 걸까?
그와 자고 싶은 건 아니다. 자라면 못 잘 것은 없겠지만 어떻게 생겼는 웬만하면 그의 자지를 굳이, 딱히, 보고 싶지는 않다. 다 벗더라도 거기만은 가리라고 하고 싶다. 아니,
천을 휘감긴다든가, 맥퀸이 만들던 맥퀸이나 베르사체가만들던 베르사체 같은 것을 입히고, 아니, 아니야, 그냥 티셔츠, 보풀이라든가, 올이 보이지 않는, 그런 티셔츠를 입히고, 아니야, 옷이야 상관없겠지.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 아니, 구겨진 옷이라도, 흉한 밴드 처리가 되어 있는 운동복이라도, 드러난 손목, 발목, 거기에 감긴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완벽함을 얻게 될 것이다. 구불구불 대는 밴드와 거기에 박음질된 실, 살에 눌어붙는 밴드의 압박, 이런것들을 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붙어 있는 먼지나 솜털 같은 것들도 마치 그려 넣은 것처럼 의도를 얻게될 것이다. 너의 눈썹은 빛으로 그려져 있다. 너의 눈은 아직 결정하기 전의 유리, 입술과 입술이 아닌 것의 그 연한경계, 가장 확신 가득하며 초조한 피어나는 튤립 같은 입술, 그러나 너는 너무 가깝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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