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리플릿을 한 장 건네주었다. 무료라는 말에 잠시솔깃했지만, 사라진다거나 합법적이라는 단어 중 어느 것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대체 왜 세상에서 사라지려 하는 건지, 사라지는 마당에 불법이면 어떻고 합법이면 어떤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가급적이면 살아서 내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리플릿을 가방 속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었다. - P13
사람들은 복권이 당첨되기라도 했느냐, 시집을 가게 된 거냐 하면서 새로운 인생이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추측하며 내 앞날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낡아빠진 인생을 어찌하면 좋을지도 알지 못했다. 뿐만 - P18
교복을 입어서 옷은 필요 없는데, 나는 엄마에게 보충수업비를 달라고 했다. 어머, 미안해. 돈은 없어. 엄마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 P27
놀라실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집이 돼버렸어요. 요즘 같은 세상엔 책상이 되기도 하고, 신발장이 되기도하고, 이름조차 안 남기고 완전히 사라지는 사람들도 허다한데 그런 것에 비하면 네 엄마는 괜찮은 편 아니냐?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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