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편집자가 퇴사 메일을 보낼 때, 공통적으로 하는말이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 당분간 쉬기로 했어요. 그만두는 사연은 각자 다를 텐데 전부 자기 몸 탓으로 돌린다.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들. 매뉴얼이 있는지 친한 편집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2주 전이면 이미퇴사가 결정된 상황일 텐데 출판사에 관한 이런저런 물음에 단 한 마디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어린 편집자, 참 기특하다. - P81
오토바이 퀵으로 교정지를 주고받았을 만큼 시일이 촉박한 상황에 교정보기도 바쁜데, 역자 후기까지 쓰느라고 얼마나 애먹었을까. 뭐 이런 거지 같은 역자가 다 있나 하고욕이 랩으로 나왔을 것 같다. - P53
좀 다른 얘긴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자기는 커피를 주문하는데 편집자가 파르페를 시켜서 어이없어하는에피소드가 나온다. 물론 이쪽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일 때문에 미팅하는 자리에서 테이블도 좁은데 파르페 같은 복잡한 것을 시켜서 우적우적 먹는 눈치 없음을 얘기한 것이지만, 이런 일화들을 번역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 P43
지하철역에서 "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돌아보았다. 아가씨라는데 돌아볼 나이는 아니지만, 그냥 소리가 나니 돌아봤을 뿐이다. 나를 부른게 맞았다) 아주머니와눈이 마주쳤다. 똥 씹은 얼굴로 내 얼굴을 본다. 나보다 몇살 더 많아 보이지도 않는 아주머니는 민망하도록 나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상왕십리 가는 지하철 어디서 타요." - P31
그러나 그해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지 않아서 너무 기뻤다. 물론 그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게 싫고, 일본에 노벨문학상 안겨 주는 게 싫을 뿐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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