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떠난 자리에선 무성한 포기의 냄새가 피어났다. 홀로에게 들려준 귓속말이 한쪽 날개를 접고 잠겨들때 목소리들이 다시 찾아올 화단이 되고 싶었어. - P116

숨을 급하게 들이쉬면번개의 맛에 길들여지고침대의 증상이 깊어진다 - P108

약속이 저마다의 문이라면 모두가 열쇠를 내버리고 함몰하는 방들 - P100

기억해.
눈동자가 얼굴보다 커지던 세계를.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호와 어떻게 만났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좀 난처해졌다. 솔직히 터놓기 어려워 아는 선배 소개로, 동아리연합회 활동하다가, 하는 식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다른 질문에도그랬다. 걘 어느 대학 다니냐는 질문엔 고대에 다니며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다고, 어디 사냐는 질문엔 창신동에서 부모와 산다고답했다.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닌 정보들그런 식으로 도호에 대해 숨기는 게 많았던 것 같다. - P9

그런 면에서 도호는 적절한 대화 상대였다. 그와 나 사이엔 다음이 없었으니까. - P13

도호는 중학생 때 이후로 한 번도 외박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수련회나 수학여행은 물론 오리엔테이션조차 가본 적 없다고 했다.
왜?
놀라 되묻는 내 코를 도호는 가볍게 쥐었다 놓았다.
너도 내가 돼봐. - P25

우리가 왜 네 얘길 하겠어.
그럼 무슨 말한 건데? 왜 나한텐 말 안 해줘?
누구한테 떠들 만큼 유쾌한 얘길 한 게 아니니까 - P36

너 판교 오징어 배라고 들어봤어? 딱 우리회사가 그래.
그 말이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 P41

-도호야, 초인등 고쳐야 할 것 같아. - P47

비겁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
엄마가 했던 말이 이따금 떠올랐고, 그럴 때면 나는 어느 편에속하는지 가늠하게 되었다. - P51

여름이 오도록 아빠는 깁스를 풀지 못했고 나는 그때까지 아빠에게 한마디도 걸지 않았다. 날이 차차 더워지고, 깁스 안으로 땀이 차자 아빠는 튀김용 젓가락을 깊숙이 찔러넣어 다리를 살살 긁어댔다. 깁스에서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풍겼다. -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서진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자석이 되는것 같다. 시간의 자력. 마카판스갓 조약돌을 처음 본 순간에도 그랬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에 나온 사람들을 이니셜로 표기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몇몇은 너라고 하는데, 나중에 다시 읽으면, 한정된 문자 개수의특성상 하나의 이니셜에 여러 얼굴이 떠올라 누구였는지흐릿해지고, 사랑의 특성상 너들 역시 너들 모두인 너 하나로혼융되어 있다. - P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소진에도 망막에 머무르는 잔상, 파괴의 잔해위에 재건된 도시], 죽지 말라는 목소리에 눈꺼풀을뜨는 아기, 그 이야기 속에서 자라온 아이, 타인이 공여한 차가운 피에 깨어나는 여인, 헐거워진 배를 다시채운 아이, 모두 이듬의 생을 살아간다.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