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콤이 상냥하게 말해,
소년아, 내가 잠깐 물구나무를 셀 테니나를 밀고 나가라. - P31

우리는 동시에 외쳤어.
꿈!
그리고 나는 잠이 깼어. - P34

+아무리 고민해도 필요한 게 없었거든.
‘아침이 절대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면 그걸가져갔을지도 모르지만.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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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손에 깁스를 한 할머니가다가와 정중하게 자신의 손톱을 깎아줄 수 있는지 부탁해왔다는 글을 SNS에서 읽었다. - P21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익숙하게 싫어하던 대상에 낯설게임해보면 싫어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묘연해질 때가 있다.
옛날에 한 친구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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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겠다! 이제 쓸 수 있을 것 같아.‘ - P98

그다음으로 이어진 발견의 기쁨은 나의 본업인 소설 쓰기와도 관련이 있었다. 내가 SF 소설가인 만큼, 장애와 관련된SF를 소개하는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라는 챕터를 쓰자고계획했지만 사실 뚜렷한 확신은 없었다. SF에서 장애인 캐릭터나 장애-기술이 등장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다른 소수자문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일단 조사를 시작하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해외 SF까지범위를 넓히니, SF를 통해 장애를 진지하게 탐구해온 작가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99

"독자가 지적인 자극을 넘어 이야기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려면, 자신을 뒤흔드는 문제의식이나 끝내 해결되지 않는 고민 등 조금 더 자신을 내보이는 이야기가 담겨야 하지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서 소개하는 여러 논의의 중심에 당사자인 자신의 경험과 문제의식이 놓여 있으면 좋겠어요."
편집자님의 정확한 지적에 그동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02

그 당사자성이 장애와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게 된 중요한 계기이기는 하지만, 글 전체를 보았을 때 그것이 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를 바랐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당사자성이란 매우 다루기 어려운 공처럼 느껴진다. 어떤 주제를 다루기 위한 적절한 출발지점이자 현상을 해석하는 틀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 P104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써야 나를 적절히 드러내면서도 과한 느낌을 주지 않고,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중심에두되 더 넓은 곳으로 뻗어나가는 글을 쓸 수 있을까. - P106

그 많은 사람과 내가, 국적도장애 유형도 삶의 경험도 너무나 다른 우리가 ‘장애의 경험‘이라는 느슨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문득 좋았다. 그들이 억압에 맞서 싸운, 각자의 전선에서 세상을 바꿔온, 비장애중심 사회에 끊임없이균열을 내온 존재들이라는 것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 P109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우리 각자의 삶이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도 오직 홀로만 탁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다행한 일인지를 생각한다. - P115

소설 잘 쓰는 사람이야 이미 세상에 너무 많으니까. 그렇지만 낭만적인 곡 제목에서 따온 멋진 이름이 있다는 것은적어도 나에게는 모임에 꾸준히 참여할 만한 좋은 동기가 되었다. 소설도 일단 멋진 제목을 붙여놓으면 쓰고 싶어지는 것아닌가. 게다가 누군가 자신의 글을 기다린다는 낯선 감각 때문인지 다들 열심히 매주 짧은 글을 써왔다. 나도 예전처럼도입부만 쓰다가 버리는 대신, 어설프더라도 한 편의 완결된글을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나의 본격적인 습작여정의 시작이었다. - P121

그것은 내가 글을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환기하는 물건이었다. 소설이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 몰랐고, 그저 취미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으며, 부업 같지만실제로는 소설로 푼돈조차 벌어들이지 못하던 시기에, 나에게는 작법서처럼 손에 닿기도 하고 펼쳐지기도 하고 묵직한질감도 느껴지는, 형태를 지닌 결심이 필요했던 것이다. - P123

효과는 엄연히 실재하는 법. 나는 그 작법서들이 지난 글쓰기의 과정에서 소망이 깃든 토템처럼 작동했다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 내가 소설을 쓴다는 것을, 언젠가 소설가가 될지도모른다는 것을 나는 물론이고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하던 시절에도, 책상 위에 올려진 작법서는 내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는 했다. 일단 펼치기만 하면 아이디어의 사막에서도 어딘가 뿌리 내린 선인장 하나는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나에게 주고는 했다. - P130

단편 「스펙트럼」을 쓸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아이디어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뒤집는 것, 그리고 수명 관계를역전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없었다. 나는 두 번째 아이디어를 더하라는 이책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고민 끝에 루이가 인간보다 뛰어난감각을 지님으로써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언어체계를 사용한다는 것, 그로 인해 희진과 루이의 관계에 아득한 소통의 지연이 유발된다는 발상을 덧붙였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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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대스타‘, 대스타 앞에 붙은 ‘우주‘라는 말의 천연덕스러움에 대해 생각했다. 무언가가 현실성을 초월할 때 되레시시하고 만만해지는 일에 대해서. 마치단골 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 천원짜리를 천만 원이라고 말하는 주인아저씨의 농담처럼, 우주라는 말도 실감나지 않아서 늘 사소하고, 가질 수 없으니 늘 장난이 되는 말 같았다. 그래서 나같은 중간 저자에게도 얼마든지 우주 대스타라는 찬사가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일 테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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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이라는 아이가 있었어.
지진에게서 태어나, 지진이 떠나고도 수천 일째 홀로 여진.
날마다 흔들린 탓에 아무도 아이를 안아주지 못했지.
깨진 물컵을 보고 이마를 짚으면 아이의 손바닥은 금이 가.
그 수문에는 온갖 길흉이 빠져 죽었단다. - P18

눈앞이 부옇고나무가 소리 없이 고꾸라지고나비가 비명 없이 피를 흘리고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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