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불안일지라도 비참해져도이탈을 모른 채너에게 정직한 땀을 뻘뻘 흘리며네 턱에 닿는 눈빛만으로 여름이 열리고 있었다 - P62

날아가는 기러기의 등을 보면서 실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너를 보면서 눈 밑에서 해가 타는 것을 느꼈다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았다 - P63

베란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펼쳐둔 금귤을 보는 게 좋다귤 말고 금귤의 덩치가 좋다금관악기에 매달리는 빛의 손자국이 좋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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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뻔했던 사람이 그렇듯 나는 도착한 공항에서 언제나 은은한 희열에 차 있다. 밀려 있는 일도, 추레한 몰골도그저 감사하다. 피곤함도 달고 맛있기만 하다. - P82

<Man on the Moon>을 보고나서 내가 소소하게 고집을부리며 따라 해보는 일이 있다. - P95

그렇게 원래 가진 모양과는 다른 새로운 것으로 이름은 우리 각각의 선두에 서는 것이다. ‘기녀‘라는글자와 어머니의 이름 ‘기녀‘는 같지 않다. 내 이름 ‘수진‘과
‘수진‘이라는 글자도, 그리고 물론 당신의 이름과 그 이름의 글자도 그럴 것이다. - P55

잡초는 눈에 띄는 대로 뽑고, 고추들은 올겨울에 뽑는다는 이 밭의 질서가 세워졌다. 생명의 질서에 따라붙는 슬픈 기운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것도 어쩐지 잡초 같은 감정 같아 얼른 싹 뽑아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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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희 뭐 하세요?
사무실 입구에 문소희가 어느새 서 있다.
이정은 자신도 모르게 열쇠고리를 주머니에 넣는다. - P45

도어벨과 함께 이정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수경이 흠칫 놀라더니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 P39

테이블에 잡동사니 몇 개가 늘어져 있다. 휴대폰이 테이블을 가로지른다. 사방으로 잡동사니들이 밀려난다. - P27

종열이 수경의 귓볼을 쓰다듬자 수경은 종열의 손에 볼을 댄다.
그렇게 기분에 빠져들려는데종열이 손을 빼고 지나가는 택시를 세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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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나치게 조심히 걷는군요.
나무를 꿈꾸게 하려고. - P63

자꾸만 몸 안에서 울려오는다급한 노크 소리 - P83

내 몫의 꽃들을 모두 태워 바치고제단 위에 몸을 눕힐게 - P82

사랑하는 자는 흐르는 샘처럼 고귀하나 사랑받는 자는고인 진창을 겪으니, 진공을 견디는 발목, 어둠 속을 서성이는 걸음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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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괄호 옆으로 팔을 뻗어 소녀의 팔을 간질인다. 소녀는 몸을 비틀다가 웃어버린다. - P76

소녀 나를 찾아 헤매는 베개. 내가 꾸는 악몽의 누명을쓰고도 억울해하지 않는 선량한 이. - P58

아무리 고민해도 필요한 게 없었거든.
‘아침이 절대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면 그걸가져갔을지도 모르지만, - P44

소녀 나는 흙이 돼야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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