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악장이 시작된 것은 기차가 진부역을 지날 즈음이었다. 잠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곡이 다 끝났나 싶을 때 불현듯 들릴 듯 말 듯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왔다. 준희는 이내 그 신비로운 고요함에 빠져들었다. - P164

기욱은 노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죽음의 소식을 받아들이는 무력한 슬픔에 대해서라면 이미 익숙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 P165

양평역에서 인선이 준희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기욱은 차창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얼굴 방향 때문에 자칫하면 인선과 눈이 마주칠 수도 있었다. 브루어리에 간다는 그들의 대화 내용이 귀에 가까이 들려왔다. - P154

인선은 화성의 지배를 받는 전갈자리였다. - P161

문 뒤의 코러스를 듣는 준희 - P163

. "낮술 마셔. 날씨도 딱 좋은데." 준희가 웃으며대꾸했다. "맞아요. 완벽한 날씨죠." 종착역에 도착한 승객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 비로소 눈을 뜬 듯 제각기 들뜨고 설레는 표정으로 짐과 우산과 일행을 챙기느라 기차 안은 어수선했다. - P166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태어나는 거지. 거긴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가득 찬 세상이야." 그러면서 지구본은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는 언제든지한 번씩은 찾아온다고. 잠 못 이루는 날들이.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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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산 지 제법 되었으나 여전히 제주의 바람에는 적응이안 된다. 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마음속에 잘 가라앉혀 두었던 모든 불안이 다시 파도쳐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는같다. 내가 언젠가 제주를 떠난다면 이 바람 때문일 거라고도늘 생각했다. - P144

아, 나도 제주도로 여행 가고 싶다! - P135

적막해진 우도 마을길을 천천히 걸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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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은 어떻게 되었죠?
그 사람은? - P56

아이는 자신의 구토에 루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 P99

그러니까 책장 사이에 끼여 죽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는거라고, - P103

이게 정확합니다이 두 단어를 남긴 후에 우리가 무엇을 했냐면요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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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니까! 우리 형편에 - P293

네가 배우기 싫어도,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일 년만 다녀줘라. 안 그러면 한이 돼서. - P294

수유리에 이사온지 이 년쯤 뒤 워드프로세서를 들여놓으며 처음으로 그 소리가 사라졌다. 새벽 네시부터 여덟시까지 일하는 아버지의 습관은 하루의 예외도 없이이어져, 낙향하신 뒤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집안에 어떤 우환이 있어도, 아무리 몸이 아파도, 입원을 하거나 상가에서 밤을새우거나 하지만 않으면 자명종 없이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신다. - P305

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자식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자식의 운명이다. 인생은 꼭 그렇게힘들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 없이. 불만도 연민도 없이. 말도논리도 없이. 글썽거리는 눈물 따위 없이. 단 한 순간에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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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왜 그렇게 가슴이 서늘해졌던 걸까. 느리디느린 작별을 고하는 것 같던 그 광경이, 헤아릴 수 없는 무슨 말들로 가득찬 것같던 침묵이, 여태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마치 그 경험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대답해주었던 것처럼. 뼈아픈 축복 같은 대답은 이미 주어졌으니, 어떻게든 그걸 내 힘으로 이해해내야 하는것처럼. - P129

찬란한 것,
어슴푸레하게 밝은 것,
그늘진 것. - P129

어둠에는 이데아가 없어. 그냥 어둠이야, 마이너스의 어둠. 쉽게 말해서, 0 이하의 세계에는 이데아가 없는 거야. 아무리 미약해도 좋으니 빛이 필요해. 미약한 빛이라도 없으면 이데아도 없는거야. 정말 모르겠어? 가장 미약한 아름다움, 가장 미약한 숭고함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플러스의 빛이 있어야 하는 거야. 죽음과 소멸의 이데아라니! 너는 지금 동그란 삼각형에 대해 말하고있는 거야. - P133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 - P135

그 쓸쓸한 몸은 이제 죽었니.
네 몸은 가끔 나를 기억했니.
내 몸은 지금 이 순간 네 몸을 기억해.
그 짧고 고통스러웠던 포옹을.
떨리던 네 손과 따스한 얼굴을.
눈에 고인 눈물을. - P140

그는 약간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인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긴사이를 둔다. 어두운 곳에서 글을 쓸 때, 윗문장에 아랫문장을 겹쳐 쓰지 않으려고 가능한 한 넓게 간격을 두는 것처럼. - P167

가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몸에 눈꺼풀과 입술이 있다는 건. - P180

그것들이 때로 밖에서 닫히거나,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잠길 수 있다는 건. - P181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단어들이 보도블록에,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검은 웅덩이에떨어진다. 튀어오른다. - P195

심장과 심장을 맞댄 채, 여전히 그는 그녀를 모른다. - P204

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힘주어 눈을 감았다 뜬다.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이. - P213

혀가 없는 말이어서지워지지도 않을 그 말을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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