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은 꼬집어 말하기 쉬운 게 아니며, 그렇게 한다 해도 나중에 알고 보면 사소한 것으로 밝혀지거나 그 특성들끼리 서로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 사람들은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귀가 먹먹하도록 시끄럽게 굴지 않고선 아무것도 못하며, 중국 사람들은 도박에 중독되어 있다고들 한다. 이런 말들이야 확실히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그렇긴 하지만 그 무엇도 원인 없는 건없으니, 영국 사람들이 치아가 나쁘다는 것도 영국인 삶의 한 단면을 말해줄 수 있는 것이다. - P90

어느 기고자가 나를 "부정적"이고 "언제나 무언가를 공격하는 사람이라며 꾸짖었다. 사실 우리는 크게 기뻐할 일이 별로 없는 시대를 살고있다. 하지만 나는 칭찬할 게 있을 땐 기꺼이 칭찬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여기서 울워스‘에서 산 장미에 대한 칭찬 몇 줄을 적어볼까 하는데,
지나간 일에 대해서라는 건 유감이다. - P175

하지만 내가 서점 일을 평생 하고 싶지는 않은 진짜 이유는 그 일을하는 동안 내가 책에 대한 애정을 잃었기 때문이다. - P49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까지 나는 건강하고 의식 있는 사람의목숨을 끊어버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창 물이오른 생명의 숨줄을 뚝 끊어버리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할 수 없는 부분당함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 P26

담배 말아 피울 재료를 그에게 좀 주었다. 우리는 부랑자가 들릴 때마다 어린 학생들처럼 숨겨가며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묵인해주되 공식적으론 금지였던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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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인간의 상상만큼 빠르게 나아가지 않아.
이게 팩트야. 달나라에 첫발을 디뎠다고 난리가 난지 70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 달에 베드타운 세울 기술 하나 없잖아." 혜주가 손을 뻗어 내비게이션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달에 세운 빌라 침실 창문 밖으로 파란 달이 뜬 걸 보며 잠들고 싶었단 말이야."
최는 오래전에 암스트롱이 정말 달에 갔느냐로 설왕설래한 사람들이 있던 걸 기억했다. - P7

한 남자가 가리킨 곳에서 작은 불길이 꺼져가고 있었다. 검은 산기슭 너머로 불빛이 노랗게 아른거렸다. 세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 - P53

"분명히 말하지만 네가 날 위해 해주는 일엔 굳이사랑이 필요하지 않다고. 푼돈이면 누굴 시켜도 다되는 일들이라고." - P67

최는 비로소 지금이 전쟁 상황인 걸 확실히 알았다. 살아야 했다. 최와 혜주에겐 아직 둘의 사랑을 시험해볼 만한 사건이 없었다. 늑대인간족과 좀비족과의 전쟁이 그 시험인지도 몰랐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혜주, 이 미친여자가 뭐라고 내뱉든 함께 가기로했다. - P135

"그런 건 남편한테 하라고 해요." 누군가가 소리를질렀다. - P146

"이놈이 내 사진을 몰래 찍어 갔어."
남자가 굵은 손가락을 들어 최의 목에 걸린 카메라를 가리켰다. 느닷없이 공포가 엄습했다. 그는 두손을 들었다. 뻣뻣하기가 남의 팔을 들어 올리는 것만 같았다. 입에서는 꺽꺽, 혀 굳은 소리만났다. - P152

"추워요. 춥다고." 최가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27도인데요?" 바텐더가 조리용 온도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4월, 맑은 날 자정 가까운 시간에 27도면 정상이었다. 만져보니 이마가 땀으로 끈끈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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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이나 됐을까 싶은데요, 뭐."
"우리 아버지는 상관 안 했는데."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웃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짓고, 그런 다음 우리 둘은 뒤쪽에 있는 무대를 둘러본다. 재즈 트리오가 공연 준비를 하며 악기를 조율하고 있다. - P210

"내일 봐!" 델핀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린이 외친다. 델핀은 그녀에게 키스를 보낸다.
나는 가슴께가 저릿해지는데 왜 이러는 것일까. - P196

"이봐요, 허니." 나는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다 잘될 거예요." - P184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만 농장을 나올 수 있게 한 것이 오히려 더 안 좋지 않았을까 싶다 더이상바라서는 안 되는 일말의 자유를 맛봄으로써 유혹은 더욱 강해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 때문에 그 많은 아이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에. - P162

그날 저녁, 파티가 열린 날 저녁, 우리는 일찌감치 코네스토가강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더그 형과 미셸 선배, 트레이 형,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었다. 우리는 숯불 화로를 들고 갔고 강가에서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태양은 뜨거웠다. 세상은 명료해보였다. 가족들이 격자무늬 담요를 들고 나와 개들을 끼고 앉아있었고, 그들이 굽는 바비큐에서 푸른 연기들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 P143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날 밤 그를 봤을 때 나는 흐뭇하게 놀랐다.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고, 여름이면 태양을 벗삼는 사람 같은 주근깨 피부였다. 소년 같은 매력이 있었고, 내가 무슨말을 하면 미소를 지었으며 내 입에서 나오는 얘기들에 진심으로 놀라는 듯했다. 양고기 카레를 먹고 와인을 마시며, 그는 내가 자기가 만나본 사람들 가운데 가장 똑똑한 축에 속한다고 했
- P97

"아니." 나는 말한다.
"정말이세요?"
"그래."
195
"아술 아빠 되세요?" 다른 아이가 묻는다. "진짜 아빠냐는 뜻은 아니고 그러니까…………" - P73

일 년 후 우리는 같이 살게 되었고, 다시 일 년 후 우리는 결혼을 했다. "나는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 결혼식 날 밤 그녀가 내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 점을 분명히 알아둬. 왜냐하면 좋든 싫든, 당신은 이제 내게서 떨어질 수 없으니까."
"그거 협박이야, 약속이야?"
"둘 다지." - P54

"그래봐야 일 년이야. 모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모험?"
"아니면 적어도 기분전환은 될 수 있을 거야."
"기분이 안 좋았어?" - P50

"하지만 그러라고 했으면 그랬을 거예요?"
"알렉스." 어머니가 말했다.
"알고 싶어요."내가 말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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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김밥과 음료수, 사과를 사 들고 아줌마들이 모여 있는 계단 밑 공간에 갔다. 라면 상자를 펼쳐 자리를 만들었다. 수다 삼매경에 한창 빠져 있는데, 반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식품부의 채소류 냉장고 밑에 물이 떨어졌으니 어서 가보라는 불호령이었다. - P155

나눔은 분명 행복한 기회다. - P127

그날의 광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다. 생기면 먹고 없으면 굶고 산 한 생(生)이었다. 달도 쩍쩍 얼어붙는 엄동설한에 할아버지는 얼음 덩어리로 가시고, 장례에 쓰고 남은밀가루로 동네잔치를 벌이자 동네는 비로소 떠들썩해졌다.
그 광경이 나는 지금도 너무 넓다, 할아버지를 팔아 벌인 잔치같아서. - P110

가쁜 숨을 들이켜던 할머니가 물 한 잔을 더 청했다. 이번에도 단숨에 마시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 P95

결핍과 사랑,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사랑의 결핍 속에 산 사람은 사랑할 줄 모른다는 게 일반론이다. 사랑을받지 못한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 P82

어쨌든 본능은 치열하다. 어머니 임종 때가 떠올랐다. 저녁을 드신 후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하셨던 어머니. - P214

하루 일이 수월하게 끝났다. 한 시간 만에 밥을 다 먹였다. 커피를 타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나가 보니 웬 할머니 한 분이 서 있다.
"누구세요?"
"어? 누구셔? 어디 갔나?" - P222

환자의 트림 소리, 그 소리는 환자의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소리임과 동시에 남자와 내가 함께 소통해야 할 시간의 전주곡 같았다. 환자가 남자와 나 사이의 벽을 거두어준 격이 됐다. 감사함을 느끼며 여자를 향한 내 쓸데없는 우려를 한쪽으로 미뤄놓았다. 그 우려와 함께 따라오던 나의 오래된 습관
‘나는 왜 사나?‘ 하는 생각에서도 벗어나 보기로 했다 - P222

"그게 아니고요. 병원에서 몸 쓰는 일은 위험하니 앞으로하지 말래요." - P236

보는 것도 아니고 실습은 집에서 하셔도 될 거고. 두 달 동안내가 시간 채워줄게요."
"벌어먹어야 한다며 누이는 일 못해서 어쩌누?"
딴소리하며 남자는 오히려 나를 걱정했다.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요. 누가 누굴 걱정한대?" - P237

ㄴ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어머니 빨리 가시게 하는 불효를 자청했습니다.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많이 보아온 말기 암환우의 마지막 모습과 그 가족들의 안타까운 선택의 순간들이 그날 어머니의 병실 장면에 오버랩되어 내린 결정이었어요. 그때도, 지금도 잘못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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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말 믿었어?"
지민이 내게 물었다.
"당연히, 믿었지."
"난 안 믿었어." - P34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지." - P33

"그런 말을 했어?"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 P32

그즈음 그는 카지노에 빠져 있었다. - P20

이 이야기 들어본적있어?"
은정이 물었다 - P62

"그때 섬으로 가는 배가 보였대요. 그래서 거기가 끝이 아니구나 싶어 그 배에 올라탔다네요."
김선생의 말에 정현이 대답했다.
"까지 가려고 했던 모양이군요." - P59

도로에는 눈이 녹아 있었다. - P55

"그럼 이 섬에 와서 꿈을 이룬 셈이네요.‘
"그런 셈이죠."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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