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미지근하게 식었을 즈음 나는 이 집에서 살기로결정했다. 내내 표정을 살피던 한인 여성분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현금으로 준비한 보증금 360유로는 통장이나 금고가 아닌 거실 찬장의 쿠키 상자에 담겼다. 나는 요나스와그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 지낸 플랫메이트다. - P37

빵을 의미하는 브로트(Brot)에 작거나 귀엽게 여기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첸(Chen)을 더한 브로첸은 말 그대로 ‘작은 빵‘이다. 성인의 주먹보다 조금 큰 빵으로 윗부분이 바게트처럼 먹음직스럽게 갈라져 있다. 독일에서 가장 저렴하고대중적인 빵이다. 아침 시간에 독일인들이 마트에서 가장먼저 구입하는 빵이기도 하다. - P43

"독일식 아침 식사라는 게 뭔데?"
"집에 있는 빵, 햄, 치즈, 요거트, 잼, 버터를 모두 꺼내서한상 차려서 먹는 거야. 남은 건 그대로 냉장고에 넣었다내일 또 꺼내 먹으면 돼. 그리고 마시고 싶은 음료를 마시는거야. 커피, 차, 오렌지 주스, 아펠레∙∙∙∙∙∙∙ 선택은 네가 하면 돼?" - P45

"숭진. 여기는 너의 집이야. 내 집이기도 하고. 네가 하고싶은 모든 일을 해도 돼?"
옷 얘기를 하다 점점 거창해지는 요나스의 말이 웃기기도 하고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묘하게 위안이 됐다. - P47

"그거 알아? 김치가 아주 비싸거든? 그래서 한국인 유학생들은 자우어크라우트를 김치 대신 넣고 찌개를 끓여 먹어. 그러면 정말로 김치찌개 맛이 나?" - P57

"하하, 독일식 김치네? 꼭 이 집 같다. 우리 둘이 섞인 거지."

베를린엔 베를리너가 없다 - P61

"아아, 들어본 적 있어요?"
"거기 아직도 계속 출간해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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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요령 없다. 나중에 혼나고 그냥 나가 놀지, 그게 뭐라고. 울긴 왜 울어. - P28

그런데 동생아, 언니는 생각이 다르다. 그렇게 대답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런 것이 아쉽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자고 약속했으면, 그곳에 있어야 행복하다. - P30

해든의 제안을 들은 밤, 이십 년도 더 지난 그때 생각이 났다. - P31

나는 잘 붙들리는 사람이었다. 붙잡아주는 쪽에 보통 이상으로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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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인‘ 시집이 다량의 달콤한 아포리즘을 포함하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포리즘을 많이 쓴다고 해서 그것이 곧 ‘상업적인‘ 시집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P188

은어떼 다 올라간 봄날누군가 돌아오지 않아내내 혼자였던 사람투망에 걸려 둥실 떠올랐다는데. - P194

4) 여기서 「물의 결가부좌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이 시는 2부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인 것이 아니라 이 시집을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시이기 때문이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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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가벼워지는 계절엔 마음도 가벼워졌다. 상냥하지 않은습도와 온도에도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 하나였다. - P9

이 일을 잘하는 게 나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구나.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거친 날에 베인 것처럼 쓰라렸다. - P11

람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없는지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돌아왔던 밤을 기억한다. - P20

해든은 재밌는 질문을 잘했다.
나는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 생각이 더 위험한 것 같아, 아님나는 좋은 사람이어야만 해 생각이 더 위험한 것 같아? - P21

사실 좋은 사람 별로 필요 없어.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 - P23

해든은 좀 나쁜 게 확실한거 같아…………… - P23

아름다운 삼각형을 원하는 건 나만의 꿈일까. 언제나 삼각형을 상상하며 살아온 것 같았다. 둘은 너무 적고 넷은 너무많으니까. 나에게 둘이 의미하는 것은 애인이었고 넷이 의미하는 것은 가족이었다. 셋은 친구였다. 나는 둘이나 넷보다 언제나 셋만을 바라왔다. 두 꼭짓점의 이름은 해든과 민아였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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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죽이고죽음이 죽지 못해서삶을 죽였다.
어야 한다하여야 한다. - P131

우주인이라고 부른다.
나는 베트남 오키나와사할린 운남 연변 모스크바유럽에 갔다 왔으니베트남인 운남인 유럽인인가. - P59

소리, 모든 소리들은 자욱한 비린 물냄새 속으로 - P49

게릴라성 호우는 매번 가차없다. - P53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솔숲은 몇 번씩 몸서리를친다. - P57

나는 아직 여기에 다 있지 못하고내일은 아직 내일.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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