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롱스타킹 스티커 아트북
액티비티북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삐삐 롱스타킹 덕분에 스티커 아트북 세계로 들어온 셈이다. 자잘한 스티커를 붙여서 완성하는 방식이 내게는 안 맞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스티커를 좋아하지만 작은 조각 형태를 정해진 자리에 맞추는 것보다 자유롭게 붙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스티커 아트북과는 거리를 두며 지냈는데, 삐삐 롱스타킹이니까, 아이와 함께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말을 번쩍 들어올리는 힘센 삐삐, 그 모습을 담은 표지를 넘겨보면, 이 책의 활용법이 나와 있다. 먼저 그림과 이야기를 감상하고, 다섯 작품 가운데 하나를 골라 절취선을 따라 바탕지와 책 말미의 해당 스티커지를 떼어낸다. 각 번호에 맞는 조각 스티커를 붙인 다음, 스티커지에 들어 있는 마스킹 테이프로 그림을 벽에 붙이거나 액자에 넣어 장식한다.


아이와 함께 책을 한 페이지씩 넘겨보며, 삐삐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만나본다. "나는 내 주근깨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9쪽), "누구나 다 어른이 되란 법이 어디 있어?"(11쪽) 등의 대사도 소리 내어 읽어본다. 아이는 처음 보는 삐삐 모습을 흥미로워하고, 나는 오랜만에 스티커 아트북에서 만난 삐삐가 그저 반갑다. 예쁘게 그림을 완성해보자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솟아난다.


앞표지와 동일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힘센 소녀'와 한 팔에 닐슨 씨가 매달린 '말괄량이 삐삐', 이 두 작품은 아이와 함께 해보기로 한다. 상대적으로 큰 조각 스티커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많아 보였고, 실제로 처음 해보는데도 아이가 그 부분에 잘 맞추어 붙였다. 또한 스티커지에는 번호가 없는 스티커도 많아서, 아이가 평소처럼 자유롭게 붙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만의 작품으로는 삐삐가 토미, 아니카와 함께하는 '우리들만의 비밀 아지트'로 정해본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다른 그림에 비해 조각 스티커 수가 조금 적은 것으로 골랐다. 시원한 물이 있어서 좋은데, 삐삐가 물속에 풍덩 빠진 모습이라 조금 아쉽다. 조각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가는 시간은 여유 있게, 그러나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작은 조각이 사라지지 않도록. 완성 후 방문에 붙여보았다.



삐삐 롱스타킹이 함께해서 스티커 아트북을 더욱 즐겁게 보고 재미있게 해볼 수 있었다. 아이와 삐삐 이야기를 나누며 스티커 붙이는 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또한 자신만의 추억을 되새기며 편안한 힐링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삐삐 롱스타킹 스티커 아트북>을 펼쳐보면 좋겠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다 보면 알게 되는 저학년 속담 소문난 국어 2
도기성 지음 / 글송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웃다 보면 알게 되는 저학년 수수께끼>를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속담'을 담은 이 책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 속담은 재미와 함께 교훈도 전달해주어 유익하다. 속담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럽게 어휘력을 높여줄 수 있는 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속담을 접하게 되는 아이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면 더욱 좋겠구나 싶었고, 이 책이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마법학교 선생님인 망통 마법사, 제자들인 뾰롱이, 꼬양이, 몽글이, 그리고 망통 마법사의 어릴 적 친구인 두목. 이들이 등장인물로, 전체 내용을 재미있게 엮어가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ㄱ부터 ㅎ까지 자음 순서대로 시작하는 속담을 84가지 소개하고, 각 속담마다 비슷한 속담을 첨가하였다. 가령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와 비슷한 속담으로 "발보다 발가락이 더 크다"가 나왔는데, 아이들은 속담의 의미를 알아가면서 얼마든지 "손보다 손가락이 더 크다"처럼 비슷한 표현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뒤이어 동물이 나오는 속담을 따로 묶어 16가지 제시한다. 이 책으로 총 100가지 속담을 배우게 되는 셈이다. 책 말미에는 주제별 찾아보기를 통해 '말과 행동에 관한 속담', '바른 인성에 관한 속담'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속담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의 경우, 불량 식품을 사 먹는 제자들을 다그치던 망통 마법사는 '가끔'이 쌓이면 어느새 '자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릴 적 자신도 그랬다고 회상하던 마법사는 쭈글쭈글한 어른이 되었다고 울적해하고, 가끔 술은 괜찮다고 하면서 취해서 제자들을 걱정 끼친다. 이와 같이 속담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뿐 아니라 함께 보는 어른에게도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끔'이 '자주'가 되어버린 나쁜 예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에는 모르는 단어 뜻풀이도 나와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의 경우, 금강산과 식후, 경의 의미를 각각 풀어준다. 강원도 북쪽(북한)에 있는 산, 밥을 먹은 뒤,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경치). "도둑이 제 발 저린다"의 경우, 비슷한 속담으로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가 나와 있는데, 문득 현실에서도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도둑질이든 폭행이든 나쁜 짓을 한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는 전제로 나온 속담이 아닌가 싶어서.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뜻은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평소에 잘 대해주려 노력하면서 점차 나쁜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나눔으로써 마음을 좋게 먹어보자는 노력을 담은 이 속담도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은 앎이 마음의 평안을 이끌지 못한다는 교훈을 준다. 반면 "입에 쓴 약이 병에는 좋다"는 듣기 싫은 충고를 도움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 책에서 나무와 우물, 두 가지 소재를 사용한 속담에 주목해봤는데 먼저 나무의 경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꾸준히 노력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는 자기 능력이나 형편으로 해낼 수 없는 일에는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노력할 일과 욕심 내지 말아야 할 일, 결국 두 가지를 분별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우물 안 개구리"는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 사용되고,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야 성공한다는 말이다. 내 안의 우물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면서 자기만의 우물을 가지려고 애쓴다는 것. 모순되면서 타당한 면도 있고, 현실에 안 맞는 듯하면서 만고의 진리인 듯한 표현이다. 이렇듯 같은 소재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는 속담 책이다.

 

100가지 속담도 배워보고, 아이와 어른 모두 재미와 교훈을 발견해보는 시간, <웃다 보면 알게 되는 저학년 속담>으로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즐겁고 유익하게 어휘력을 쑥쑥 키워볼 수 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과서 토론 : 환경 교과서 토론 시리즈 2
김순미 외 지음 / 이화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들어 환경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이 책은 청소년 눈높이의 토론 책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환경 정보를 제공하거나 경각심을 주는 내용, 아이들을 위한 환경 동화 등 다양한 접근의 책들 모두 유용한데, 토론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는 내용은 어떤 유익이 있을까.

 

이 책의 집필진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로 구성되어 있고, '머리말'에서 환경 문제는 인류의 생존이나 생활과 밀접하나 개인별, 국가별 관점 차이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책을 통해 전 세계적 대토론이 필요한 주제인 환경 문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직접 사람들과 토론해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쟁점은 크게 아홉 가지로, 재활용과 플라스틱, 층간소음, 에너지 등 익숙한 주제도 있지만, 살균제와 살충제, 동물원, 물 부족, 멸종 등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아는 것을 전제로 살펴볼 사안도 있다. 바이러스처럼 현재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슈도 있다.

 

각 구성 방식은 해당 쟁점에 대한 개요, 배경지식을 소개한 후, 쟁점이 구체화된 질문에 대한 찬성 대표, 반대 대표의 토론을 담는다. 이때 중간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요약해주는 사회자(층간소음의 경우는 판사가 중재 역할)의 발언도 포함되어 있다. 토론을 마치면 추가로 알아둘 핵심 정보를 살펴보고, 앞서 나온 찬반 견해의 근거를 적어보거나(예시 답안은 책 말미에 수록되어 있다.) 자신의 입장을 써볼 수 있다. 각 쟁점의 끝부분마다 (두 쟁점을 제외하고) 명화 한 편을 감상하도록 하였다.

 

이 책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가령 물 부족 국가냐 물 스트레스 국가냐의 입장 차이에 따라 댐 건설, 물 사용량 줄이기, 수자원의 관리 방안 등의 접근과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광 에너지의 친환경 여부, 효용성과 경제성 논의는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 어떤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해도 해결 방안이 대립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 출몰과 관련해, 일회용품 사용이나 개인의 자유 침해 등의 찬반 입장이 그 예다.

 

단순한 찬반 견해를 제시하기보다 다각도의 접근을 위한 토론의 장도 펼쳐진다. 살균제와 살충제의 쟁점에서는 찬반 입장이 아니라 화학 분야 전문가와 환경운동가의 관점을 들어본다는 차원으로 서술된다. 재활용 이슈도 여러 방안의 모색으로 두 입장을 열거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의 경우, 소비자들, 생산자들, 환경 전문가, 자원순환센터 담당자,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목소리를 모아 현실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쟁점 중 "동물원은 꼭 필요한 것인가"를 흥미롭게 읽었다.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가기도 했지만, 매번 갈 때마다 갇혀 있는 저 동물들은 행복할까 생각했다. 수족관 속 돌고래는 평생 질병에 시달리고 우울증을 앓는다고 한다. 이 책에 제시된 대로 "동물의 기본 권리를 무시하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이라는 동물원 반대 견해에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라는 찬성 견해도 일리 있다. 과연 동물이 돌아갈 곳, 자연과 야생은 현재 안전한가 하는 의문도 든다. 동물원의 유무를 둘러싸고 여러 이슈, 더 큰 사안이 엮여 있는 듯하다.

 

환경 문제를 더 깊이 알아갈수록, 나와 타인, 자연, 다른 나라, 인류 전체의 연계성을 절감하게 된다. 초등 고학년부터 볼 수 있는 내용이고, 각 쟁점의 배경지식은 환경에 대한 상식을 간추렸다는 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나 교사라면 유용할 것이다. 세부 토론 내용은 평소 알던 환경 정보를 더해 종합적인 이해를 돕고 자신만의 견해를 정리하도록 이끌어준다. 이 책은 온 가족의 환경 지식, 토론을 위한 기본 교재인 셈이다. 알아야 말할 수 있고, 서로 말하면서 더 좋은 환경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은 <주홍글씨>만 읽었던 터라, 단편 소설인 이 작품을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처음에 읽어가면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연상시켰던 이유는, 주인공 이름이 '굿맨'(선한 사람)이고 아내는 '신념'으로 불린다는 것, 굿맨 브라운이 어딘가 계속 길을 가고 있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는 왜, 신념이 가지 말라고 말리는 길을 나서게 되었을까. 소설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는 없다. 다만 신념이 볼 때는 '당신의 길'(your journey)이고 그에게는 '자신의 길'(my journey)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신념과의 (일시적이든 아니든) 단절을 의미하고 독립 의지를 보인 게 아닌가 싶다.

새카만 어둠의 길에 들어선 후, 굿맨 브라운은 풍기는 분위기가 자신과 비슷하지만 연배는 아버지뻘 되는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가 쥐고 있는 지팡이는 착시효과 때문인지 꿈틀거리는 검은 뱀 같았다. 굿맨 브라운은 남자에게서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듣는다. 선하고 순결한 기독교인들이라고 믿었던 조부, 부친의 '사악함'에 대한 것이다.

직접 보고 들은 혼란도 있다. 자신에게 교리문답을 가르쳐준 신실하고 모범적인 교회 권사, 자신이 영적 지도자로 여기는 목사, 장로가 악마를 추종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신념마저 사라지고 만다. 이에 굿맨 브라운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앞서 남자가 주고 떠난 지팡이를 흔들어대고, 큰소리로 신성을 모독하며, 악마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

사악한 어둠의 숲에서 세일럼 마을의 교인들을 만나고, 그곳에는 모든 악마들의 왕을 찬양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검은 형상은 악마를 숭배하기 위해 모인 '개종자들'에게 악의 세례를 내리려고 하고, 그곳에서 신념과 마주한 굿맨 브라운은 "신념!"을 부르며 사악한 악마에 맞서 싸우자고 외치는데...

이 책은 종교적 맥락을 배제한 채, 자신이 지켜온 신념에 배반당하고 그것을 의심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상징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굿맨 브라운이 경험한 혼란, 배반과 의심을 만나게 되는 법이니까.

물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믿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은 흔치 않은 일이겠지만, 기존에 알던 사실이 거짓으로 판명되고 신뢰했던 사람에게서 불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면 굿맨 브라운처럼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마을로 돌아온 이후 굿맨 브라운의 변모된 모습, (어쩌면 이미 내재했던 모습일지도 모를) 그의 여생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종교 소설로 읽었다. 악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은 악의 길에 들어서지 않는 것이다. 악의 길 한복판에서 내 믿음이 얼마나 센지 증명하는 게 아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믿음을 헛된 것으로 단정짓고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은 자포자기일 뿐이다. 굿맨 브라운은 어둠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서 그 길에 들어섰다. 돌이킬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끝내 악마를 숭배하는 모임 현장까지 이른다.

굿맨 브라운의 믿음(faith. 여기서는 '신념'으로 번역됨)은 어디에 기초했던가. 주변의 신실한 어른들의 모습, 그들이 겉으로 보여준 언행이 아니었나. 신실한 사람들처럼 보였던 이들의 죄악이 곧 기독교 진리의 무익함이나 신의 부재를 증거하는 것은 아니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게 만든 소설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선악의 구분, 특히 마녀, 마법사, 주술사 등이 선의 대척점에 서 있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해 해설을 참고로, 소설 속의 지명 '세일럼'을 살필 수 있다. 그곳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당시 독실한 청교도 마을이었다.

1692년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200명 넘는 사람들이 마녀 혐의를 받았고, 그중 25명이 교수형을 당했으며, 그중 한 명은 압사형을 당했다. 일명 '세일럼 마녀사냥' 사건이 있던 곳이다. 종교, 신, 선의 이름으로 행한 악행이 아닌가. 인간이 자기 유익, 나아가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만들고 규정한 선악 때문에, 분쟁과 다툼, 전쟁, 무고한 희생자들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짧은 소설이지만 개인적, 사회적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영문 병기가 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굿맨 브라운과 만나 이야기를 들려준 남자를 보면서, 악마의 속삭임을 주된 내용으로 다룬 작품인, C.S.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떠올랐다. 굿맨 브라운이 신념마저 잃자 광기를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절망의 끝에서 신애가 신을 조롱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밀양>이 겹쳐졌다. 사유와 감상의 폭을 넓혀준 고전, <굿맨 브라운>을 만나본 시간이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 첫 그림 수업 - 재능과 창의력이 쑥쑥! 생각대로 그려지는 아하, 그렇구나 - 초등 교양 지식 2
미노오카 료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미야치 이와네 사진 / 서사원주니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의 그림 세계만큼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공간이 있을까. 아이가 무엇인가 손에 쥘 수 있을 때부터 무작정 도화지와 색연필을 준비해주었다. 선을 긋든 점을 찍든 아이가 자유롭게 만들어가도록. 점점 사람의 얼굴형, 눈코입, 머리카락 등을 그려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이가 연필, 볼펜, 크레파스, 물감 등으로 이면지나 색종이, 종합장 등 종이 위에 다양하게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려가는 요즘, 뭔가 기존 방식과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이나 구성 모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다. 유아든, 어른이든. 수달 선생님이 캐릭터로 나와서 흥미롭게 가르쳐준다. 전체 55가지 그림 비법을 담았는데, 내용이 정말 알차다. 크게 색칠 도구, 색, 형태, 그림 효과, 여러 아이디어 편으로 나누고 있는데, 먼저 색칠 도구도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골판지, 신문지, 나무판, 돌 등 다양한 곳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공이나 실, 빨대에 물감을 묻혀 표현하기도 한다는 것도 도구의 확장 면에서 의미 있었다.


색의 밝음과 어두움뿐 아니라 기분까지 담아내는 내용, 한 가지 사물을 보고 여러 색을 찾아보는 관찰, 익숙한 대상을 특별한 색으로 꾸며보는 발상도 재미있다. 형태를 잡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방법, 거울 보고 자기 얼굴을 쉽게 그리는 법, 대상의 명암을 잡아가는 법까지 알려준다. 그림 효과의 내용들은 정말 창의적인데, 그 가운데 소리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채롭다. 여러 아이디어를 살린 그림은 얼마든지 확장해서 생각할 여지를 주어 특별해 보인다.


이 책 구성의 특별한 점은 각 그림 비법마다 3단계로 나누어 난이도를 조절했다는 점이다. 편의상 초등학교의 학년 구분으로 하고 있지만, 상중하의 구분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색칠 도구, 색, 형태가 기본적인 미술을 알려준다면, 그림효과와 여러 아이디어는 책 속의 수달 선생님만의 비법이라 할 만하다.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배우고 활용할 내용이 많아서 유익하다. 현재의 그림 기법에서 더 나아가 입체적으로, 무엇보다 창의적으로 표현될 아이의 그림을 기대해보게 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