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토끼의 두근두근 숲속 모험 내일도 맑은 그림책
후지시마 에미코 지음, 권영선 옮김 / 내일도맑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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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토끼의 모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은이 이름 때문이 아니라도, 일본 배경을 알려주는 내용이 속속 들어 있어요. 토실이네 가족이 사는 나무가 '숲의 신'으로 불리고, 그 가족이 사당에 물을 바친다는 설정도 그렇고요, 토실이가 모험 가운데 만난 '신비'가 일본에서 환상의 동물로 일컬어진다는 설명도 그랬어요. 물론 아이와 함께 읽을 때, 이 그림책 <꼬마 토끼의 두근두근 숲속 모험>은 여섯 살 토끼가 혼자 길을 떠났다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길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그림자 고양이의 장난 조심하고,

바위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는 가지 말고."

아빠가 토실이를 배웅하면서 해준 말이에요. 실제로 책 속에서 토실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그림자 고양이', 몸집이 아주 큰 '바위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한 페이지씩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림자 고양이가 나타나는 정도였어요. 혹시 아이가 무섭게 느끼지는 않을까 하고 표정을 살폈는데요, 오히려 재미있어 하면서 "고양이 여기 있다." 하면서 찾아내거나 "고양이 어디 갔어?" 하면서 묻곤 하네요.

사실 제가 그림자 고양이를 무서운 캐릭터로 봤지요. 유아들이 보는 그림책에 굳이 이런 캐릭터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내가 가는 길마다 따라다니고 뭔가 방해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유인하는 존재란, 생각만으로 으스스하잖아요.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순조롭고 평화로운 여정이 아니라서 '모험'이겠구나 싶었고요.

처음 길을 나설 때도 불안했고 어둑어둑한 길에 주저앉기도 했던 토실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온몸으로 행동하면서요. 그렇게 만난 신비, 매실이와 동행했기에, 토실이는 위태로운 일도 척척 헤쳐나갈 수 있었고 원하던 샘물도 거뜬히 길어올 수 있었지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친구들이 함께여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개인적으로, 그림 장면에서 뭔가 빠진 게 있나 싶은 대목이 보였어요. 대굴대굴 낭떠러지로 굴러가던 토실이와 친구들. 다음 장면이 곧바로 반짝거리는 샘물을 보고 감탄하는 아이들이라서요. 그 사이에 다른 장면이 있어야 하지 않나,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됐지요. 아무튼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상상해보며 읽어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어요. 그림자 고양이는 어디에 숨었나 하고 찾게 되면서요.

유아들에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녀오는 것, 어른들에게는 일터에 다녀오는 것, 연로한 어르신들에게는 집 밖을 나갔다가 무탈히 집에 돌아오는 길 자체가 모험일 수 있겠지요. 그림자 고양이와 바위 고양이처럼 호시탐탐 우리의 길을 방해하는 존재란, 어쩌면 우리 안의 두려움일지도 모르겠어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걱정, 자신없음 같은 것 말이에요.

글의 서두에 '일본 토끼'의 모험 이야기를 소개한다고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네요. 우리의 여정이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두근두근하기를 소망해봅니다. 곁가지로, 우리나라 토끼라면 어떤 설정,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일까 하는 궁금증도 가져보게 됩니다. 독후활동으로 아이와 함께, 특별한 줄거리 혹은 상상화를 꾸며봐도 좋을 듯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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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깃털을 갖고 싶어!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김황 지음, 안효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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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생각, 느낌도 있을 거예요.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색감을 사용했는데 참 예쁘다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그림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멋진 깃털을 갖고 싶어!>입니다.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동일인이 아닌데도 글과 그림이 꽤 조화로운 책을 만날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데요, 이 그림책도 그랬어요. 내용도 정말 예뻤거든요. 은은하고 따뜻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갈색 엄마 청둥오리 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아기 오리가 있어요. 암컷 청이입니다. 둥지 밖 세상이 너무 궁금한 청이는, 다른 오리들이 엄마를 따라 물풀 사냥을 할 때도 한눈을 팔고요, 큰고니의 하얗고 멋진 깃털을 부러워하지요. 어른이 된 후에도, 청이는 여전히 멋진 깃털에 대한 소망을 간직하고 있어요. 큰고니뿐 아니라 멋진 깃털을 가진 새들이 진짜 많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어버려요.


'왜 내 깃털은 계속 이렇게 마른 풀 같은 색일까?'


청이가 스스로 던진 의문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시간이 흘러 둥이와 결혼하고 아기 오리들을 품을 때였어요. 예전의 엄마가 그랬듯이, 엄마가 된 청이가 아기들을 보호해주는 비슷한 일을 마주했을 때였지요. 그제서야 청이는 생각합니다. 마른 풀숲을 닮은 자신의 깃털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암컷 청둥오리의 보호색에 관한 이야기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내용 같았어요. 더구나 청이가 엄마에게 했던 질문을 자기 아기에게서 똑같이 듣게 되고, 청이 또한 엄마가 해준 말을 아기 오리에게 그대로 전해준다는 설정도 재미있었어요. 이런 질문과 대답이었지요.


"엄마, 나도 하얗고 멋진 깃털을 가질 수 있어요?"

"너도 크면 알게 될 거야."


전체적으로 사용된 색깔은 파랑과 갈색인데요, 요란하거나 화려한 색감 처리가 아니어서 오히려 돋보였어요. 특히 암컷 청둥오리의 갈색, 주변 수풀의 갈색이 비슷하지만 명암 조절이나 번짐 효과 덕분인지 독특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파스텔 혹은 색연필화의 느낌이 잔잔한 글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보여요. 그림작가 소개를 보니,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작가였네요. 글작가 소개도 살펴봤더니, 생물학 전공자였어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 청둥오리의 생태를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나다움'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것인지 배울 수 있을 듯해요.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와 다르게 읽히는 지점도 있지요. 그 책은 오리 무리 속에서 미움받던 아기 오리가 실상 아름다운 고니(백조)였다는 내용이지만, 이 책은 고니의 아름다움과 별개로 오리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나아가 아기를 보호하는 암컷 오리, 엄마의 모습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해요.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는 '엄마'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까요.


스스로 정말 멋진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왜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될까요? 일찌감치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면, 그만큼 소중한 삶을 더 아끼며 살 수 있을 텐데요. 적어도 아이에게 크면 알게 될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그런 지혜를 차근차근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싶어요. 자연의 생태와 삶의 지혜를 담은 이런 그림책을 함께 보는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겠지요. 그림과 글이 참 예쁜 그림책 <멋진 깃털을 갖고 싶어!>를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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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끼야콩! 웅진 우리그림책 86
황은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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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눈부신 그림책이 나왔어요. 형광 분홍색이 돋보이는 표지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어요. 그 안에는 한 아이가 책을 펼친 채 어딘가를 바라보는 장면이 보여요. 제목과 그림작가, 출판사명은 흰색으로 되어 있는데요, 특히 제목 서체가 한 글자마다 그림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앞표지만으로 할 말이 많아지는 그림책이네요. '그런데 끼야콩이 뭐지?' 하는 궁금증을 가득 안고 한 페이지씩 넘겨봅니다.

처음 보는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두 팔은 길고 머리 양쪽에 뿔이 난 캐릭터가 요리조리 움직여요. 함께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신기한 표정을 지어요. 아이는 그 캐릭터가 내는 소리에 웃기 시작하더니, 독특한 다른 캐릭터들이 내는 소리들에 더 크게 웃네요. 어떤 소리들인지, 직접 그림을 보면서 또한 큰 소리로 읽으면서 들어야 제대로 실감이 날 거예요. 솔직히 책 소개에서 괴물들이 등장한다는 대목을 보고, 어떤 캐릭터들이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아무리 봐도 '괴물' 하면 떠오르는 무섭고 이상한 얼굴이나 표정은 없어서 다행이었고요, 오히려 모두 귀여운 장난꾸러기 아이들 같아 유쾌했어요. 그들과 함께, 주인공 아이가 신나게 놀이하는 장면들이 이어져요. 페이지마다 상상 이상의 그림들이 펼쳐져서 흥미를 더해줍니다.

이 그림책은 재미있는 요소가 참 많아요. 기발한 상상과 독특한 말뿐 아니라, 내지에서도 표지의 형광 분홍색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주인공 아이가 입은 잠옷이 그렇고, 아이의 이불도 그렇고, 아이가 펼쳤던 책도 그래요. 눈에 띄는 그 색감만 따라가도 즐거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름인지 감탄사인지 모를 "쿠앙!"을 외치는 캐릭터가 아이의 이불을 쓱 가져갔지요. 그 이불을 찾으러 아이는 쫓아가고요, 그 이불은 낙하산, 깃발, 트램펄린으로 변신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끼야콩!"을 외쳐요. 아주 많이 즐거운 감탄사 같기도 하고, 더 큰 재미를 부르는 요술 주문 같기도 해요. 사실 그 뜻이 무엇이든 상관없겠지요. 그렇게 외칠 때 아이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니까요. 아이는 더 이상 이불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여요. 언제까지나 새로 만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나 봐요.

그림책의 마무리가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이든 상상이든 그곳을 벗어나 아이는 자기 방 침대로 돌아와야 하니까요. 이불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글쎄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불 안에만 있다면 자신만의 "끼야콩!"을 만날 수 없겠지요. 이 그림책을 여러 상징으로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저 한바탕 즐거운 그림과 소리로 읽어봤어요. 개인적으로 마음 가라앉는 일들이 좀 많았던 하루였기에, "다 잘될 거야. 괜찮을 거야. 좋아질 거야." 하는 행복 주문처럼 "끼야콩!"을 크게 외치고 싶어지네요.

주인공 아이도 환하게 웃고, 함께 그림책을 보는 아이와 어른도 덩달아 웃게 되는 책이에요. 2018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그림을 바탕으로, 이 그림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해요. 황은아 작가의 다음 그림책이 기다려집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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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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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책에 대한 관심과 제목이 주는 의미를 붙잡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머릿속 생각은 차고 넘치는데 행동은 오히려 굼뜨기만 한 것 같은 내 모습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지금,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 나름의 의미 부여와 도구적 차원으로 접근한 독서지만, 사실 이 책은 인지조절의 뇌과학 이론서라서 내용에 대한 개인적 적용은 차치하고 내용 이해부터 선행될 필요가 있다. 먼저 '인지조절'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뇌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추적하며 여러 단계의 뇌 상태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목표를 행동과 일치시킨다. 이런 신경 메커니즘과 일련의 과정을 '인지조절'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지식과 행동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독립된 정신 기능이다. 인지조절 능력은 신경계 및 정신 질환을 겪으면서 약화되는데, 전두엽, 특히 전전두피질이 손상을 입었을 때 그렇다. 그런데 1950년대에 전두엽 절제술이 정신병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될 정도로, 전두엽 기능이 신경과학자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전두엽 손상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다 해도, 인지조절을 평가하는 수단이 표준화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지조절의 진화적 기원과 해부학적 논의 등 이론적 배경과 관련 연구 및 실험, 그 결과를 소개하고, 인지조절의 일상 속 기능, 기억과의 관련성, 일생에 걸친 변화 등을 다룬다. '후기'에서는 인지조절을 개인의 뇌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접근한 저자의 글을 살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조절 시스템은 다른 동물이나 어떤 AI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특징이 있다. 인간은 미래의 상황과 목표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고, 그 미래를 이루기 위한 복잡한 행동을 그릴 수 있다. 이를 '일화적 미래 사고', '구성적 행동 조절'이라 칭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려는 '안정성'과 중간에 끼어드는 일들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능력도 인지조절 체계와 관련된다. 이 책에서 신경망 모델, 작업기억 게이트 등 기존 연구와 실험에서 사용된 전문 용어를 비롯해, 뇌과학의 최근 성과들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단언이나 판단하는 서술 방식이 아니라, 저자의 에피소드로 쉬운 이해를 돕고 객관적 자료 제시와 이를 통한 결론 도출을 보여준다.


책 내용 중에서 특히 멀티태스킹과 기억, 생애주기 등에 주목했다. 저자는 인간이 멀티태스킹에 서툴다는 것, 우리 뇌에는 동시에 두 과제를 병행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디지털 미디어 기기로 인해 주의를 빼앗기는 일이 많은 현대인은 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일을 해내야 할 때가 있지만, 결과는 낮은 성적이나 업무 효율성 저하로 나타날 뿐이다. 인지조절을 이해하면 그 이유와 한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디지털 유목민인 현대인이 모델로 삼아야 할 대상은 극작가 유진 오닐일까. 그는 동시에 두 작품을 썼다고 전해지는데, 동일한 책상에서 작업하지 않았다. 저자는 두 책상, 각기 다른 그림과 장신구가 멀티태스킹에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어쩔 수 없이 동시에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최대한 주어진 환경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책 속의 질문도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이미 지나간 실수에 대한 집착,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곱씹음 등 우리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잡념이 참 많은 게 사실이니까. 이 책에서는 좀 심각한 차원의 '생각'인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중독을 언급하고, 억제와 관련해 인지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우리가 억제를 하거나 하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 중의 하나로 '동기화'를 들고 있다. 인지조절은 조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과 정신적인 노력을 저울질하는데, 이러한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동기화'란 가치 있는 결과를 안겨줄 과제를 추구한다는 맥락이다.


기억의 소급과 관련해 "인출 방정식은 비용의 최소화와 이익의 최대화"라는 경제성이 대두된다. 수학 공식처럼 자신에게 유익한 기억만 저장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우울증 환자의 기억장애를 다루는데, 이는 내적 우선순위 체계가 붕괴된 상태다. 우울한 사람들이 부정적 사건을 더 잘 기억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로 인해 중뇌의 도파민 분비가 둔화되고 이로 인해 해마 조절로 긍정적 사건을 기억하는 기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또한 인지조절은 생애주기마다 변화하는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체계 없는 놀이'를 통해 오히려 인지조절을 스스로 주도하며 배울 수 있다는 대목을 유심히 보게 됐다. 저자는 광고성 인지 훈련을 경계하되 인지 체계의 끊임없는 가동을 역설한다. 어쩌면 변화무쌍하고 요즘처럼 불안을 야기하는 세상 속에서, 인지조절의 뇌과학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뇌의 조절 체계가 대응하게끔 최적화된 세계와 갈수록 멀어진다. 이때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하여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것이 인지조절의 기능이다. 이렇게 인지조절의 역할은 계속 변하고, 기능 그 자체도 함께 변한다. (중략) 나는 인지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평생 자기 삶에 대한 주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431쪽)


인지조절은 궁극적으로 주도적이며 자율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스스로 자문해봤다. 가치 혹은 동기화는 내 안에 가득한 것 같은데 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이토록 더딜까. 정보 인출의 관점으로 기억을 바라봄으로써 저자가 권한 '능동적인 학습'을 내가 추진하려는 계획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이와 함께, 아이의 인지조절을 발달시키는 놀이, 부모님의 인지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뇌 활동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고 싶어진다. 개인적인 일상이 어그러져 있다면, 뇌의 전두엽, 인지조절 기능을 점검해볼 일이다. 그 과정 가운데 이 책을 길잡이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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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노래
레스 벨레츠키 지음, 데이비드 너니 외 그림, 최희빈 옮김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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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책을 만났어요. 제목 그대로 새의 노래를 담은 책입니다. 책 속에는 200종의 새가 소개되어 있고요, 해당 새에 대한 서술과 함께 세밀화 일러스트가 화려하게 펼쳐져 있어요. 이런 요소만으로도 새 백과사전이라 칭할 만해요. 여기에 더해 QR코드를 통해 소리까지 들려주다니,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책이에요. 지은이 레스 벨레츠키는 새 전문가로 조류학자이자 자연사 작가입니다. 이 책에 실린 새소리는 코넬대학교 부속 조류연구소 산하 매콜리 도서관에서 제공받은 것으로, 그 도서관에는 새소리를 포함해 자연의 소리 16만 개 이상의 음원이 소장되어 있다는군요.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새소리가 노랫소리와 신호소리로 나뉜다고 간략하게 밝혔는데요, 저는 이런 설명이 유용하게 다가왔어요. 노랫소리는 선율이 있는 소리로 보통 긴 반면, 신호소리는 비교적 짧고 선율이 없대요. 일부 전문가들은 수컷이 암컷과 경쟁자 수컷에게 뽐내려는 소리는 노래, 포식자 새를 경계하며 내는 울음소리는 신호로 구분한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새소리를 들어봐야겠네요.

꿩뻐꾸기 소리는 사람이 내는 휘파람 소리 같아요. 자메이카도마뱀뻐꾸기 소리는 "수다스럽고 시끌시끌"하다는 표현 그대로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에요. 멕시코유리앵무 소리는 멀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해요. 흰목쏙독새 소리는 짧게 휙 지나가버려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보게 되었고요. 노랑배비단날개새 소리는 여러 선율로 이어져서 정말 노래 부르는 듯해요. 쿠바난쟁이새 소리는 '방귀쟁이'라는 현지 이름 설명을 보면서 들은 탓인지 재미있게 들렸어요. 흰부리크낙새 소리는 금관악기 같아요. 비늘무늬개미새사촌 소리는 "빈통을 울리는 듯한"이라는 설명처럼 얼핏 들으면 그저 울림, 진동 소리처럼 들려요. 주황가슴북미멧새 소리는 굉장한 고음이네요.

소리를 섬세하게 듣는 편이 아닌 평범한 제가 들어봐도, 새소리가 모두 달라요. 같은 불륨으로 듣다가 유난히 커지는 소리, 아주 작은 소리도 있고요, 너무 짧은 소리, 꽤 긴 소리, 안정된 소리, 불안한 소리, 맑은 소리, 굵은 소리, 거칠거나 요란한 소리, 친근하고 익숙한 소리, 정말 생소한 소리, 기분 좋은 소리, 더 궁금해지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의 세계와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휘파람 소리라도, 새에 따라 경쾌하기도 하고 슬픈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사람마다 생김새와 목소리가 모두 다르듯이, 당연하게도 새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다양한 성격과 감정을 담은 듯하고요.

낯선 새 이름부터 해당 새에 대한 서술, 새 일러스트, 새소리가 어우러져 말 그대로 시청각 교육 시간을 보내는 기분입니다. 각 새소리는 짧게 나오지만, 숲속에서 들릴 법한 소리를 접하게 되면 여러 번 다시 듣기를 하게 되지요. 눈을 감고 들어보면서, 마치 자연 속에 있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뭔가 조급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게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명상, 힐링 시간에 함께하면 좋을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별 새들을 보여주고 또한 각 새소리를 들려주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따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새 일러스트를 유심히 본 다음, 새소리를 들어보면 더 재미있어요. 예상했던 음색이 나오면 슬쩍 미소를 짓게 되고, 생김새와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올 때면 깜짝 놀라기도 하지요. 올빼미를 닮은 큰포투쏙독새는 짐작대로 굵은 소리꾼이었어요. 부리가 크고 특이한 토코투칸은 뭔가 긁는 소리를 내서 신기했고요, 부리가 칼 모양처럼 생긴 목도리아라카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가졌더군요. 검은머리갈대새는 암수가 가까이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른다네요. 실제로 암수가 같이 그려져 소개된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새소리를 들어봤는데요, 아침마다 새소리로 하루를 열어도 좋을 듯해요. 새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를 위한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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