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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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책에 대한 관심과 제목이 주는 의미를 붙잡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머릿속 생각은 차고 넘치는데 행동은 오히려 굼뜨기만 한 것 같은 내 모습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지금,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 나름의 의미 부여와 도구적 차원으로 접근한 독서지만, 사실 이 책은 인지조절의 뇌과학 이론서라서 내용에 대한 개인적 적용은 차치하고 내용 이해부터 선행될 필요가 있다. 먼저 '인지조절'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뇌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추적하며 여러 단계의 뇌 상태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목표를 행동과 일치시킨다. 이런 신경 메커니즘과 일련의 과정을 '인지조절'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지식과 행동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독립된 정신 기능이다. 인지조절 능력은 신경계 및 정신 질환을 겪으면서 약화되는데, 전두엽, 특히 전전두피질이 손상을 입었을 때 그렇다. 그런데 1950년대에 전두엽 절제술이 정신병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될 정도로, 전두엽 기능이 신경과학자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전두엽 손상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다 해도, 인지조절을 평가하는 수단이 표준화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지조절의 진화적 기원과 해부학적 논의 등 이론적 배경과 관련 연구 및 실험, 그 결과를 소개하고, 인지조절의 일상 속 기능, 기억과의 관련성, 일생에 걸친 변화 등을 다룬다. '후기'에서는 인지조절을 개인의 뇌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접근한 저자의 글을 살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조절 시스템은 다른 동물이나 어떤 AI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특징이 있다. 인간은 미래의 상황과 목표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고, 그 미래를 이루기 위한 복잡한 행동을 그릴 수 있다. 이를 '일화적 미래 사고', '구성적 행동 조절'이라 칭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려는 '안정성'과 중간에 끼어드는 일들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능력도 인지조절 체계와 관련된다. 이 책에서 신경망 모델, 작업기억 게이트 등 기존 연구와 실험에서 사용된 전문 용어를 비롯해, 뇌과학의 최근 성과들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단언이나 판단하는 서술 방식이 아니라, 저자의 에피소드로 쉬운 이해를 돕고 객관적 자료 제시와 이를 통한 결론 도출을 보여준다.


책 내용 중에서 특히 멀티태스킹과 기억, 생애주기 등에 주목했다. 저자는 인간이 멀티태스킹에 서툴다는 것, 우리 뇌에는 동시에 두 과제를 병행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디지털 미디어 기기로 인해 주의를 빼앗기는 일이 많은 현대인은 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일을 해내야 할 때가 있지만, 결과는 낮은 성적이나 업무 효율성 저하로 나타날 뿐이다. 인지조절을 이해하면 그 이유와 한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디지털 유목민인 현대인이 모델로 삼아야 할 대상은 극작가 유진 오닐일까. 그는 동시에 두 작품을 썼다고 전해지는데, 동일한 책상에서 작업하지 않았다. 저자는 두 책상, 각기 다른 그림과 장신구가 멀티태스킹에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어쩔 수 없이 동시에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최대한 주어진 환경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책 속의 질문도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이미 지나간 실수에 대한 집착,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곱씹음 등 우리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잡념이 참 많은 게 사실이니까. 이 책에서는 좀 심각한 차원의 '생각'인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중독을 언급하고, 억제와 관련해 인지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우리가 억제를 하거나 하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 중의 하나로 '동기화'를 들고 있다. 인지조절은 조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과 정신적인 노력을 저울질하는데, 이러한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동기화'란 가치 있는 결과를 안겨줄 과제를 추구한다는 맥락이다.


기억의 소급과 관련해 "인출 방정식은 비용의 최소화와 이익의 최대화"라는 경제성이 대두된다. 수학 공식처럼 자신에게 유익한 기억만 저장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우울증 환자의 기억장애를 다루는데, 이는 내적 우선순위 체계가 붕괴된 상태다. 우울한 사람들이 부정적 사건을 더 잘 기억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로 인해 중뇌의 도파민 분비가 둔화되고 이로 인해 해마 조절로 긍정적 사건을 기억하는 기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또한 인지조절은 생애주기마다 변화하는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체계 없는 놀이'를 통해 오히려 인지조절을 스스로 주도하며 배울 수 있다는 대목을 유심히 보게 됐다. 저자는 광고성 인지 훈련을 경계하되 인지 체계의 끊임없는 가동을 역설한다. 어쩌면 변화무쌍하고 요즘처럼 불안을 야기하는 세상 속에서, 인지조절의 뇌과학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뇌의 조절 체계가 대응하게끔 최적화된 세계와 갈수록 멀어진다. 이때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하여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것이 인지조절의 기능이다. 이렇게 인지조절의 역할은 계속 변하고, 기능 그 자체도 함께 변한다. (중략) 나는 인지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평생 자기 삶에 대한 주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431쪽)


인지조절은 궁극적으로 주도적이며 자율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스스로 자문해봤다. 가치 혹은 동기화는 내 안에 가득한 것 같은데 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이토록 더딜까. 정보 인출의 관점으로 기억을 바라봄으로써 저자가 권한 '능동적인 학습'을 내가 추진하려는 계획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이와 함께, 아이의 인지조절을 발달시키는 놀이, 부모님의 인지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뇌 활동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고 싶어진다. 개인적인 일상이 어그러져 있다면, 뇌의 전두엽, 인지조절 기능을 점검해볼 일이다. 그 과정 가운데 이 책을 길잡이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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