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끼야콩! 웅진 우리그림책 86
황은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만 봐도 눈부신 그림책이 나왔어요. 형광 분홍색이 돋보이는 표지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어요. 그 안에는 한 아이가 책을 펼친 채 어딘가를 바라보는 장면이 보여요. 제목과 그림작가, 출판사명은 흰색으로 되어 있는데요, 특히 제목 서체가 한 글자마다 그림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앞표지만으로 할 말이 많아지는 그림책이네요. '그런데 끼야콩이 뭐지?' 하는 궁금증을 가득 안고 한 페이지씩 넘겨봅니다.

처음 보는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두 팔은 길고 머리 양쪽에 뿔이 난 캐릭터가 요리조리 움직여요. 함께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신기한 표정을 지어요. 아이는 그 캐릭터가 내는 소리에 웃기 시작하더니, 독특한 다른 캐릭터들이 내는 소리들에 더 크게 웃네요. 어떤 소리들인지, 직접 그림을 보면서 또한 큰 소리로 읽으면서 들어야 제대로 실감이 날 거예요. 솔직히 책 소개에서 괴물들이 등장한다는 대목을 보고, 어떤 캐릭터들이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아무리 봐도 '괴물' 하면 떠오르는 무섭고 이상한 얼굴이나 표정은 없어서 다행이었고요, 오히려 모두 귀여운 장난꾸러기 아이들 같아 유쾌했어요. 그들과 함께, 주인공 아이가 신나게 놀이하는 장면들이 이어져요. 페이지마다 상상 이상의 그림들이 펼쳐져서 흥미를 더해줍니다.

이 그림책은 재미있는 요소가 참 많아요. 기발한 상상과 독특한 말뿐 아니라, 내지에서도 표지의 형광 분홍색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주인공 아이가 입은 잠옷이 그렇고, 아이의 이불도 그렇고, 아이가 펼쳤던 책도 그래요. 눈에 띄는 그 색감만 따라가도 즐거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름인지 감탄사인지 모를 "쿠앙!"을 외치는 캐릭터가 아이의 이불을 쓱 가져갔지요. 그 이불을 찾으러 아이는 쫓아가고요, 그 이불은 낙하산, 깃발, 트램펄린으로 변신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끼야콩!"을 외쳐요. 아주 많이 즐거운 감탄사 같기도 하고, 더 큰 재미를 부르는 요술 주문 같기도 해요. 사실 그 뜻이 무엇이든 상관없겠지요. 그렇게 외칠 때 아이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니까요. 아이는 더 이상 이불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여요. 언제까지나 새로 만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나 봐요.

그림책의 마무리가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이든 상상이든 그곳을 벗어나 아이는 자기 방 침대로 돌아와야 하니까요. 이불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글쎄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불 안에만 있다면 자신만의 "끼야콩!"을 만날 수 없겠지요. 이 그림책을 여러 상징으로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저 한바탕 즐거운 그림과 소리로 읽어봤어요. 개인적으로 마음 가라앉는 일들이 좀 많았던 하루였기에, "다 잘될 거야. 괜찮을 거야. 좋아질 거야." 하는 행복 주문처럼 "끼야콩!"을 크게 외치고 싶어지네요.

주인공 아이도 환하게 웃고, 함께 그림책을 보는 아이와 어른도 덩달아 웃게 되는 책이에요. 2018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그림을 바탕으로, 이 그림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해요. 황은아 작가의 다음 그림책이 기다려집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