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아이 두뇌를 변화시킨다
이쿠타 사토시 지음, 최미숙 옮김 / 루미너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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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을 기준 삼았다. 가공식품이나 달고 짠 것, 밀가루를 아이에게 절대 주지 말자고. 그 시기가 지난 이후, 아이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고 있나 하는 점검이 필요했다.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음식은 통곡물, 채소, 콩류, 과일, 육류, 어패류 등이고 가짜 음식은 가공식품, 냉동식품, 설탕, 흰 밀가루, 정크푸드 등이다. 대체로 아이를 위해 진짜 음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가짜 음식에 경계를 풀고 있는 게 아닌지. 유기농 우리밀 재료를 골라도 실상 밀가루 아닌가. 이 책은 약학박사이자 뇌 교육학자가 쓴 것으로, 아이의 음식 섭취가 두뇌 발달과 크게 연관된다는 전제로, 뇌 건강에 좋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 약과 백신이 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다.


이 책의 장점은 상세한 음식 추천도 그렇지만, 각 영양소 섭취와 관련해 몇 가지 항목을 제시하여 아이의 상황을 세부적으로 진단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필수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하는지 여러 항목을 체크해본 후 다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필수지방산이 무엇이고 그게 결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며 무엇을 어떻게 섭취해야 할지를 알게 되는 식이다. 참치는 수은을 다량 함유하므로 7세 이하 아이는 자주 먹지 말라는 주의사항도 참고할 수 있다.


저자는 3대 영양소뿐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을 강조한다. 특히 미네랄은 아이 뇌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데 필요하단다. 예를 들어 저자는 아이가 피곤하고 나른하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철 결핍성 빈혈 증상이라 말하면서, 해당 영양소 섭취를 위해 필요한 음식을 알려준다. 어떤 문제 혹은 증상에 따라 약 처방이 아닌 음식 처방을 해주는 셈이다. 이 책으로 아이를 위한, 궁극적으로는 나와 가족 모두를 위한 음식 처방을 받아보자!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더 나쁜 이유, 안전성이 의심스러운 인공감미료의 종류, 식품첨가물과 카페인 식품, 트랜스지방산의 위험성, 당질제한식과 양식 연어의 해로움 등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약과 백신 정보도 볼 수 있어서 좋다. 해열제 과잉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발열이 몸의 방어반응이라고 이해하고 있었지만, 막상 아이가 열이 계속 오를 때 초조해져서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해열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 이후 심한 고열, 병원 입원까지 이어졌기에 당시 당연한 행보였다고 생각하지만, 해열제를 쓸지 말지의 상황 판단이 중요할 터이다. 저자는 해열제를 비롯한 항생제, 종합감기약, 기침약, 설사약, 타미플루, 항우울제, ADHD로 인한 리탈린 복용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저자는 백신이 인류에 얼마나 공헌했나 하는 물음에 1퍼센트 혹은 그 이하라고 답한다. 또한 백신 성분에 대해 조목조목 알려주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다. 일본인 저자라서 일본의 백신 현황을 명시했는데, 그 나라는 1994년 백신 접종이 강제에서 자율로 바뀌었단다. 특히 우리나라는 영유아에게 강제하고 있는 MMR이 거기서는 오래전 폐지 상태다. 현재 코로나 백신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영유아 필수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다룬다.


한마디로, 의사가 말하는 심신의 증상별 음식 처방과 양약 복용 및 백신의 신중한 판단 권유를 담은 책이다. 앞으로 식사 준비를 하면서 아이의 몸 건강, 나아가 뇌 발달을 책임진다는 각오를 다져볼 일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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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생리학 교과서 - 내 몸이 왜 아픈지 해부학적으로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생리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장은정 옮김, 이시카와 다카시 외 감수 / 보누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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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누스 출판사의 인체 의학 도감 시리즈 중 이번에는 생리학 편으로, 우리 몸의 기본 기능과 원리를 다룬다. 이런 지식을 통해 내 몸의 이상 유무와 아픈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볼 만한 인체 관련 책을 찾았다. 사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교과서' 같은 다소 딱딱한 서술이기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흥미 위주의 내용만 간추려서 구성된 책보다는 인체 전반에 걸친 그림자료 및 설명이 실린 이 책이 오히려 아이가 처음 인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예전에 아이에게 호두를 보여주며 우리 뇌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뇌 그림을 보여주며 "정말 호두 같지?" 하면서 관련 내용을 간략히 말해주었다. 또한 달팽이관 그림을 보여주며 "우리 귀 안에 달팽이가 있어. 신기하지?" 하면서 그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우리 몸에는 몇 개의 뼈가 있을까?" 하고 질문한 후 몸의 뼈 그림을 같이 보면서 답(206개) 확인도 해봤다. 이렇듯 이 책은 그림자료를 바탕으로 온 가족이 우리 몸의 기능과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인체 배움 기본서다.


이 책은 단순 지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병에 대한 이해와 치료 및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건강한 몸을 위한 필독서인 셈이다. 생리학의 기본 개념과 분류 등을 제시한 다음, 저자는 생명 유지의 필수 장기인 소화기, 호흡기, 콩팥 및 비뇨기, 순환기 계통을 소개하고 이들 기능을 조절하는 내분비, 뇌신경 계통을 간략히 설명한다. 또한 인체의 최소 단위인 세포, 유전자 본체인 DNA, 인체에 필요한 물질은 5대 영양소를 서술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소화 기관의 작용과 대사를 다룬 '소화의 원리', 콩팥의 기능과 소변 배출을 다룬 '배설의 원리', 호흡과 가스 교환 및 운반을 다룬 '호흡의 원리', 혈액의 기능과 순환, 심장 및 혈관의 기능을 다룬 '혈액과 순환의 원리', 내분비계의 기능과 호르몬 작용, 생식 기능을 다룬 '호르몬 분비의 원리', 신경 계통과 신경 구조 및 기능, 감각의 원리를 다룬 '신경의 원리', 근육의 종류와 구성, 기능, 뼈의 구성과 골격의 기능을 다룬 '근육과 골격의 원리', 뇌의 구조와 작용, 척수의 기능, 뇌신경을 다룬 '뇌의 원리'를 설명한다.


목구멍 구조를 들여다보며 식도가 꽤 좁구나 하고 실감한다. 귀관 편도는 귀로 이물이 침입하는 것을 막고, 인두 편도는 목구멍으로 이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넘기고 있지만 실상 음식물이 식도로 내려가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많은 것이다. 특히 물렁입천장은 후두덮개와 함께 음식물이 각각 코와 숨관으로 넘어가지 않게 돕는다. 한때 연하곤란을 겪은 가족의 경우는 어떤 기능이 문제였을까. 뇌신경과 연관된 결과가 삼킴장애였기에, 이 책에서 '12쌍의 뇌신경' 항목을 살펴본다. 혀 인두 신경 쪽이 약해졌던 것일까. 삼키기의 어려움은 '호흡 운동' 항목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흡인성 폐렴은 음식물 등이 입안의 세균과 함께 숨관이나 숨관 가지로 들어가서 생기는 허파의 염증으로, 고령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소화 기관의 작용을 살피다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주목해본다. 위궤양과 위암 발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것으로, 그것의 유무는 혈액 검사, 날숨 검사, 내시경을 통한 위 조직 검사로 알 수 있다고 한다. 항생제를 1주일간 복용하면 약 80퍼센트가 제거된단다. 여기서 의문! 그러면 나머지 20퍼센트를 남겨두는 것은 무방하다는 의미일까. 책 내용을 읽다가 이런저런 궁금증도 가져본다.


해당 항목에 대한 객관적 서술과 별도로 이 책은 의학 상식 및 칼럼도 실어놓았는데, 주로 몸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정보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적정량은 얼마일까?' 하는 내용이 있다. 작은 술병 하나(맥주 1캔, 와인 1잔 정도) 음주하는 사람은 아예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오래 산다는 연구 보고가 많다고 한다. 음주량이 늘게 되면 알코올성 간 질환과 큰창자암 확률이 높고 원래 못 마시는 사람이 무리하게 마시다 보면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많이 높단다. "철이 부족하면 적혈구가 감소해 빈혈이 생긴다"는 정보도 주목해봤다. 철분 부족시 헤모글로빈이 충분히 합성되지 못해 적혈구 크기가 작아지고 헤모글로빈 함량은 줄어든다고 한다. 적혈구 주위의 산소 결합량 감소로 온몸의 세포로 보내지는 산소 양도 줄어들어서 빈혈이 생기는 원리다. 숨이 차거나 무기력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만성 빈혈을 가진 사람은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백신 부작용으로 가족 중에 피부질환을 심하게 겪는 분이 있다. 가려움과 통증이 같이 있는 경우인데, 책 속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어서 주의 깊게 읽어봤다.


"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물질인 히스타민이 통각 신경을 활성화하고, 브래디키닌과 캡사이신 등 통증의 원인 물질이 가려움에 대한 신경을 활성화시킨다. 가려움과 통증은 이처럼 서로 관련이 있다."(198쪽)


가렵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원리가 간략하나마 이렇단다. 가려움의 대표 원인 물질이 히스타민이라는 것일 뿐, 가려움의 유발 원리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미지의 영역이구나. 우리의 인체 구조는 정말 세밀하고 그 기능과 원리는 들여다볼수록 복잡한 것 같다. 이 책으로, 인체의 신비를 새삼 실감해본다.


혈액의 기능 가운데 백혈구의 작용에서는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의 원리를 다루고, 혈관의 기능 중 심장 동맥과 관련해서는 협심증과 심근 경색의 차이를 보여준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과 갑상샘 기능 항진증을 구분하는 내용도 나와 있다. 이처럼, 우리 몸의 기능과 원리를 그림자료와 함께 살펴보면서 자주 헷갈렸던 개념이나 건강 정보도 확실히 알 수 있는 책이다. 나를 비롯한 가족 모두, 자기 몸의 구석구석 어떤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정말 중요할 것이다. 아는 게 힘! 이 책은 건강을 지키는 기본 바탕이 되어줄 지식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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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가루 웅진 우리그림책 87
이명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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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사는 토끼가 달 가루를 모은대요. 이 정도만 알고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 <달 가루>를 기다렸어요. 어떤 상상이 펼쳐질지 궁금했지요. 작가 소개를 보니, 사람들이 버린 택배 상자들로 가득한 세상 이야기 <상자 세상>을 그린 분이군요. 이번에는 글 작업도 함께한 것인데요, 만화식 그림 분할을 비롯해 전체 그림의 크기 배치가 다양하고 각 그림에 따른 글이 상세한 특징이 있습니다.


달 토끼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어요. 먼저 달의 크기를 조절하지요. 둥근 보름달을 점점 작게 해서 손톱 혹은 눈썹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다시 점점 커지게 해서 동그랗게 만들어냅니다. 마법은 아니고요, 힘든 노동이 필요한 일이랍니다. 달 토끼를 돕는 꼬마 로봇인 '로보'가 있어서 다행이지요. 그런데 불청객이 또 찾아왔네요. 바로 분홍색 곰벌레인데요, 그는 달 토끼가 애써 모은 달 가루를 쏙쏙 집어먹습니다. 이름 그대로 곰 크기, 실제는 코끼리보다 몸집이 더 큰 벌레입니다. 작가는 특이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전혀 무섭지 않으니, 어린 아이들도 놀랄 일은 없을 거예요. 오히려 아이들의 웃음을 유발할 요소이지요.

달 토끼의 또 다른 임무는 달 가루를 만들고 모아서 세상에 뿌리는 거예요. 곰벌레 때문에 그 일이 매번 실패로 돌아갔지만, 싸워봤자 힘에서 밀리기만 하던 달 토끼는 곰벌레와 함께 일하기로 해요. 진작에 그랬으면 좋았을 만큼 일이 척척 잘 진행됩니다. 어느새 불청객이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이 책의 끝에 이르면 세상에 뿌려진 달 가루의 정체를 알 수 있습니다. '혹시' 하고 예상한 게 있으시다면, 그게 맞아요. 그런데 그 예상이 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연만물은 사계절마다 반복되지만 언제나 새로움을 주잖아요. 특히 우리의 마음이 새로워질 때요.

이 그림책의 새로움도 마찬가지예요. 달에 사는 토끼, 절구로 빻아 무엇인가 만드는 모습은 이미 공유된 상상인데요, 작가는 달 토끼가 달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달 가루를 만들고 모아서 세상에 뿌린다는 신선한 설정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친구들인 분홍 벌레와 작은 로봇도 재미있어요. 내가 계획한 일의 방해꾼이라고 생각한 대상이 어쩌면 환상의 파트너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줍니다.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에 따라서요.

개인적으로는 달 토끼의 규칙적인 일상이 인상적이었어요. 알람에 맞추어 일어나서 식사하고 양치질을 한 후,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중간중간 휴식과 여유도 즐기는 모습, 임무를 마친 후 행복한 모습까지. 우리의 하루하루도 그렇잖아요.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습관적인 일들, 주어진 그날의 일과가 되풀이되지요. 현대인들이 달 토끼와 다른 점이라면, 휴식과 여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 행복감을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달 토끼가 친구들과 함께 힘써 노력한 결과물이 모두에게 웃음과 기쁨이 되는 장면도 참 좋아 보여요. 어쩌면 이 세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곱게 갈아놓은 '달 가루'가 아닐까요?

띠띠띠띠, 삐빅, 부스럭, 촤락, 사각사각, 휘리리릭, 콩콩콩. 아이들이 의성어를 실감나게 읽어볼 수 있어요. 그림책 속에 꽤 많은 소리 표현이 나오지요. 아이들과 더불어 달 토끼의 성실함과 인내도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듯해요. 무엇보다 '달 토끼는 과연 달 가루로 무엇을 만들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흥미롭게 펼쳐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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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갑을 주웠어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유명금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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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특정 나이에 한정된 분야는 아닌데요, 가끔씩 아이 또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을 일부러 찾아볼 때가 있어요. 책으로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나보는 시간은 지금 같은 비대면 시대에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유아부터 저학년 아이들이 보기에 딱 좋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앞표지의 귀여운 그림체가 눈길을 끌고 제목이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들지요. <빨간 장갑을 주웠어>입니다.


그림책 속 아이는 빨강을 많이 좋아해요. 모자부터 옷, 신발 모두 빨강일 정도로요. 그러니, 어느 날 길에서 빨간 장갑 한 짝을 발견한 아이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요. 슬쩍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져요. 자기가 줍는 것을 누가 본 사람이 없나 주변을 살피다가, 오히려 더욱 시선을 모으는 행동을 하는 아이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빨간 장갑 한 짝이 꽤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군요.


두근두근. 쿵쾅대는 마음 때문에 아이는 장갑 주인을 찾아나서기로 합니다. 몰래 가지고 싶은 마음을 버린 것이지요. 주변 아이들도 장갑 주인 찾기를 돕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대면해요. 아이는 지레짐작, 주인일 것 같은 사람에게 장갑을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오지요. 그러다가 뒤늦게 알게 됩니다. 자신이 두 가지 빨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와 나눌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듯해요.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 찾아준다는 것, 찾아나선다는 것, 그리고 '빨강'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빠져 빤히 보이는 현실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림책의 결말을 보며 아이가 반문했지요.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얼핏 그림책 속 아이가 엉뚱하거나 내용이 엉성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설정이 숨은 메시지 혹은 여운을 주는 요소라 할 수 있어요. 무엇인가 좋아하는 게 지나칠 때 욕심이 생기고 눈을 가리우며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그림책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려보게 되네요. 최근에는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둔 장갑 두 짝을 잃어버렸지요. 분명히 집을 나설 때는 주머니에 넣었다는 기억만 생생할 뿐인데요, 비슷한 검정 장갑이 또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어요. 아무튼 자기 물건을 잘 간수하자는 교훈, 그 이상을 생각해보게 되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체가 아기자기하고 앞뒤 표지 안쪽의 그림찾기와 미로찾기도 해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즐거운 독서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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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완치설명서 - 뇌신경학 박사 박지현의 어지럼증 이야기
박지현 지음 / 피톤치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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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가족들 가운데 어지럼증으로 심하게 고생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처럼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비인후과에 가서 전정기관 이상 유무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갑자기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직장 조퇴를 했던 때였다. 당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심리적, 일시적 증상이라고 진단받았다. 이후에도 가끔씩 온 세상이 핑핑 돌거나 멀미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는데,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어간다. 잠 부족인가, 소화불량 탓인가, 신경성인가 내 마음대로 자가 진단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어지럼증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들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현재 병원 뇌신경센터와 어지럼증 클리닉에서 어지럼증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집필 의도에 걸맞게 '어지럼증에 대해 잘 정리된 한 권의 책'이다.


저자는 어지럼증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그 기원을 서술하고,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여러 질환들을 상세히 설명하며, 일상 습관과 의학적 접근을 아우르는 치료 방법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진료 환자의 실제 사례를 재구성하고 설명 곳곳에 일러스트와 표를 배치해서 친근하고 쉬운 이해를 돕는다. 5년 전 림프종으로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책 구상을 했다는 저자의 사연이 특별하게 와닿았다. 어지럼증에 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진료 경험을 모두 전해주고 싶은 열망도 행간에서 읽혔다. 저자는 335쪽 분량의 글을 써냈으면서도, 실상 담고 싶은 내용이 많아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성실한 저자의 꼼꼼한 설명을 재미있게 구성한 책이라 할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감각계, 중추신경계, 운동계가 서로 조율하고 통제하며 만들어내는 것이 몸의 균형이다. 세 기관 중 어느 하나라도 불완전하면 몸에 문제가 생기는데 그 느낌이 '어지럼증'이다. 이것은 병명이 아니라 증상으로, '나'의 어지럼증과 '너'의 어지럼증이 판이하기에 개인의 증상별, 경과별, 원인별로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책 내용을 참고하여 세부적으로 진단해볼 수 있다. 내 경우를 적용해보면 각각 현훈증, 급성, 복합성인 듯하다.


어지럼증과 관련된 오해를 바로잡는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사실과 접했다. 소화불량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오심과 구토가 동반 증상일 뿐 어지럼증의 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지럼증의 강도가 심하다는 의미니까 정확한 규명과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종 어지러우면서 메슥거릴 때 '뭘 잘못 먹었나?' 하고 되짚어보곤 했는데, 결국 잘못된 자가 진단이었던가?


이 책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뇌졸중과 편두통 등의 뇌 이상,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등의 속귀 문제를 비롯해 눈과 귀가 아닌 심인성과 외상의 원인, 자율신경계 이상, 내과적 소견, 멀미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그 외에 성별, 나이, 지속성에 따른 어지럼증의 구분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책 내용 중에 노년기의 어지럼증 가운데 이석증은 흔한 질환이라는 정보도 있었다. 이석증이란 머리가 어딘가에 부딪쳤을 때만 생기는 증상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골다공증 같은 칼슘 대사의 이상과 속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약해진 이석이 쉽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몰랐던 정보도 제대로 알아가는 기회를 가져본다.


이 책을 통해, '어지럼증'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미리, 나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어지럼증을 악화시키는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일부터, 일상 속 생활 습관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안내하는 어지럼증의 대비책, 대처법, 그리고 치료법을 수시로 혹은 필요할 때마다 펼쳐볼 수 있는 '어지럼증에 관한 가정상비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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