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은 플라스틱이야 - 재활용 환경을 지키는 어린이
해리엇 브런들 지음, 이계순 옮김 / 풀빛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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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해리엇 브런들의 환경 그림책 두 번째를 소개합니다. 앞서 '서식지 보전'을 살펴봤는데요, 이번 주제는 '재활용'입니다. 노란색 표지 바탕이라 초록 재활용 분리수거함이 더 눈에 띄는 것 같네요.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가 등장해서 이야기 중간마다 말을 걸어줄지 기대하며 책을 펼쳐봅니다.


플라스틱 병 캐릭터가 등장했어요. 그러면서 "쓰레기 매립지는 우리 지구에 좋지 않아." 하는 말을 해요. 쓰레기 매립지란 땅에 구멍을 크게 파고 쓰레기를 묻는 곳이라는 설명, 쓰레기로 가득한 그림과 함께요. 뒤이어 재활용의 뜻이 나옵니다. 버려진 물건이 쓰레기 매립지로 가지 않고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지는 것. 재활용 마크, 곧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나타내는 표시도 소개됩니다. 그리고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버려진 물건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요.


수거 차가 물건들을 싣고 가서 선별장에 내려놓으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각 물건들이 종류별로 분류됩니다. 그전에 잘못 들어온 것들은 도로 거둬들이고요. 이 대목에서, 선별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개인마다 재활용품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겠구나 싶어요. 재활용 과정을 거쳐 종이는 종이로, 유리는 유리로 다시 만들어지고 플라스틱은 포장지, 페트병,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이 책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특히 장난감의 경우, 무조건 분리수거함에 넣지 말고 근처 재활용 센터에 가서 재활용 여부를 확인하라고 나와 있어요.


결국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어떤 물건을 사용하기 전에 그 물건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재활용은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는 말을 상기해봅니다. 사실 재활용 이전에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 불필요한 구매는 없는지 돌아보는 게 우선순위인 게 맞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페트병을 연필꽂이로 활용하는 예가 나와 있는데요, 저희 집의 경우 0.5리터 페트병 여러 개를 모아 아이의 볼링 핀으로 활용하고 있지요. 이미 구매해서 사용 중인 플라스틱을 툭 내던지기보다 여러 용도로 써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겠어요.


금방 버려질 물건을 구매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소비하는 것도 환경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책이었어요. 그럼, 다음 시리즈 '재생 에너지' 편을 기대해주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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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사라진다면 - 서식지 보전 환경을 지키는 어린이
해리엇 브런들 지음, 이계순 옮김 / 풀빛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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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환경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풀빛 출판사의 '환경을 지키는 어린이' 시리즈인데요, 수십 권의 어린이 교양 도서를 써왔다는 영국 작가 해리엇 브런들이 글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글쓴이'로만 소개된 것으로 미루어, 책 속의 일러스트는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것 같아요. 이 시리즈는 서식지 보전, 재활용, 재생 에너지, 지속 가능한 생활 등의 주제별로 책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서식지 보전'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어떤 내용과 그림을 담은 책인지,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먼저 서식지의 뜻이 나옵니다. 식물과 동물이 사는 곳이 서식지인데요, 지구 곳곳의 숲, 바다, 사막을 말하지요. 모든 동물과 그들이 사는 서식지는 생태계의 일부분입니다. 현재 많은 서식지와 생태계가 위험에 빠져 있는데요, 이는 자연적 원인과 인위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어요. 홍수, 토네이도, 산불 등의 자연재해와 벌채를 비롯한 환경 오염이 그 예입니다.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파괴되면 그곳의 동식물은 어떻게 될까요?


이 책에서는 동물의 멸종 단계로 취약, 위기, 위급을 보여주고, 적색 목록인 위급이 되면 해당 동물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대표적인 예로 오랑우탄이 소개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서식지를 보전할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는 묘목이나 꽃을 심는 방법, 환경 보전 단체인 세계 자연 기금(WWF)의 활동, 쓰레기를 줄이고 가능하면 재활용하는 개인적인 노력을 제시하고 있어요.


26페이지의 짧은 분량인데 꽤 알찬 내용을 담고 있네요. 멸종, 벌채, 훼손 등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책 말미에 그 뜻을 풀이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뭔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딱딱하면 아이들이 책에서 금방 눈을 돌려버릴 텐데요, 이 책은 페이지마다 그림이 나와 있고, 귀여운 묘목과 나뭇잎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해서 이야기 중간마다 한마디씩 하지요. 아이들이 책 내용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친구들인 셈이에요.


실제로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보니, 아이는 전체적인 설명 위주의 글보다는 이 캐릭터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에 더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아이에게는 나뭇잎의 무서워하고 놀라며 슬퍼하는 표정이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 듯해요. 왜 나뭇잎이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자연스럽게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에게 오늘날 환경 문제를 알리고 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도록 의도한 창작 그림책, 동화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책은 환경과 관련해 아이들이 알아야 할 기본 개념과 지식을 차근차근 알려준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함께 보는 어른 독자도, 다시금 해당 개념과 지식을 상기해볼 수 있는 책이에요. 그럼, 다음 시리즈 '재활용' 편을 기대해주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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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내 몸 설명서 - 한방부인과 전문의 황덕상의 여성 건강 처방전 EBS CLASS ⓔ
황덕상 지음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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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서히 2021년이 마무리되는 시간입니다. 많이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이 책으로 올해를 마감하는 서평을 쓸 수 있어서 좋아요. <여성을 위한 내 몸 설명서>인데요, 한방부인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여성의 건강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한때 복통이 심해서 내과를 찾아가 이런저런 검사도 받고 의사로부터 신경성, 과민성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얼마 동안 양약을 복용했지만 복통은 계속 이어졌고, 한의원을 찾아가 침과 뜸 치료를 받게 되었지요. 순전히 한의학적 치료 덕분에 몸이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제 몸과 마음을 더 편하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몸 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데는 서양의학의 장비들이 필요하겠지만, 평소의 건강을 챙기는 데는 우리 몸을 '소우주'로 보는 한의학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어요. 이 책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한의학 건강서적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펼쳐봤습니다.


이 책은 차례부터 명료합니다. 1부 '차이의 건강법'이란 남성과의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 여성의 건강법을 뜻해요.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월경, 임신, 출산, 폐경, 노년과 관련한 여성 건강입니다. 2부 '일상의 건강법'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지혜를 의미해요. 여기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다이어트, 불면증, 수족냉증, 화병, 암 등입니다. 부록으로 그림과 함께 적용해볼 수 있는 운동법, 지압법도 소개해주고 있어요. 이 책은 여성이라면 모두 봐야 할 건강서적인데요, 차례 구성을 보면서 당장 자신에게 해당하는 내용부터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배우자 혹은 어머니의 건강에 관심을 가진 남성이 함께 본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어요.


한의학에서는 양에 비해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음의 성질을 진단하기 어렵다고 본답니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족냉증, 소화불량, 기 순환의 문제로 발생하는 화병을 더 많이 겪는다고 해요. 이 책을 통해 각 시기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는 월경통, 순환의 문제로 보는 자궁내막증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월경'의 의미를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는 조경과 연관해 서술한 대목이 인상적이에요. 꽃과 나무를 잘 자라게 하고 열매를 풍성히 맺게 하기 위해 땅에 거름을 주고 영양을 공급하듯이, 순조로운 월경을 위해 규칙적인 식사, 적절한 영양 공급, 운동이 필요합니다. 월경통이 진통제 하나로 귀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갱년기' 증상에 대한 내용 가운데 "물불 안 가린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음양, 곧 음에 해당하는 물과 양에 해당하는 불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갱년기 증상이란 둘의 균형이 깨진 결과라고 해요. 갑자기 화를 내고 감정이 변하는 갱년기 여성들이 물불을 못 가릴 수밖에 없다는 맥락이지요. 물이 없으니 불이 우세해져서, 물의 기운을 올려 불의 기운을 내리는 '수승화강'의 요법으로 치료를 합니다. '폐경'과 관련한 대목을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펴봤는데요, 저자는 반복적으로 달라진 자신을 인정하라고 말하는군요. 특히 체중 증가 및 체형의 변화에 대해서요. 중년 이후 여성은 매년 2-3퍼센트씩 근육과 뼈의 손실이 일어나 기초대사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운동의 중요성도 강조됩니다.


'다이어트' 항목에서는 연령에 따른 다이어트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것, 사상의학의 체질별 식이요법과 운동 처방을 제시합니다. '화병' 항목에서는 간, 비장, 신장, 그중에서 특히 간이 여성 건강의 핵심적인 장부라고 서술하는데요, 흔한 여성 질환인 질염이나 대하도 간의 열과 관련된다고 해요. 화를 잘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화병은 스트레스를 참고 감정을 억압한 결과 생기기 때문에 화가 넘쳐흐르기 전에 잘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화란 너무 참아서도 안 되고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표출해서도 안 된다. 화를 내는 과정에서 실수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192쪽)


올해 화를 잘 냈었나, 문득 돌아봅니다. 너무 참아서 숨막히게 갑갑했던 적도 있었고, 무작정 표출해서 더 화가 나는 상황도 있었던 듯해요. 이 책을 통해, 스스로의 몸과 마음 상태를 진단하고 저에게 해당되는 대목, 엄마께 해당되는 대목을 관심 있게 보게 되었어요.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 안정된 수면, 평안한 마음 등의 일상 속 건강이 삐거덕거릴 때, 한의원의 문을 두드려봐도 좋겠지요. 가령 마음속에 쌓아두거나 잘못 표출된 화가 어떤 질병의 이름으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기 전에 그동안 소홀했던 몸과 마음을 점검해볼 수 있겠어요. <여성을 위한 내 몸 설명서>를 기본 지침 삼아서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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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가 있는 박물관
박현정 지음 / 선한능력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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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을 만한 옛이야기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어요. <옛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인데요, 정말 책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제목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옛이야기 열 편을 담았을 뿐 아니라, 각 이야기와 연관된 여러 궁금증을 책 안에서 곧장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QR코드를 통해 지리정보, 가상현실, 지식관계망 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한 권의 책이 곧 박물관이 되는 셈이지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멀티미디어형 책 속으로 더 들어가봐요.


먼저 차례를 보면, 열 가지 이야기와 관련된 초등 교과목과 해당 학년 표시가 각각 나와 있어요. 그림 및 사진 자료가 들어 있어서 초등학생보다 더 어린 독자들도 볼 수 있겠는데요, 제가 아이와 함께 직접 이 책을 읽고 활용해본 결과 유아들 입장에서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그림이 더 많이 나왔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야기만 나와 있는 게 아니라 부수적인 자료가 덧붙여진 책이라서, 각 이야기 자체가 간략하게 압축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더욱 재미있게 풀어주는 방식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야기 선별은 주제에 따른 듯합니다. 효, 형제간 우애, 협동, 정직, 용기, 지혜 등의 가치를 다룬 내용, 경솔함을 경계하는 내용, 재치를 보여주는 내용, 상상 속 동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지혜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지혜로 승리한 권율 장군'이나 '문제 해결사 다산 정약용'에서 보듯이, 지혜가 위기를 모면하게 해주고 문제도 해결해준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이 책에서 제시한 주제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령 '금을 던져버린 형제 이야기'에서 독자 나름대로 의견을 말해볼 수 있는 것이지요. 황금보다 우애가 더 소중한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연히 발견했던 금을 다시 던져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각자 견해가 다를 수 있을 테니까요.


'최고의 바느질 친구들'을 예로 들어,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소개해볼게요. 이 내용은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조선 시대의 글을 바탕으로 했는데요,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읽어봅니다.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그림 자료가 많이 들어 있는 편이에요. 바느질 잘하는 아가씨를 비롯해 바느질 친구 일곱인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모두 그림으로 표현되었으니까요.


재미있는 이야기 읽기를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QR코드로 영상을 볼 차례입니다.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책이 있는 국립한글박물관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으로 열기구를 타고 떠나봅니다. 그리고 아가씨와 바느질 친구들을 가상현실로 만나본 다음, 조선 시대의 바느질 도구들과 문방사우를 유물로 관찰할 수 있어요. 내용 설명 가운데 "남자들의 문방사우"라는 표현이 나왔는데요, 문득 궁금증이 생겼어요. 조선 시대에 문방사우와 친했던 여자들 혹은 바느질 도구와 친했던 남자들은 정녕 없었던 것일까 하고요. '더 알아보기' 코너를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 시대 다리미, 자, 가위 등의 유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책 속에 제시된 고전문헌을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많은 옛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요. 또한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 견학을 직접 해보면 참 좋겠구나 싶었지요. 마치 점 잇기 놀이처럼, 이 책은 단편적인 지식을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줍니다. 그 정보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의 배경인 조선 시대가 형상화될 수도 있겠고,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일상 속 물건들의 의미도 알아갈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이야기가 주는 교훈과 재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품은 박물관, 박물관을 담은 이야기책을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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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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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의 저자로서 이근후 님을 알게 됐다. 그 책에서는 인상적인 구절들이 많았는데, 누군가 나이 들어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80대 중반인 저자는 "나이 들면 슬프다. 슬픔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찾아보자. 그게 통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 뭐' 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지혜다."라는 맥락으로 말했다. 진솔한 표현인 듯해서 와닿았다. 나이 들면 서러워지는 여러 면들을 애써 부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넋 놓고 기운 빠져서도 안 된다는 조언이 현실적이라 생각했고, 인생 선배님에게 배우는 지혜의 말들에 귀를 기울여야겠구나 싶었다. "사람의 마음속에 쌓인 울분은 마음의 똥이니 오래 둘수록 냄새가 고약하니까 비워야 한다."는 표현도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신간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은 사실 제목보다 지은이 이름,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눈에 확 들어온 책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했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세부적으로 삶의 성찰 44가지를 담았다. 소제목을 보고, 읽고 싶은 부분부터 펼쳐봐도 괜찮을 듯하다. 지난 50년간 정신과 전문의였던 저자가 건네는 조언과도 같은 "취미는 정신적인 비타민이다", "유머는 정신 건강의 정점이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등의 내용도 있고, 노년기와 관련된 "젊은이는 노인의 선생이다", "성장해 가는 노인이 성장을 멈춘 젊은이보다 낫다"는 상반되는 표현 같지만 실상 하나로 귀결되는 내용도 있다.

전반적인 내용은 그동안 저자가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내면의 자유를 누리며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글로 가득하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어조가 아니라 기존의 저자 책에서 느꼈듯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려는 어투다.

저자가 많은 환자들에게 일관되게 일러둔 건강 처방이 있다고 한다. 몸에 좋다는 약이나 음식을 찾아다니지 말고 몸이나 마음에 해롭다는 것을 멀리 하라는 말이다. 치료에 적합한 약과 음식이 있고 해롭다는 것만 안 해도 건강의 반은 회복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건강 비결이란 이처럼 단순한데 현대인들이 복잡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몸과 마음을 잔뜩 해롭게 만들어놓고 기발한 건강법을 찾아 헤매는 모양새는 아닐런지. 문득, 지금 내가 스스로 해롭게 만드는 생각, 감정, 생활방식은 뭘까, 생각해보았다.

책 속에 주체성이 약할수록 비교 심리가 커진다는 내용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적으면 남의 모습이 기준이 된다. 비교와 우열에 집착한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 내가 나임을 확신하고 나답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심리학 책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내용인데, 저자의 조언으로 다시 이를 상기해본다. 요즘 매 순간 묻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나? 저자는 책 속에 수명과 관련된 한 통계 수치도 적어놓았는데, 낙천적인 사고는 생을 8년 연장하는 반면 자기 비하는 5년 단축시키고, 명상은 삶을 3년 연장하나 장시간 텔레비전 시청은 8년 단축으로 나와 있다.

책을 읽다가 내가 최근에 부쩍 많이 하게 된 생각과 마주했다. 조바심에 쫓기듯 산 것 같은데 지나놓고 보니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각 혹은 공허. 저자의 친구인 87세 어르신의 메일 내용이다. 크든 작든 자기가 걸어온 과거의 궤적 자체가 소중한 업적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 한순간이라고 느껴진단다. 그럴수록 '내가 한 일이 없다'가 아니라 '내가 한 일이 참 많다'고 생각을 바꿔볼 것, 남은 순간을 자학과 우울이 아니라 자기 칭찬과 격려로 살 것. 저자의 답장 내용을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책 속에는 행복, 비밀, 용서, 고통, 소망 등에 대한 저자 나름의 정의가 나와 있다. 자신의 일상과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가 바라보는 노년이란 계속 성장하는 어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핸드폰 없이 살아왔지만 이런저런 불편함이 생겨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단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노인들도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자고 말한다. 백 미터 달리기 선수보다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서, 은근과 끈기로 변화 상황을 따라간다면 노인도 영원한 청년이 된다면서.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각 시기마다 적응하는 말이 다르듯이 장년이나 노인은 어릴 때나 학생 때 수준의 언행이면 안 되고 계속 어른다움을 가꾸어가야 한다.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게 된다. 그런 과정이 부모님의 노년기를 이해하고 나의 노년기를 준비하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되리라 소망하면서. 이 책을 통해, 질문 하나를 숙제처럼 받아들었다. 나는 어떤 언행으로 어른다움을 가꾸어가야 할까?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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