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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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의 저자로서 이근후 님을 알게 됐다. 그 책에서는 인상적인 구절들이 많았는데, 누군가 나이 들어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80대 중반인 저자는 "나이 들면 슬프다. 슬픔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찾아보자. 그게 통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 뭐' 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지혜다."라는 맥락으로 말했다. 진솔한 표현인 듯해서 와닿았다. 나이 들면 서러워지는 여러 면들을 애써 부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넋 놓고 기운 빠져서도 안 된다는 조언이 현실적이라 생각했고, 인생 선배님에게 배우는 지혜의 말들에 귀를 기울여야겠구나 싶었다. "사람의 마음속에 쌓인 울분은 마음의 똥이니 오래 둘수록 냄새가 고약하니까 비워야 한다."는 표현도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신간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은 사실 제목보다 지은이 이름,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눈에 확 들어온 책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했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세부적으로 삶의 성찰 44가지를 담았다. 소제목을 보고, 읽고 싶은 부분부터 펼쳐봐도 괜찮을 듯하다. 지난 50년간 정신과 전문의였던 저자가 건네는 조언과도 같은 "취미는 정신적인 비타민이다", "유머는 정신 건강의 정점이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등의 내용도 있고, 노년기와 관련된 "젊은이는 노인의 선생이다", "성장해 가는 노인이 성장을 멈춘 젊은이보다 낫다"는 상반되는 표현 같지만 실상 하나로 귀결되는 내용도 있다.

전반적인 내용은 그동안 저자가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내면의 자유를 누리며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글로 가득하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어조가 아니라 기존의 저자 책에서 느꼈듯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려는 어투다.

저자가 많은 환자들에게 일관되게 일러둔 건강 처방이 있다고 한다. 몸에 좋다는 약이나 음식을 찾아다니지 말고 몸이나 마음에 해롭다는 것을 멀리 하라는 말이다. 치료에 적합한 약과 음식이 있고 해롭다는 것만 안 해도 건강의 반은 회복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건강 비결이란 이처럼 단순한데 현대인들이 복잡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몸과 마음을 잔뜩 해롭게 만들어놓고 기발한 건강법을 찾아 헤매는 모양새는 아닐런지. 문득, 지금 내가 스스로 해롭게 만드는 생각, 감정, 생활방식은 뭘까, 생각해보았다.

책 속에 주체성이 약할수록 비교 심리가 커진다는 내용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적으면 남의 모습이 기준이 된다. 비교와 우열에 집착한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 내가 나임을 확신하고 나답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심리학 책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내용인데, 저자의 조언으로 다시 이를 상기해본다. 요즘 매 순간 묻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나? 저자는 책 속에 수명과 관련된 한 통계 수치도 적어놓았는데, 낙천적인 사고는 생을 8년 연장하는 반면 자기 비하는 5년 단축시키고, 명상은 삶을 3년 연장하나 장시간 텔레비전 시청은 8년 단축으로 나와 있다.

책을 읽다가 내가 최근에 부쩍 많이 하게 된 생각과 마주했다. 조바심에 쫓기듯 산 것 같은데 지나놓고 보니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각 혹은 공허. 저자의 친구인 87세 어르신의 메일 내용이다. 크든 작든 자기가 걸어온 과거의 궤적 자체가 소중한 업적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 한순간이라고 느껴진단다. 그럴수록 '내가 한 일이 없다'가 아니라 '내가 한 일이 참 많다'고 생각을 바꿔볼 것, 남은 순간을 자학과 우울이 아니라 자기 칭찬과 격려로 살 것. 저자의 답장 내용을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책 속에는 행복, 비밀, 용서, 고통, 소망 등에 대한 저자 나름의 정의가 나와 있다. 자신의 일상과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가 바라보는 노년이란 계속 성장하는 어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핸드폰 없이 살아왔지만 이런저런 불편함이 생겨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단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노인들도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자고 말한다. 백 미터 달리기 선수보다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서, 은근과 끈기로 변화 상황을 따라간다면 노인도 영원한 청년이 된다면서.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각 시기마다 적응하는 말이 다르듯이 장년이나 노인은 어릴 때나 학생 때 수준의 언행이면 안 되고 계속 어른다움을 가꾸어가야 한다.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게 된다. 그런 과정이 부모님의 노년기를 이해하고 나의 노년기를 준비하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되리라 소망하면서. 이 책을 통해, 질문 하나를 숙제처럼 받아들었다. 나는 어떤 언행으로 어른다움을 가꾸어가야 할까?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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