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가 있는 박물관
박현정 지음 / 선한능력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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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을 만한 옛이야기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어요. <옛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인데요, 정말 책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제목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옛이야기 열 편을 담았을 뿐 아니라, 각 이야기와 연관된 여러 궁금증을 책 안에서 곧장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QR코드를 통해 지리정보, 가상현실, 지식관계망 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한 권의 책이 곧 박물관이 되는 셈이지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멀티미디어형 책 속으로 더 들어가봐요.


먼저 차례를 보면, 열 가지 이야기와 관련된 초등 교과목과 해당 학년 표시가 각각 나와 있어요. 그림 및 사진 자료가 들어 있어서 초등학생보다 더 어린 독자들도 볼 수 있겠는데요, 제가 아이와 함께 직접 이 책을 읽고 활용해본 결과 유아들 입장에서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그림이 더 많이 나왔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야기만 나와 있는 게 아니라 부수적인 자료가 덧붙여진 책이라서, 각 이야기 자체가 간략하게 압축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더욱 재미있게 풀어주는 방식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야기 선별은 주제에 따른 듯합니다. 효, 형제간 우애, 협동, 정직, 용기, 지혜 등의 가치를 다룬 내용, 경솔함을 경계하는 내용, 재치를 보여주는 내용, 상상 속 동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지혜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지혜로 승리한 권율 장군'이나 '문제 해결사 다산 정약용'에서 보듯이, 지혜가 위기를 모면하게 해주고 문제도 해결해준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이 책에서 제시한 주제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령 '금을 던져버린 형제 이야기'에서 독자 나름대로 의견을 말해볼 수 있는 것이지요. 황금보다 우애가 더 소중한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연히 발견했던 금을 다시 던져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각자 견해가 다를 수 있을 테니까요.


'최고의 바느질 친구들'을 예로 들어,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소개해볼게요. 이 내용은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조선 시대의 글을 바탕으로 했는데요,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읽어봅니다.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그림 자료가 많이 들어 있는 편이에요. 바느질 잘하는 아가씨를 비롯해 바느질 친구 일곱인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모두 그림으로 표현되었으니까요.


재미있는 이야기 읽기를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QR코드로 영상을 볼 차례입니다.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책이 있는 국립한글박물관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으로 열기구를 타고 떠나봅니다. 그리고 아가씨와 바느질 친구들을 가상현실로 만나본 다음, 조선 시대의 바느질 도구들과 문방사우를 유물로 관찰할 수 있어요. 내용 설명 가운데 "남자들의 문방사우"라는 표현이 나왔는데요, 문득 궁금증이 생겼어요. 조선 시대에 문방사우와 친했던 여자들 혹은 바느질 도구와 친했던 남자들은 정녕 없었던 것일까 하고요. '더 알아보기' 코너를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 시대 다리미, 자, 가위 등의 유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책 속에 제시된 고전문헌을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많은 옛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요. 또한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 견학을 직접 해보면 참 좋겠구나 싶었지요. 마치 점 잇기 놀이처럼, 이 책은 단편적인 지식을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줍니다. 그 정보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의 배경인 조선 시대가 형상화될 수도 있겠고,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일상 속 물건들의 의미도 알아갈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이야기가 주는 교훈과 재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품은 박물관, 박물관을 담은 이야기책을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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