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사는 개미
세진 마비오글루 지음, 괴체 아이텐 그림, 오세웅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만 그렇기에 더 흥미로울 듯한 그림책이 나왔어요. 터키 작가의 <책 속에 사는 개미>입니다. 그림책은 '책 개미'로 불리는 빨간색 개미가 어떻게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보여주며 시작하지요. 괴물을 피해 도망치다가 책 속에 숨게 되었던 것인데요, 책을 통해 그 괴물의 정체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개미가 낱말을 보았다는 내용을 "낱말 친구들을 만났다", "낱말들의 세계로 들어갔다"는 식으로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그의 소중한 낱말 친구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아요.


"용기, 희망, 사랑, 기쁨, 호기심, 감동, 아름다움, 도전, 정직, 용서, 마음"


개미를 당황하게 만드는 "절망, 미움, 분노, 거짓" 등의 낱말들이 찾아올 때, 개미는 위의 친구들을 불러본답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낱말들을 떠올려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개미처럼 해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좋아하지 않는 낱말들이 제 안에 가득 차오를 때, 좋아하는 낱말들을 불러보는 일 말이에요.


여러 낱말들과 친해진 개미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럴 때면 "호기심, 상상력, 생각, 질문"이 함께해요. 개미의 꿈은 동화작가라고 해요. 그래서일까요. 개미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보기도 합니다. 개미를 먹이 삼는 개미핥기와 마주친 적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책 속에 있는 개미핥기는 개미 대신 과일을 좋아했어요.


개미는 낱말 친구들과 꽃밭에서 재미있게 놀거나 종이배를 타고 낱말 바다를 여행하면서 이야기 섬으로 떠납니다. 특히 이런 내용을 해당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눈이 즐거웠어요.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따로 있는 책인데요, 각 장면이 글의 내용과 굉장히 잘 어우러져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책 개미'처럼, 이제는 이 그림책을 펼치는 아이들이 낱말 친구들과 만나볼 차례겠지요. 평소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라면 책의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고, 책을 많이 좋아하는 아이라면 책과 이야기, 낱말과 글쓰기의 즐거움을 더 확장해보는 시간이 될 듯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 - 안전하고 똑똑한 자연 탐험책
알방 캉브 지음, 레오니 쾰슈 그림, 최린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산책'과 '자연'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어요. 프랑스인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꾸며낸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입니다. 멀리 자연체험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요즘 같은 때 더욱 다가오는 책으로, 아이들이 알아둘 과학 지식을 알차게 담았습니다. 책 말미의 '도전 과제'라는 독후 활동을 포함해 99쪽 분량인데요, 실제로 자연 탐험을 떠나는 두 사람 앞에 펼쳐진 세상을 따라가듯이 다채로운 일러스트를 보면서 해당 설명을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어요.


11세기 나침반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는 자연의 단서들에 의지했다고 해요. 태양, 별, 이끼의 색깔, 동물의 행동을 살펴 위치를 파악하면서요. 지금도 숲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없다 해도 길을 찾을 수 있답니다. 겨울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 그 방향이 동쪽과 남쪽 사이를 가리키고, 여름에 태양이 바로 앞에서 진다면, 그곳이 서쪽과 북쪽 사이를 향한다고 알게 됩니다. 단, 한낮의 태양은 항상 남쪽을 가리켜요. 이 책에서는 날씨 좋은 날 햇빛 아래, 바늘 있는 시계로 남쪽을 찾는 방법, 막대를 이용해 북쪽을 찾는 방법을 각각 소개하고 있어요. 구름 군데군데 노란색이 비치면 근처 도시의 불빛이 있다고 추측해서 구름을 따라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무지개가 나타나는 시간대가 다르고, 하루 시간대에 따라 무지개가 뜨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무지개처럼 달, 북극성, 여러 별자리도 나침반 역할을 하지요.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의 별자리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보여주는 자연의 신호를 배웠다면, 다음에는 땅과 바다, 강물이 주는 길의 단서를 배우게 됩니다. 자연에서 물을 구하려면 몇몇 나무와 식물 근처를 살펴봐야 합니다. 가령 끝이 뾰족한 타원형 잎을 달고 있는 오리나무는 오리처럼 물을 좋아하고, 잎과 줄기가 기다란 부들은 연못 가장자리나 습지에서 자랍니다. 작은 날파리, 모기, 잠자리가 조금씩 많아진다면, 연못이나 개울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사람의 흔적을 잘 나타내는 식물 가운데, 쐐기풀은 영양이 풍부한 토양을 좋아한다고 해요. 숲길이나 고속도로 한쪽에 쐐기풀이 왕성한 것은 그 토양에 인산염과 질소가 풍부하다는 뜻이고, 그런 성분은 사람과 개의 소변에 많이 들어 있지요. 쐐기풀이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자주 다녔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은 숲길을 걸을 때 마을로 가는 길, 도로로 통하는 길을 찾는 법도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나뭇가지가 뻗은 방향을 볼까요? 빛을 잘 받으려고 남쪽을 향해 길게 가지를 뻗는 나무의 특성상 수평으로 누운 가지는 남쪽을 가리키고 수직으로 서 있는 가지는 북쪽을 가리킵니다. 빛을 좋아하는 자작나무는 숲의 남쪽 지역에서, 그늘을 좋아하는 호랑가시나무는 숲의 북쪽 지역에서 각각 잘 자랍니다. 플라타너스의 나무껍질이 밝은 쪽은 태양을 가장 많이 드러냈다는 의미라서 남쪽을 가리키고, 사과나무와 배나무처럼 열매 맺는 나무는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남쪽에 열매가 많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끼, 담쟁이, 알록달록한 얼룩 같은 지의류가 어떻게 길의 방향을 나타내는지도 살펴볼 수 있고, 꽃과 버섯이 주는 길의 실마리도 확인해볼 수 있어요.


식물뿐 아니라 동물의 흔적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열여섯 동물의 발자국과 해당 설명이 나와 있어요. 솔방울 모양에 따라 어떤 동물이 먹었는지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숲길 산책 중에 갈매기나 가마우지가 많아지면 해안이 가까워진다는 신호가 되고, 머리 위로 댕기물떼새를 보면 주변에 넓은 들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갈까마귀를 보게 되면 마을이나 도시가 가깝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과연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게 맞을까요? 책 표지에 '초등 과학 교과 연계'라는 표시가 나와 있으니, 아이들이 배우는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저는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는 가운데, 이 책의 의도와는 상반되게 '낯선 숲길이나 산을 아예 가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이 주는 신호를 단서 삼아 길을 찾아가기에는, 제가 자연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게 많구나 싶어서요. 언젠가 이 책을 길잡이 삼아, 물론 정말 길을 잘 아는 사람도 함께 자연 탐험을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전까지는, 집 근처 동산이나 산책로를 따라 자연을 관찰하는 습관이 더 많이 필요할 듯해요.


이 책을 보면 바람의 역할에 대한 항목 가운데, 우리나라 지도 형태가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의 계절별 공기가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번역 과정에서 프랑스 관련 내용을 우리 상황으로 적절히 교체한 것이겠지요. 책 제목은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인데요, 실상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산책자에게도 꼭 필요한 자연 탐험책을 만나봤습니다. 평범한 산책길에 과학 지식이 활용된 관찰이 더해진다면, 분명 특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레드이발소 시즌 2 : 4 - 베이커리타운 대소동 브레드이발소 시즌 2 4
(주)몬스터스튜디오 원작, 임광천 구성 / 형설아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레드 이발소 시즌2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어요. 앞선 이야기들 가운데, 나다운 모습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프레첼 순경'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지요. 브레드가 했던 한마디 "그래, 자네 본래의 모습만큼 중요한 건 없는 거야."라는 말도 상기해보게 되고요. 아이와 함께 보는 책, 특히 재미 위주의 책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드는 표현들이 있어요. 어쩌면, 아이들이 보는 책이니까 만드는 분들이 가치관 면에서 더욱 신경써줘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럼 본격적으로, TV 인기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 시즌2의 4화 베이커리타운 대소동 속으로!

다섯 편의 에피소드 가운데 '케이크의 결혼식', '초코의 소개팅'은 미혼 여성들이 분노 혹은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았어요. 치즈케이크는 케이크 궁전에 취업하기 위해 고시공부를 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청소, 밥, 뒷바라지"를 했어요. 그런데 그 남자는 케이크 궁전에 취업하자마자 안하무인, 제멋대로인 케이크 공주와 결혼을 한다는 거예요. 치즈케이크는 공주보다 더 화려하게 꾸며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하지요. 브레드는 어떻게 꾸며주었을까요? "치즈케이크 본연의 매력"을 살려주었어요. 그 결과 치즈케이크는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돋보이게 됩니다. 한편 초코는 소개팅으로 베이글을 만나게 되는데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밉상 그 자체인 베이글을 만날 때마다 속이 부글거리게 되지요. 정신 좀 차리라고 베이글에게 뻗는 초코의 주먹이 통쾌함을 줍니다.

'브레드의 위기' 편에서 브레드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양팔이 다치고 말지요. 그 상태로는 이발을 할 수 없어서 윌크가 그 일을 맡고, 초코가 식사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돕는 둘에게 브레드는 잔소리가 지나쳐 심한 말까지 하게 되고, 둘은 그만 자리를 피해버려요. 난감해진 브레드는 이발하러 온 손님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반짝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듯이 손 대신 발을 이용하기로요. 이후 전개되는 상황이 정말 유쾌해요. 그 외에, 등장인물 소개에서는 악당처럼 보이던 감자칩이 소시지를 걱정해주는 모습('감자칩과 소시지' 편), 거울 속 유령이 한 맺힌 사연('저주의 거울' 편)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얼굴, 표정, 손과 발, 의상, 비율에 초점을 둔 <웹툰 캐릭터 그리기 대작전>이라는 책을 본 기억 때문인지, 이번 만화를 보면서 특히 각 캐릭터의 얼굴, 표정에 주목해서 보게 되었어요. 만화 속 다채로운 감정 표현만 봐도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법하겠구나 싶었고요. 영유아 시기에 만화 형태가 괜찮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림책 위주로 봐왔는데요, 브레드 이발소 이야기는 현재 아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만화책이 되었네요. 다음 편도 기대해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맛있는 디자인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CC 2022 - 누구나 쉽게 배워 제대로 써먹는 그래픽 입문서 맛있는 디자인 시리즈
빨간고래(박정아).윤이사라(포완카) 지음 / 한빛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웠는데, 얼마전 다시 그 툴을 다루어보니 기본 기능부터 제대로 된 복습이 필요한 상태였어요. 예전에 구매해서 참고했던 책들을 꺼내보던 차에, 한빛미디어에서 최근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지요. 더군다나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책이라니, 지금 저에게 딱 맞는 교재구나 싶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CC 2022 신기능을 바탕으로 하기에, 업데이트되면서 바뀌거나 추가된 기능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주요 타깃층은 툴을 처음 다루는 왕초보부터 이전 버전으로 어느 정도 다뤄본 사람까지 포괄하고, 프로그램 설치부터 해야 하는 1단계, 기본적인 조작은 할 수 있는 2단계, 그리고 기본 기능을 모두 배우게 되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어요. 책 속의 예제 소스를 다운로드하여 활용할 수 있고, 관련 카페의 스터디 그룹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검색해본 결과, 맛있는 디자인 스터디 공식 카페에서는 2월 중 8기를 모집 예정이라고 해요.)


Ctrl+O를 눌러 미리 다운받은 북극곰 파일과 컵 파일 두 개를 불러왔어요. 곰 파일의 양쪽을 조금씩 잘랐고, 책에서는 콜라 이미지를 곰 앞에 놓아주는 것인데 저는 컵 이미지로 변형했어요. 곰과 컵을 혼합할 때는 레이어 블렌딩 모드 중 Multiply(곱하기)로 했어요. 이것은 컵의 바탕인 흰 사각형은 투명하게, 아래 레이어인 곰과 색상이 겹치는 부분은 어둡게 표현할 수 있는 효과입니다.

그리고 하단에는 글씨 연습을 해보았지요. 패스를 따라 곡선 문자를 써보기도 하고, 마우스 포인터 모양이 변경될 때 아래로 드래그해서 텍스트 방향이 바깥이 되도록, 그러니까 곰이 보는 방향으로 써보기도 했어요. 그런 다음 도구 모음에서 T(문자)를 찾아 위의 글자를 입력한 후, Warp Text(텍스트 뒤틀기) 가운데 Shell Lower(아래로 넓은 조개) 형태로 바꾸어본 글자입니다. 이 책은 이처럼 예제 소스를 활용해서 '간단 실습'을 통해 포토샵의 핵심 기능을 하나씩 익혀볼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개인적으로 포토샵의 조정 기능을 잘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미지 보정 활용 예제' 항목이 유용하게 다가왔어요. 원본 사진으로 자동 조정하는 것이 더 나은지, 커브로 자유롭게 조정하는 것이 나은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얼만큼 커브를 드래그해야 효과적인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안목이 필요할 듯해요. 이미지에 알맞게 다양한 필터 효과를 사용하는 감각도 마찬가지겠지요.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 RGB 모드와 CMYK 모드, 비트맵과 벡터, 레이어 등의 기본 개념을 서술해 놓았어요. PDF, EPS, JPEG, PSD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저장하는 내용과 함께, 저장하는 파일 형식의 뜻도 풀이했습니다. 꼭 알아둘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이 책은 핵심 기능을 차근차근 설명해준 후, '중급 테크닉으로 실력 업그레이드하기' 항목에 3D 입체 상자 그리기 등 일곱 가지 내용을 실어놓아 앞선 기능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도록 구성했어요.

패스로 그리기부터 색 적용까지 손이 익숙해지는 연습을, 이 책과 함께 다시 시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초보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구성한 책입니다. 다각형, 원형 도구로 책 속에 나와 있는 병아리 캐릭터를 따라 그려보았어요.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반이다!" 왠지 이런 말들을 상기하고 싶은 시간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알려 줄까? -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동물들 자연 속 탐구 쏙 4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수리 출판사의 '자연 속 탐구 쏙' 시리즈 네 번째가 나왔어요. 앞선 세 권을 통해 여러 동물들의 특성을 살펴봤었지요. 왜 커다란지, 왜 최고의 엄마 아빠인지, 왜 특별한 집을 짓는지. 이번에는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살펴볼 차례랍니다.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동물들을 하나씩 만나보기로 해요. 최근에 읽은 박완서 작가의 그림 동화 <7년 동안의 잠>에 나온 매미 애벌레 때문인지, 이 그림책의 여러 동물들 가운데 매미가 제일 궁금했어요.

곤충 매미의 암컷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해요. 수컷만 암컷을 부르기 위해 맴맴 소리를 낸다네요. 어떤 매미들은 120데시벨 정도의 소리를 내는데, 헬리콥터 날 때의 소리가 100데시벨이라고 하니 매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겠어요. 가슴 뒤에 있는 배 양쪽에는 소리를 내는 발음기가 있고, 그 안에는 진동판들이 있어서 매미는 그것들을 밀고 당기면서 맴맴 소리를 내게 됩니다. 매미의 배 안은 텅 비어 있어서 진동 소리가 더 커지는 효과를 내지요. 기타의 울림통과 비슷한 원리로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매미가 꼭 암컷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그냥 여름날이 좋아서 노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조류와 양서류 소리를 알아봅니다. 먼저 수탉은 침입자에 맞서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꼬끼오 소리를 내며 시끄럽게 울고, 먹이를 찾으면 종소리 같은 소리로 다른 닭들을 초대하며, 하늘의 맹금류를 보게 되면 꼬꼬댁꼬꼬댁 울면서 위험을 알려요. 수탉마다 자기만의 울음소리가 있는데,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많은 연습을 한다고 해요.

유라시아청딱따구리는 자기 영역을 지켜야 할 때, 암컷의 관심을 받고 싶을 때 사납게 지저귀는데, 작은 위협에도 큰 소리를 내곤 합니다. 사람들 귀에는 깔깔 웃는 소리처럼 희한하게 들린대요. 수컷 올빼미의 경우 부엉부엉, 이 소리를 가장 오래 내면 가장 힘이 세다고 인정받고, 여기에 암컷 올빼미는 키윅키윅 대답을 합니다. 가을이 되어 올빼미 소리가 더욱 시끄러워지는 이유는, 어린 올빼미들이 부엉부엉 자기 영역을 찾으러 다니기 때문이에요.

개구리는 두 개의 울음주머니를 가지고 있어요. 이것을 크게 만들수록 소리도 커집니다. 짝을 찾는 계절인 4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많이 울고, 날이 따뜻해지면 힘이 나서 더 울고, 위험한 순간에는 경보장치를 울리듯 울어요.

닭은 꼬끼오, 올빼미는 부엉부엉, 개구리는 개굴개굴... 이렇게 동물마다 하나의 소리만 있는 게 아니었는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도 그렇고 동물들의 소리를 너무 쉽게 규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라시아청딱따구리 소리를 실제로 들어보고 싶네요. 정말 웃음소리처럼 들리는지 확인해보고 싶고요. 보통 우리는 "새가 운다"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웃는 새 소리라니, 신기할 듯해요. 아이들의 자연 체험이란, 실상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는 것뿐 아니라 우거진 숲 한가운데 귀를 기울여 가만히 새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포유류는 세 동물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당나귀는 말보다 작아서 귀엽다는 생각만 했지, 시끄러운 소리꾼인 줄은 미처 몰랐어요. 당나귀는 한번에 20초까지 울고 연속해서 여러 번 운답니다. 다양한 소리를 낼 수도 있어요. 강하다고 뽐낼 때는 큰 소리로, 다른 당나귀나 사람에게 인사할 때는 부드럽게, 외로울 때는 약간 구슬프게, 화낼 때는 위협적인 소리로요. 으르렁, 흥, 꽤액 등 여러 소리를 내지만 이히힝 소리가 제일 많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사자는 이 구역의 대장은 자신이라고 알리듯이 8킬로미터 밖에서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포효해요. 자존심 강한 암사자를 만나면 고양이처럼 갸르릉거린다고 하니 재미있네요. 검은고함원숭이 소리는 사자의 포효나 개 짖는 소리와 비슷하고 140데시벨까지 올라가는데, 이 소리는 50미터 앞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와 견줄 정도입니다. 검은고함원숭이는 다른 무리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운다고 해요. 먹이를 찾아 이동하면서 지내는데, 다른 무리와 마주치지 않도록, 먹이 때문에 싸울 일이 없도록 사전에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랍니다.

마지막으로 갑각류 딱총새우를 만나봅니다. 더듬이를 빼고 2.5에서 5센티미터인 딱총새우는, 집게로 아주 큰 소리를 내며 물을 쏘아 먹잇감을 기절시켜요. 물속에 공기방울을 쏘는 셈인데, 이때 나는 쾅 소리가 210데시벨이나 됩니다. 진짜 권총 소리가 160데시벨이라고 하니 정말 요란한 폭발음이군요.

이 그림책은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각 동물들의 특성을 수록하고 있어요. 크기, 서식지, 속도, 먹이, 천적, 특별한 신체 특징 및 행동 양식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큰 판형으로 세밀한 동물 일러스트를 펼쳐보는 즐거움도 여전합니다. 각 시리즈마다 주제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해당 동물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주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동물은 더욱 친근하게, 잘 몰랐던 동물은 새로운 관심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니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동물 편에서는 싸움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내는 검은고함원숭이가 인상적이었어요. 싸우게 되면 먹이도 잃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힘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데요, 우리 인간이 배울 지혜 같기도 해요. 싸움의 무익함, 헛됨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이로써, 시끄러운 동물들을 만나본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