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 - 안전하고 똑똑한 자연 탐험책
알방 캉브 지음, 레오니 쾰슈 그림, 최린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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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산책'과 '자연'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어요. 프랑스인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꾸며낸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입니다. 멀리 자연체험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요즘 같은 때 더욱 다가오는 책으로, 아이들이 알아둘 과학 지식을 알차게 담았습니다. 책 말미의 '도전 과제'라는 독후 활동을 포함해 99쪽 분량인데요, 실제로 자연 탐험을 떠나는 두 사람 앞에 펼쳐진 세상을 따라가듯이 다채로운 일러스트를 보면서 해당 설명을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어요.


11세기 나침반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는 자연의 단서들에 의지했다고 해요. 태양, 별, 이끼의 색깔, 동물의 행동을 살펴 위치를 파악하면서요. 지금도 숲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없다 해도 길을 찾을 수 있답니다. 겨울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 그 방향이 동쪽과 남쪽 사이를 가리키고, 여름에 태양이 바로 앞에서 진다면, 그곳이 서쪽과 북쪽 사이를 향한다고 알게 됩니다. 단, 한낮의 태양은 항상 남쪽을 가리켜요. 이 책에서는 날씨 좋은 날 햇빛 아래, 바늘 있는 시계로 남쪽을 찾는 방법, 막대를 이용해 북쪽을 찾는 방법을 각각 소개하고 있어요. 구름 군데군데 노란색이 비치면 근처 도시의 불빛이 있다고 추측해서 구름을 따라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무지개가 나타나는 시간대가 다르고, 하루 시간대에 따라 무지개가 뜨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무지개처럼 달, 북극성, 여러 별자리도 나침반 역할을 하지요.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의 별자리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보여주는 자연의 신호를 배웠다면, 다음에는 땅과 바다, 강물이 주는 길의 단서를 배우게 됩니다. 자연에서 물을 구하려면 몇몇 나무와 식물 근처를 살펴봐야 합니다. 가령 끝이 뾰족한 타원형 잎을 달고 있는 오리나무는 오리처럼 물을 좋아하고, 잎과 줄기가 기다란 부들은 연못 가장자리나 습지에서 자랍니다. 작은 날파리, 모기, 잠자리가 조금씩 많아진다면, 연못이나 개울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사람의 흔적을 잘 나타내는 식물 가운데, 쐐기풀은 영양이 풍부한 토양을 좋아한다고 해요. 숲길이나 고속도로 한쪽에 쐐기풀이 왕성한 것은 그 토양에 인산염과 질소가 풍부하다는 뜻이고, 그런 성분은 사람과 개의 소변에 많이 들어 있지요. 쐐기풀이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자주 다녔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은 숲길을 걸을 때 마을로 가는 길, 도로로 통하는 길을 찾는 법도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나뭇가지가 뻗은 방향을 볼까요? 빛을 잘 받으려고 남쪽을 향해 길게 가지를 뻗는 나무의 특성상 수평으로 누운 가지는 남쪽을 가리키고 수직으로 서 있는 가지는 북쪽을 가리킵니다. 빛을 좋아하는 자작나무는 숲의 남쪽 지역에서, 그늘을 좋아하는 호랑가시나무는 숲의 북쪽 지역에서 각각 잘 자랍니다. 플라타너스의 나무껍질이 밝은 쪽은 태양을 가장 많이 드러냈다는 의미라서 남쪽을 가리키고, 사과나무와 배나무처럼 열매 맺는 나무는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남쪽에 열매가 많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끼, 담쟁이, 알록달록한 얼룩 같은 지의류가 어떻게 길의 방향을 나타내는지도 살펴볼 수 있고, 꽃과 버섯이 주는 길의 실마리도 확인해볼 수 있어요.


식물뿐 아니라 동물의 흔적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열여섯 동물의 발자국과 해당 설명이 나와 있어요. 솔방울 모양에 따라 어떤 동물이 먹었는지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숲길 산책 중에 갈매기나 가마우지가 많아지면 해안이 가까워진다는 신호가 되고, 머리 위로 댕기물떼새를 보면 주변에 넓은 들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갈까마귀를 보게 되면 마을이나 도시가 가깝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과연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게 맞을까요? 책 표지에 '초등 과학 교과 연계'라는 표시가 나와 있으니, 아이들이 배우는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저는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는 가운데, 이 책의 의도와는 상반되게 '낯선 숲길이나 산을 아예 가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이 주는 신호를 단서 삼아 길을 찾아가기에는, 제가 자연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게 많구나 싶어서요. 언젠가 이 책을 길잡이 삼아, 물론 정말 길을 잘 아는 사람도 함께 자연 탐험을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전까지는, 집 근처 동산이나 산책로를 따라 자연을 관찰하는 습관이 더 많이 필요할 듯해요.


이 책을 보면 바람의 역할에 대한 항목 가운데, 우리나라 지도 형태가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의 계절별 공기가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번역 과정에서 프랑스 관련 내용을 우리 상황으로 적절히 교체한 것이겠지요. 책 제목은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인데요, 실상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산책자에게도 꼭 필요한 자연 탐험책을 만나봤습니다. 평범한 산책길에 과학 지식이 활용된 관찰이 더해진다면, 분명 특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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