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끼야콩! 웅진 우리그림책 86
황은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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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눈부신 그림책이 나왔어요. 형광 분홍색이 돋보이는 표지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어요. 그 안에는 한 아이가 책을 펼친 채 어딘가를 바라보는 장면이 보여요. 제목과 그림작가, 출판사명은 흰색으로 되어 있는데요, 특히 제목 서체가 한 글자마다 그림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앞표지만으로 할 말이 많아지는 그림책이네요. '그런데 끼야콩이 뭐지?' 하는 궁금증을 가득 안고 한 페이지씩 넘겨봅니다.

처음 보는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두 팔은 길고 머리 양쪽에 뿔이 난 캐릭터가 요리조리 움직여요. 함께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신기한 표정을 지어요. 아이는 그 캐릭터가 내는 소리에 웃기 시작하더니, 독특한 다른 캐릭터들이 내는 소리들에 더 크게 웃네요. 어떤 소리들인지, 직접 그림을 보면서 또한 큰 소리로 읽으면서 들어야 제대로 실감이 날 거예요. 솔직히 책 소개에서 괴물들이 등장한다는 대목을 보고, 어떤 캐릭터들이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아무리 봐도 '괴물' 하면 떠오르는 무섭고 이상한 얼굴이나 표정은 없어서 다행이었고요, 오히려 모두 귀여운 장난꾸러기 아이들 같아 유쾌했어요. 그들과 함께, 주인공 아이가 신나게 놀이하는 장면들이 이어져요. 페이지마다 상상 이상의 그림들이 펼쳐져서 흥미를 더해줍니다.

이 그림책은 재미있는 요소가 참 많아요. 기발한 상상과 독특한 말뿐 아니라, 내지에서도 표지의 형광 분홍색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주인공 아이가 입은 잠옷이 그렇고, 아이의 이불도 그렇고, 아이가 펼쳤던 책도 그래요. 눈에 띄는 그 색감만 따라가도 즐거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름인지 감탄사인지 모를 "쿠앙!"을 외치는 캐릭터가 아이의 이불을 쓱 가져갔지요. 그 이불을 찾으러 아이는 쫓아가고요, 그 이불은 낙하산, 깃발, 트램펄린으로 변신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끼야콩!"을 외쳐요. 아주 많이 즐거운 감탄사 같기도 하고, 더 큰 재미를 부르는 요술 주문 같기도 해요. 사실 그 뜻이 무엇이든 상관없겠지요. 그렇게 외칠 때 아이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니까요. 아이는 더 이상 이불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여요. 언제까지나 새로 만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나 봐요.

그림책의 마무리가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이든 상상이든 그곳을 벗어나 아이는 자기 방 침대로 돌아와야 하니까요. 이불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글쎄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불 안에만 있다면 자신만의 "끼야콩!"을 만날 수 없겠지요. 이 그림책을 여러 상징으로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저 한바탕 즐거운 그림과 소리로 읽어봤어요. 개인적으로 마음 가라앉는 일들이 좀 많았던 하루였기에, "다 잘될 거야. 괜찮을 거야. 좋아질 거야." 하는 행복 주문처럼 "끼야콩!"을 크게 외치고 싶어지네요.

주인공 아이도 환하게 웃고, 함께 그림책을 보는 아이와 어른도 덩달아 웃게 되는 책이에요. 2018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그림을 바탕으로, 이 그림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해요. 황은아 작가의 다음 그림책이 기다려집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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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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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책에 대한 관심과 제목이 주는 의미를 붙잡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머릿속 생각은 차고 넘치는데 행동은 오히려 굼뜨기만 한 것 같은 내 모습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지금,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 나름의 의미 부여와 도구적 차원으로 접근한 독서지만, 사실 이 책은 인지조절의 뇌과학 이론서라서 내용에 대한 개인적 적용은 차치하고 내용 이해부터 선행될 필요가 있다. 먼저 '인지조절'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뇌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추적하며 여러 단계의 뇌 상태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목표를 행동과 일치시킨다. 이런 신경 메커니즘과 일련의 과정을 '인지조절'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지식과 행동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독립된 정신 기능이다. 인지조절 능력은 신경계 및 정신 질환을 겪으면서 약화되는데, 전두엽, 특히 전전두피질이 손상을 입었을 때 그렇다. 그런데 1950년대에 전두엽 절제술이 정신병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될 정도로, 전두엽 기능이 신경과학자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전두엽 손상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다 해도, 인지조절을 평가하는 수단이 표준화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지조절의 진화적 기원과 해부학적 논의 등 이론적 배경과 관련 연구 및 실험, 그 결과를 소개하고, 인지조절의 일상 속 기능, 기억과의 관련성, 일생에 걸친 변화 등을 다룬다. '후기'에서는 인지조절을 개인의 뇌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접근한 저자의 글을 살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조절 시스템은 다른 동물이나 어떤 AI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특징이 있다. 인간은 미래의 상황과 목표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고, 그 미래를 이루기 위한 복잡한 행동을 그릴 수 있다. 이를 '일화적 미래 사고', '구성적 행동 조절'이라 칭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려는 '안정성'과 중간에 끼어드는 일들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능력도 인지조절 체계와 관련된다. 이 책에서 신경망 모델, 작업기억 게이트 등 기존 연구와 실험에서 사용된 전문 용어를 비롯해, 뇌과학의 최근 성과들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단언이나 판단하는 서술 방식이 아니라, 저자의 에피소드로 쉬운 이해를 돕고 객관적 자료 제시와 이를 통한 결론 도출을 보여준다.


책 내용 중에서 특히 멀티태스킹과 기억, 생애주기 등에 주목했다. 저자는 인간이 멀티태스킹에 서툴다는 것, 우리 뇌에는 동시에 두 과제를 병행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디지털 미디어 기기로 인해 주의를 빼앗기는 일이 많은 현대인은 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일을 해내야 할 때가 있지만, 결과는 낮은 성적이나 업무 효율성 저하로 나타날 뿐이다. 인지조절을 이해하면 그 이유와 한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디지털 유목민인 현대인이 모델로 삼아야 할 대상은 극작가 유진 오닐일까. 그는 동시에 두 작품을 썼다고 전해지는데, 동일한 책상에서 작업하지 않았다. 저자는 두 책상, 각기 다른 그림과 장신구가 멀티태스킹에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어쩔 수 없이 동시에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최대한 주어진 환경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책 속의 질문도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이미 지나간 실수에 대한 집착,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곱씹음 등 우리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잡념이 참 많은 게 사실이니까. 이 책에서는 좀 심각한 차원의 '생각'인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중독을 언급하고, 억제와 관련해 인지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우리가 억제를 하거나 하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 중의 하나로 '동기화'를 들고 있다. 인지조절은 조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과 정신적인 노력을 저울질하는데, 이러한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동기화'란 가치 있는 결과를 안겨줄 과제를 추구한다는 맥락이다.


기억의 소급과 관련해 "인출 방정식은 비용의 최소화와 이익의 최대화"라는 경제성이 대두된다. 수학 공식처럼 자신에게 유익한 기억만 저장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우울증 환자의 기억장애를 다루는데, 이는 내적 우선순위 체계가 붕괴된 상태다. 우울한 사람들이 부정적 사건을 더 잘 기억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로 인해 중뇌의 도파민 분비가 둔화되고 이로 인해 해마 조절로 긍정적 사건을 기억하는 기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또한 인지조절은 생애주기마다 변화하는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체계 없는 놀이'를 통해 오히려 인지조절을 스스로 주도하며 배울 수 있다는 대목을 유심히 보게 됐다. 저자는 광고성 인지 훈련을 경계하되 인지 체계의 끊임없는 가동을 역설한다. 어쩌면 변화무쌍하고 요즘처럼 불안을 야기하는 세상 속에서, 인지조절의 뇌과학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뇌의 조절 체계가 대응하게끔 최적화된 세계와 갈수록 멀어진다. 이때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하여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것이 인지조절의 기능이다. 이렇게 인지조절의 역할은 계속 변하고, 기능 그 자체도 함께 변한다. (중략) 나는 인지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평생 자기 삶에 대한 주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431쪽)


인지조절은 궁극적으로 주도적이며 자율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스스로 자문해봤다. 가치 혹은 동기화는 내 안에 가득한 것 같은데 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이토록 더딜까. 정보 인출의 관점으로 기억을 바라봄으로써 저자가 권한 '능동적인 학습'을 내가 추진하려는 계획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이와 함께, 아이의 인지조절을 발달시키는 놀이, 부모님의 인지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뇌 활동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고 싶어진다. 개인적인 일상이 어그러져 있다면, 뇌의 전두엽, 인지조절 기능을 점검해볼 일이다. 그 과정 가운데 이 책을 길잡이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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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노래
레스 벨레츠키 지음, 데이비드 너니 외 그림, 최희빈 옮김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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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책을 만났어요. 제목 그대로 새의 노래를 담은 책입니다. 책 속에는 200종의 새가 소개되어 있고요, 해당 새에 대한 서술과 함께 세밀화 일러스트가 화려하게 펼쳐져 있어요. 이런 요소만으로도 새 백과사전이라 칭할 만해요. 여기에 더해 QR코드를 통해 소리까지 들려주다니,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책이에요. 지은이 레스 벨레츠키는 새 전문가로 조류학자이자 자연사 작가입니다. 이 책에 실린 새소리는 코넬대학교 부속 조류연구소 산하 매콜리 도서관에서 제공받은 것으로, 그 도서관에는 새소리를 포함해 자연의 소리 16만 개 이상의 음원이 소장되어 있다는군요.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새소리가 노랫소리와 신호소리로 나뉜다고 간략하게 밝혔는데요, 저는 이런 설명이 유용하게 다가왔어요. 노랫소리는 선율이 있는 소리로 보통 긴 반면, 신호소리는 비교적 짧고 선율이 없대요. 일부 전문가들은 수컷이 암컷과 경쟁자 수컷에게 뽐내려는 소리는 노래, 포식자 새를 경계하며 내는 울음소리는 신호로 구분한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새소리를 들어봐야겠네요.

꿩뻐꾸기 소리는 사람이 내는 휘파람 소리 같아요. 자메이카도마뱀뻐꾸기 소리는 "수다스럽고 시끌시끌"하다는 표현 그대로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에요. 멕시코유리앵무 소리는 멀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해요. 흰목쏙독새 소리는 짧게 휙 지나가버려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보게 되었고요. 노랑배비단날개새 소리는 여러 선율로 이어져서 정말 노래 부르는 듯해요. 쿠바난쟁이새 소리는 '방귀쟁이'라는 현지 이름 설명을 보면서 들은 탓인지 재미있게 들렸어요. 흰부리크낙새 소리는 금관악기 같아요. 비늘무늬개미새사촌 소리는 "빈통을 울리는 듯한"이라는 설명처럼 얼핏 들으면 그저 울림, 진동 소리처럼 들려요. 주황가슴북미멧새 소리는 굉장한 고음이네요.

소리를 섬세하게 듣는 편이 아닌 평범한 제가 들어봐도, 새소리가 모두 달라요. 같은 불륨으로 듣다가 유난히 커지는 소리, 아주 작은 소리도 있고요, 너무 짧은 소리, 꽤 긴 소리, 안정된 소리, 불안한 소리, 맑은 소리, 굵은 소리, 거칠거나 요란한 소리, 친근하고 익숙한 소리, 정말 생소한 소리, 기분 좋은 소리, 더 궁금해지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의 세계와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휘파람 소리라도, 새에 따라 경쾌하기도 하고 슬픈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사람마다 생김새와 목소리가 모두 다르듯이, 당연하게도 새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다양한 성격과 감정을 담은 듯하고요.

낯선 새 이름부터 해당 새에 대한 서술, 새 일러스트, 새소리가 어우러져 말 그대로 시청각 교육 시간을 보내는 기분입니다. 각 새소리는 짧게 나오지만, 숲속에서 들릴 법한 소리를 접하게 되면 여러 번 다시 듣기를 하게 되지요. 눈을 감고 들어보면서, 마치 자연 속에 있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뭔가 조급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게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명상, 힐링 시간에 함께하면 좋을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별 새들을 보여주고 또한 각 새소리를 들려주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따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새 일러스트를 유심히 본 다음, 새소리를 들어보면 더 재미있어요. 예상했던 음색이 나오면 슬쩍 미소를 짓게 되고, 생김새와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올 때면 깜짝 놀라기도 하지요. 올빼미를 닮은 큰포투쏙독새는 짐작대로 굵은 소리꾼이었어요. 부리가 크고 특이한 토코투칸은 뭔가 긁는 소리를 내서 신기했고요, 부리가 칼 모양처럼 생긴 목도리아라카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가졌더군요. 검은머리갈대새는 암수가 가까이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른다네요. 실제로 암수가 같이 그려져 소개된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새소리를 들어봤는데요, 아침마다 새소리로 하루를 열어도 좋을 듯해요. 새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를 위한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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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기 만점 1학년 파스텔 그림책 3
쓰치다 노부코 지음, 고향옥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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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즐거운 책이 나왔어요. 제목과 책 소개를 통해서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그림이 더해져서 그런지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특정 대상 한 명만 인기 있는 게 아니라, '우리' 1학년 모두 인기 만점이라는 내용입니다. 각자 생김새뿐 아니라 성격과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씩 소중하게 대접받고 사랑받아야 할 대상이 맞지요. "그런데 현실은 어떻지?" 마음속으로 슬그머니 그런 질문을 해보게 되네요.


그림책 속에는 열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기승전결식 줄거리가 있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는 방식이에요. 가령, 힘찬이는 인기가 많은데, 그 이유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을 기운차게 해주니까 인기 만점 1학년이지요. 아이의 행동을 보여주고 그 행동의 의미를 풀어주는 식이에요. 수업 시간에 손 들고 자신 있게 말하는 하나, 쉬는 시간에 친구들 모두 불러내서 함께 노는 준우, 점심 시간에 급식 당번으로서 야무지게 준비하는 시아, 청소 시간에 누구보다 깨끗이 청소하는 지유 등이 소개되어 있어요. 가만 보면, 해당 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이 아닐까 싶어요.


그 외에도 공룡 박사 윤서, 독서왕 리나, 만들기 천재 우주 등 개성과 장점이 두드러진 친구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친구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는 설이, 교실에서 함께 키우는 가재를 잘 돌보는 현수, 언제나 밝게 웃는 별이, 재미있는 말을 잘하는 두리,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으면 "하지 마!"라고 말하는 미루 등 성품이 예쁘고 멋진 친구들도 소개되어 있어요. 여러 아이들 가운데 연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 아이는 친구에게 잘못했을 때 먼저 "미안해."라고 말할 줄 알아서 인기가 많다는군요. 그림책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서로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우리는 모두 인기 만점 1학년."


개별적인 아이들은 1학년이라는 '우리'로 모였고, 서로 다르기에 아껴주고 배려해줄 대상들이겠지요. 그림체가 귀여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었어요. 아이와 헤어 스타일이 비슷한 친구가 눈에 띄어 "얘 좀 봐!" 하면서요.


이 책은 아이들 각자의 장점을 돋보이게 해주는 내용이면서 동시에 학교 생활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내용 같아요. 이 책에 나온 대로, 주어진 시간마다 최선을 다하고 각자 잘하는 분야를 더욱 계발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다면 최고겠지요. 이런 모습은, 초등학교 1학년뿐 아니라 청소년 시기, 나아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중요한 부분일 거예요. 교실 안의 아이들 모두를 인기 만점이라고 추켜세우는 분위기가, 그림책 속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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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 면역력을 키우려면 가공식품을 버려라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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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라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언젠가 도서관에서 찾아 읽어본 듯도 한데, 신간을 통해 다시 한 번 가공식품에 경각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다. 마트에서 식품을 살 때마다 원재료명 혹은 원료 및 함량을 확인해보기는 하지만, 구비되어 있는 제품들 중의 최선을 고르는 것일 따름이 아닐까 싶어서다.


저자는 팬데믹 시대에 더욱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식품첨가물 '무첨가', 그게 어렵다면 '저첨가'를 모색하라는 말이다. 식품첨가물은 우리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그로 인해 신체는 바이러스에 취약해져서 감염성 질환에 걸리고 만다. 아이를 비롯한 가족 건강을 위한 식품 정보를 얻고자 이 책을 펼쳤으나, 결과적으로 감염성 질환 방지를 위한 필독서로 받아들이게 된다. 매의 눈을 잃어버린 채 안일하게 식품 구매를 해온 것은 아닐까 반성해보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마스터 호르몬이라 불리는 '인슐린'이 화자로 등장해서 친근한 어조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처음에는 이런 서술 방식이 낯설기도 하고 좀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핵심 정보 위주로 보고 싶은 책이었기에, 잦은 비유적 표현이 오히려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예를 들면 고혈당일 때 혈당치를 너무 끌어내려 저혈당이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인슐린'의 특성을 묘사하는 대목이 있다.


"저는 크게 자책합니다. 후회막급이죠. 다시는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이상해요. 그 다짐을 저도 모르게 어깁니다. 다음에 또 혈당치가 급상승합니다. 바보짓을 똑같이 반복합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코뿔소처럼 되고, 저혈당 상황을 또 만듭니다. 제가 왜 그럴까요. 융통성이 없어서인가요. '책임 과잉증' 때문인가요."(36쪽)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슐린'에 감정이입하게 되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왠지 측은하기까지 하고, 도대체 무엇이 '인슐린'을 정신 없이 만든 것인가 싶고. 이어지는 설명에서 그 원흉이 설탕을 포함한 정제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정제가공유지, 화학물질도 마찬가지며 이들 세 원료군을 포괄하는 식품첨가물의 정체를 하나씩 살펴보게 된다. 건강서적을 통해 개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여겼던 '인슐린'에 대해, 새롭고 확실하게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 속에는 내가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던 내용들이 꽤 많이 나온다. 흑설탕에 함유된 카라멜색소가 안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저자는 차라리 백설탕이 낫다고 말한다. 콜라의 검은색도 카라멜색소와 관련되는데, 이 색소는 '이미다졸'이라는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면역기능을 약화시키며 혈관 내벽에 미세한 염증을 일으키는 등 못된 짓을 일삼는단다. 합성감미료는 어떨까. 설탕에 비해 단맛은 수백 배이나 혈당치를 올리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졌다. 혈당치가 오르지 않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이것이 에너지 대사 시스템의 혼란을 가져온다. 정작 진짜 당류를 먹었을 때 '인슐린'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인슐린저항'이 되고 만다. 이로 인해 고혈당이나 저혈당 상태, 당뇨병이 되는 것이다.


그 외에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간과했던 내용도 다시금 되새겨본다. 정제당인 물엿 대신 조청을 택하되 반드시 엿기름을 사용한 '전통조청'을 택할 것. 간장은 진짜 '한식간장'을 택할 것. 특히 라벨에서 '메주'를 확인할 것. 식초는 주정과 착향료가 든 것 말고 '천연 발효식초'를 택할 것. 산도조절제와 L-글루타민산나트륨이 들어 있는 어묵 말고 '무첨가 어묵'을 택할 것. 식용유는 반드시 정제와 추출이 없는 '압착유'를 택할 것. 첨가물 치즈 대신 '천연치즈'를 택할 것. 간장 공장의 배합실에 염산과 양잿물 통이 놓여 있다는 사실, 그 통에 들어 있는 위험한 물질들이 배합물 탱크에 들어간 후 간장으로 출고된다는 대목에서, 가짜를 선택하면 안 되는 분명한 이유까지 읽힌다.


이 책의 화자가 '인슐린'이다 보니, 책에서는 '슈퍼푸드'를 '인슐린을 최대한 배려하는 식품'으로 정의하고, 콩, 견과, 채소, 과일, 들깨, 생선, 해초류 등을 제시하며, '정크푸드는 멀리, 슈퍼푸드는 가까이'를 팬데믹 시대의 금언으로 내세운다.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식생활을 돌아보고, 나와 가족 건강을 야금야금 해치고 있었던 식품들은 없었는지 점검해보게 된다. 이미 알고 있었던 정보라면, 이제는 머릿속에 머물지 말고 실천이 동반될 일이다. 잘 몰랐거나 새롭게 알게 된 정보라면, 친절한 '인슐린'의 설명을 따라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몸속 '인슐린'에게 안녕하냐고 안부를 묻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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