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가루 웅진 우리그림책 87
이명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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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사는 토끼가 달 가루를 모은대요. 이 정도만 알고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 <달 가루>를 기다렸어요. 어떤 상상이 펼쳐질지 궁금했지요. 작가 소개를 보니, 사람들이 버린 택배 상자들로 가득한 세상 이야기 <상자 세상>을 그린 분이군요. 이번에는 글 작업도 함께한 것인데요, 만화식 그림 분할을 비롯해 전체 그림의 크기 배치가 다양하고 각 그림에 따른 글이 상세한 특징이 있습니다.


달 토끼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어요. 먼저 달의 크기를 조절하지요. 둥근 보름달을 점점 작게 해서 손톱 혹은 눈썹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다시 점점 커지게 해서 동그랗게 만들어냅니다. 마법은 아니고요, 힘든 노동이 필요한 일이랍니다. 달 토끼를 돕는 꼬마 로봇인 '로보'가 있어서 다행이지요. 그런데 불청객이 또 찾아왔네요. 바로 분홍색 곰벌레인데요, 그는 달 토끼가 애써 모은 달 가루를 쏙쏙 집어먹습니다. 이름 그대로 곰 크기, 실제는 코끼리보다 몸집이 더 큰 벌레입니다. 작가는 특이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전혀 무섭지 않으니, 어린 아이들도 놀랄 일은 없을 거예요. 오히려 아이들의 웃음을 유발할 요소이지요.

달 토끼의 또 다른 임무는 달 가루를 만들고 모아서 세상에 뿌리는 거예요. 곰벌레 때문에 그 일이 매번 실패로 돌아갔지만, 싸워봤자 힘에서 밀리기만 하던 달 토끼는 곰벌레와 함께 일하기로 해요. 진작에 그랬으면 좋았을 만큼 일이 척척 잘 진행됩니다. 어느새 불청객이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이 책의 끝에 이르면 세상에 뿌려진 달 가루의 정체를 알 수 있습니다. '혹시' 하고 예상한 게 있으시다면, 그게 맞아요. 그런데 그 예상이 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연만물은 사계절마다 반복되지만 언제나 새로움을 주잖아요. 특히 우리의 마음이 새로워질 때요.

이 그림책의 새로움도 마찬가지예요. 달에 사는 토끼, 절구로 빻아 무엇인가 만드는 모습은 이미 공유된 상상인데요, 작가는 달 토끼가 달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달 가루를 만들고 모아서 세상에 뿌린다는 신선한 설정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친구들인 분홍 벌레와 작은 로봇도 재미있어요. 내가 계획한 일의 방해꾼이라고 생각한 대상이 어쩌면 환상의 파트너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줍니다.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에 따라서요.

개인적으로는 달 토끼의 규칙적인 일상이 인상적이었어요. 알람에 맞추어 일어나서 식사하고 양치질을 한 후,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중간중간 휴식과 여유도 즐기는 모습, 임무를 마친 후 행복한 모습까지. 우리의 하루하루도 그렇잖아요.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습관적인 일들, 주어진 그날의 일과가 되풀이되지요. 현대인들이 달 토끼와 다른 점이라면, 휴식과 여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 행복감을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달 토끼가 친구들과 함께 힘써 노력한 결과물이 모두에게 웃음과 기쁨이 되는 장면도 참 좋아 보여요. 어쩌면 이 세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곱게 갈아놓은 '달 가루'가 아닐까요?

띠띠띠띠, 삐빅, 부스럭, 촤락, 사각사각, 휘리리릭, 콩콩콩. 아이들이 의성어를 실감나게 읽어볼 수 있어요. 그림책 속에 꽤 많은 소리 표현이 나오지요. 아이들과 더불어 달 토끼의 성실함과 인내도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듯해요. 무엇보다 '달 토끼는 과연 달 가루로 무엇을 만들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흥미롭게 펼쳐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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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갑을 주웠어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유명금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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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특정 나이에 한정된 분야는 아닌데요, 가끔씩 아이 또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을 일부러 찾아볼 때가 있어요. 책으로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나보는 시간은 지금 같은 비대면 시대에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유아부터 저학년 아이들이 보기에 딱 좋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앞표지의 귀여운 그림체가 눈길을 끌고 제목이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들지요. <빨간 장갑을 주웠어>입니다.


그림책 속 아이는 빨강을 많이 좋아해요. 모자부터 옷, 신발 모두 빨강일 정도로요. 그러니, 어느 날 길에서 빨간 장갑 한 짝을 발견한 아이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요. 슬쩍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져요. 자기가 줍는 것을 누가 본 사람이 없나 주변을 살피다가, 오히려 더욱 시선을 모으는 행동을 하는 아이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빨간 장갑 한 짝이 꽤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군요.


두근두근. 쿵쾅대는 마음 때문에 아이는 장갑 주인을 찾아나서기로 합니다. 몰래 가지고 싶은 마음을 버린 것이지요. 주변 아이들도 장갑 주인 찾기를 돕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대면해요. 아이는 지레짐작, 주인일 것 같은 사람에게 장갑을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오지요. 그러다가 뒤늦게 알게 됩니다. 자신이 두 가지 빨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와 나눌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듯해요.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 찾아준다는 것, 찾아나선다는 것, 그리고 '빨강'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빠져 빤히 보이는 현실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림책의 결말을 보며 아이가 반문했지요.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얼핏 그림책 속 아이가 엉뚱하거나 내용이 엉성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설정이 숨은 메시지 혹은 여운을 주는 요소라 할 수 있어요. 무엇인가 좋아하는 게 지나칠 때 욕심이 생기고 눈을 가리우며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그림책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려보게 되네요. 최근에는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둔 장갑 두 짝을 잃어버렸지요. 분명히 집을 나설 때는 주머니에 넣었다는 기억만 생생할 뿐인데요, 비슷한 검정 장갑이 또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어요. 아무튼 자기 물건을 잘 간수하자는 교훈, 그 이상을 생각해보게 되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체가 아기자기하고 앞뒤 표지 안쪽의 그림찾기와 미로찾기도 해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즐거운 독서가 될 거예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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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완치설명서 - 뇌신경학 박사 박지현의 어지럼증 이야기
박지현 지음 / 피톤치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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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가족들 가운데 어지럼증으로 심하게 고생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처럼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비인후과에 가서 전정기관 이상 유무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갑자기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직장 조퇴를 했던 때였다. 당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심리적, 일시적 증상이라고 진단받았다. 이후에도 가끔씩 온 세상이 핑핑 돌거나 멀미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는데,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어간다. 잠 부족인가, 소화불량 탓인가, 신경성인가 내 마음대로 자가 진단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어지럼증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들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현재 병원 뇌신경센터와 어지럼증 클리닉에서 어지럼증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집필 의도에 걸맞게 '어지럼증에 대해 잘 정리된 한 권의 책'이다.


저자는 어지럼증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그 기원을 서술하고,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여러 질환들을 상세히 설명하며, 일상 습관과 의학적 접근을 아우르는 치료 방법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진료 환자의 실제 사례를 재구성하고 설명 곳곳에 일러스트와 표를 배치해서 친근하고 쉬운 이해를 돕는다. 5년 전 림프종으로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책 구상을 했다는 저자의 사연이 특별하게 와닿았다. 어지럼증에 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진료 경험을 모두 전해주고 싶은 열망도 행간에서 읽혔다. 저자는 335쪽 분량의 글을 써냈으면서도, 실상 담고 싶은 내용이 많아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성실한 저자의 꼼꼼한 설명을 재미있게 구성한 책이라 할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감각계, 중추신경계, 운동계가 서로 조율하고 통제하며 만들어내는 것이 몸의 균형이다. 세 기관 중 어느 하나라도 불완전하면 몸에 문제가 생기는데 그 느낌이 '어지럼증'이다. 이것은 병명이 아니라 증상으로, '나'의 어지럼증과 '너'의 어지럼증이 판이하기에 개인의 증상별, 경과별, 원인별로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책 내용을 참고하여 세부적으로 진단해볼 수 있다. 내 경우를 적용해보면 각각 현훈증, 급성, 복합성인 듯하다.


어지럼증과 관련된 오해를 바로잡는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사실과 접했다. 소화불량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오심과 구토가 동반 증상일 뿐 어지럼증의 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지럼증의 강도가 심하다는 의미니까 정확한 규명과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종 어지러우면서 메슥거릴 때 '뭘 잘못 먹었나?' 하고 되짚어보곤 했는데, 결국 잘못된 자가 진단이었던가?


이 책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뇌졸중과 편두통 등의 뇌 이상,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등의 속귀 문제를 비롯해 눈과 귀가 아닌 심인성과 외상의 원인, 자율신경계 이상, 내과적 소견, 멀미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그 외에 성별, 나이, 지속성에 따른 어지럼증의 구분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책 내용 중에 노년기의 어지럼증 가운데 이석증은 흔한 질환이라는 정보도 있었다. 이석증이란 머리가 어딘가에 부딪쳤을 때만 생기는 증상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골다공증 같은 칼슘 대사의 이상과 속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약해진 이석이 쉽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몰랐던 정보도 제대로 알아가는 기회를 가져본다.


이 책을 통해, '어지럼증'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미리, 나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어지럼증을 악화시키는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일부터, 일상 속 생활 습관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안내하는 어지럼증의 대비책, 대처법, 그리고 치료법을 수시로 혹은 필요할 때마다 펼쳐볼 수 있는 '어지럼증에 관한 가정상비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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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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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쯤 서울시인협회와 윤동주100년포럼의 기획으로 만든 5년 다이어리를 구매했었다. 쓰다 말다 했기에 듬성듬성 빈 공간이 많기는 하나, 벌써 4년째 그의 시 구절로 하루를 여닫는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하루 한 편 윤동주를 새기다>라는 필사 시집으로 그의 시를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과의 인연이 좀 더 단단해질 모양인지, 서거 77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소중한 보물처럼 받아 안았다.

이 책은 2017년 출간된 동명의 책을 보기 쉽고 편하게 편집, 디자인한 양장본이다. 1장부터 6장까지는 시, 7장은 산문, 8장은 나중에 발굴된 시, 9장은 서문과 후기, 발문, 마지막으로 1917년 출생부터 사후 72년인 2017년까지의 윤동주 연보를 종합해서 실었다. 한마디로, 윤동주 시인의 작품집 최신증보판이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찬찬히 감상한 후에 서문과 후기, 발문을 집중해서 읽어보았는데, 모두 시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글들이다. 그 글들을 한데 엮어서 시인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진다. 산책과 친구들, 문학을 좋아하던 '동주'의 모습은 장덕순 교수의 표현대로 "항상 시와 생활이 일치된 경지"가 아니었을까.

축구 선수였던 중학교 시절, 그는 낮에는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초저녁에는 산책, 밤늦게까지 독서하거나 교내 잡지를 만들었다. 수학 성적도 좋았고 특히 기하학을 좋아했다. 백석 시집 <사슴>을 구할 길이 없어 도서실에서 전체를 베껴 써서 소중히 간직하고 다녔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했던 문학 소년의 모습이 엿보인다.

또한 그는 말주변이나 사귐성이 없었지만 그의 방에는 항상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누군가 그를 찾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웃으며 벗을 맞이했기에. 그는 자신도 넉넉하지 못하면서 친구들이 돈을 꾸러 오면 외투든 시계든 내어주었다. 그런 그가 친구들 앞에서 열지 않은 마음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자기가 쓴 시를 고치라는 소리, 또 하나는 한 여성을 사랑한다는 고백이었다.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은 멋지고, 사랑 앞의 부끄러움은 그 시대 청춘답다고 해야 할까.

그는 친구들과 산책을 나설 때면 침울한 얼굴로 말 없이 묵묵히 걷곤 했는데, 가끔 "아" 하는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시대의 비통함과 울분을 담은 소리였으리라. 동생과 거닐던 산책길에서 그는 인간적이며 감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부역하는 시골 아낙네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려고 하고,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함께 씨름도 하며, 한 포기의 들꽃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슴에 꽂거나 책 사이에 꽂아놓곤 했으니.

그는 독립운동의 죄명으로 1944년 투옥되었고 해방되던 해, 일제가 망하기 6개월 전 스물아홉의 나이로 운명한다. 장례는 3월 초순 눈보라치는 날이었다.

문익환 목사는 "그의 시를 퍽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가 알기 쉬워서 좋았다."고 말했는데, 그 점이 저항시인의 면모와 아울러 그의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애송되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고 시인은 쉽게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 강처중 님의 말에 따르면, 시인은 조용히 열 흘, 한 달, 두 달,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서 시 한 편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갈고 닦은 시이건만, 스스로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쉽게 씌어진 시' 중)라고 고백한다.

시인에게 '부끄러움'이라는 시어는 여러 시 작품에서 꽤 자주 사용되고, 특별히 내게 많이 와닿는 시어 중 하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서시' 중) 다짐했듯이, 시인은 부끄럽지 않게 시를 썼고 그렇게 삶을 살다 간 것이 아니던가. '십자가'에서 표현했듯이 괴로웠지만 행복했던 예수처럼. 결국 '별 헤는 밤'에서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라고 읊었듯이 후세에 그의 이름과 작품을 길이 남긴 채.

이 시집 가운데 동시 모음인 5장을 비롯해, 동식물을 묘사한 시나 아주 짧은 시를 찾아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언젠가는 시와 삶이 하나였던 윤동주 시인에 대해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으리라.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산문, 그를 추억하고 기리는 이들의 글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오래전 일기장에 "말과 글과 삶이 일치된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쓴 적이 있다. 문득 그런 소망이 일깨워진 까닭은, 윤동주 시인의 작품과 인생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도록 이끄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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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로 잘 살고 싶다면 - 자기수용에 관한 상담치료
김용태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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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 <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입니다>를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상담가의 성별을 굳이 구별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책만큼은 남자 상담가이기에 더 설득되는 측면이 많았다. 무엇보다 남편에 대해 '남의 편'이구나 하고 체념했던 마음이 바뀌게 되었다. 당시 내면의 돌파구를 찾던 나를 새롭게 일깨워준 저자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고, 그래서 이번 신간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했다. 아마 다른 저자의 책이었다면 제목만 보고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가족상담 전문가 김용태 님이 풀어가는 '자기수용'의 탐색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이 책은 제목, 표지, 차례 구성 모두 일관된 통일성을 이룬다. '자기수용'이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의미부터, 그와 관련된 상담치료 과정을 담은 내용일 것이라는 짐작,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의 평화로운 앞표지 그림까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의 '자기수용' 지수를 제대로 점검해볼 수 있겠구나 싶은 기대감도 품게 된다. 사실 내면 상태가 지독하게 심각했을 때가 있었고 지금은 그 시기를 지났기에, 이 책 내용을 상담치료 받는 기분으로 접근하게 되지는 않는다. 다만 예전에 비해 조금은 성숙된 마음이 되었나 싶다가도, '자기수용'이란 매일 매 순간 계속되는 숙제 같은 게 아닐까 하여 내 안의 부정적 요소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책 속에는 실제 상담 사례를 많이 담고 있다. 분명히 다른 상황들이지만 익숙한 감정선을 만나게 된다. 그런 실제 예를 통해 독자들 개인의 상황, 감정에 빗대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가 정말 좋다고 느낀 부분은, 현실 수용과 현실 안주의 차이처럼 세밀하게 개념을 이해시켜 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수용을 하면 좋은 점들을 열거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수용이 어려운 개인적인 히스토리, 그 가운데 형성된 심리적인 구조, 나아가 그런 심정을 만들어낸 사회적인 가치 체계와 인간의 실존적인 한계를 다룬다. 단순히 개인의 노력 차원, 자기계발식 접근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하도록 이끌어준다. 개인적으로, '인간 존재의 한계'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새삼 수긍하게 된다.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하여.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나를 수용하는 방법'을 독자들이 하나씩 적용해볼 수 있다. 그중 특히 '공허한 느낌으로 들어가기'는 인상 깊은 대목이다. 저자에 따르면 수용 작업은 이전의 자신이 가진 생각이나 감정 속에서 가짜 나를 찾아서 제거하는 일이다. 이 작업을 하면 마음에 공간이 생긴단다. 스스로 옳다고 여겼던 것들이 무너진 자리에 허전하고 푹 꺼지는 느낌, 곧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심리적인 공간이며 영적 공간'이라 부른다. (낡은 것을)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의미와도 통하리라.

"우울과 공허가 생기면 이를 밀쳐내지 말고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중략) 빈 마음과 촉촉한 영혼을 가지면 자신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235쪽)

자신과의 부단한 싸움인 자기수용은 분명 쉽지 않다. 완전한 해결이란,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현실 속의 내가 어떤 모습이든지 "그래도 괜찮아"라고 스스로 격려하는 힘, '자기수용'을 행복하게 누리는 삶을 소망한다. 이 책은 개인, 가족, 사회 문제 가운데 버거움을 느낄 때마다 펼쳐보게 될 상담치료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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