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 가을쯤 서울시인협회와 윤동주100년포럼의 기획으로 만든 5년 다이어리를 구매했었다. 쓰다 말다 했기에 듬성듬성 빈 공간이 많기는 하나, 벌써 4년째 그의 시 구절로 하루를 여닫는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하루 한 편 윤동주를 새기다>라는 필사 시집으로 그의 시를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과의 인연이 좀 더 단단해질 모양인지, 서거 77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소중한 보물처럼 받아 안았다.

이 책은 2017년 출간된 동명의 책을 보기 쉽고 편하게 편집, 디자인한 양장본이다. 1장부터 6장까지는 시, 7장은 산문, 8장은 나중에 발굴된 시, 9장은 서문과 후기, 발문, 마지막으로 1917년 출생부터 사후 72년인 2017년까지의 윤동주 연보를 종합해서 실었다. 한마디로, 윤동주 시인의 작품집 최신증보판이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찬찬히 감상한 후에 서문과 후기, 발문을 집중해서 읽어보았는데, 모두 시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글들이다. 그 글들을 한데 엮어서 시인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진다. 산책과 친구들, 문학을 좋아하던 '동주'의 모습은 장덕순 교수의 표현대로 "항상 시와 생활이 일치된 경지"가 아니었을까.

축구 선수였던 중학교 시절, 그는 낮에는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초저녁에는 산책, 밤늦게까지 독서하거나 교내 잡지를 만들었다. 수학 성적도 좋았고 특히 기하학을 좋아했다. 백석 시집 <사슴>을 구할 길이 없어 도서실에서 전체를 베껴 써서 소중히 간직하고 다녔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했던 문학 소년의 모습이 엿보인다.

또한 그는 말주변이나 사귐성이 없었지만 그의 방에는 항상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누군가 그를 찾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웃으며 벗을 맞이했기에. 그는 자신도 넉넉하지 못하면서 친구들이 돈을 꾸러 오면 외투든 시계든 내어주었다. 그런 그가 친구들 앞에서 열지 않은 마음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자기가 쓴 시를 고치라는 소리, 또 하나는 한 여성을 사랑한다는 고백이었다.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은 멋지고, 사랑 앞의 부끄러움은 그 시대 청춘답다고 해야 할까.

그는 친구들과 산책을 나설 때면 침울한 얼굴로 말 없이 묵묵히 걷곤 했는데, 가끔 "아" 하는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시대의 비통함과 울분을 담은 소리였으리라. 동생과 거닐던 산책길에서 그는 인간적이며 감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부역하는 시골 아낙네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려고 하고,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함께 씨름도 하며, 한 포기의 들꽃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슴에 꽂거나 책 사이에 꽂아놓곤 했으니.

그는 독립운동의 죄명으로 1944년 투옥되었고 해방되던 해, 일제가 망하기 6개월 전 스물아홉의 나이로 운명한다. 장례는 3월 초순 눈보라치는 날이었다.

문익환 목사는 "그의 시를 퍽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가 알기 쉬워서 좋았다."고 말했는데, 그 점이 저항시인의 면모와 아울러 그의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애송되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고 시인은 쉽게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 강처중 님의 말에 따르면, 시인은 조용히 열 흘, 한 달, 두 달,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서 시 한 편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갈고 닦은 시이건만, 스스로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쉽게 씌어진 시' 중)라고 고백한다.

시인에게 '부끄러움'이라는 시어는 여러 시 작품에서 꽤 자주 사용되고, 특별히 내게 많이 와닿는 시어 중 하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서시' 중) 다짐했듯이, 시인은 부끄럽지 않게 시를 썼고 그렇게 삶을 살다 간 것이 아니던가. '십자가'에서 표현했듯이 괴로웠지만 행복했던 예수처럼. 결국 '별 헤는 밤'에서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라고 읊었듯이 후세에 그의 이름과 작품을 길이 남긴 채.

이 시집 가운데 동시 모음인 5장을 비롯해, 동식물을 묘사한 시나 아주 짧은 시를 찾아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언젠가는 시와 삶이 하나였던 윤동주 시인에 대해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으리라.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산문, 그를 추억하고 기리는 이들의 글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오래전 일기장에 "말과 글과 삶이 일치된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쓴 적이 있다. 문득 그런 소망이 일깨워진 까닭은, 윤동주 시인의 작품과 인생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도록 이끄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덕분일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