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이자벨 공작소 상상 그림책
핍 존스 지음, 사라 오길비 그림, 김정용 옮김 / 아트앤아트피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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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그림책 <뚝딱뚝딱 이자벨 공작소>를 소개합니다. 제목과 표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무엇인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림작가의 독특한 발명품 그림, 할아버지와 이자벨의 표정이 특히 재미있었어요. 그림작가의 그림이 아니었다면, 글작가의 글이 이렇게 효과적으로 돋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길 정도입니다.


이자벨은 발명 소녀답게 늘 발명 도구 가방을 들고 다녀요. 고장난 것은 고치고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서라네요. 이 그림책에서 이자벨의 다양한 발명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맛난 차를 만들던 장갑차 주전자, 스파게티 국수를 뽑아내던 소용돌이 스파게티, 할아버지의 수염과 머리를 다듬던 이발 로봇 등. 다만 각 기계마다 조금씩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봐주어야 해요.


어느 날, 이자벨은 하늘에서 떨어진 까마귀를 발견했어요. 까마귀를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봤지만, 수의사 선생님을 통해 까마귀에게 날개 없이 사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지요. 그 후 이자벨은 까마귀가 땅에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함께해요. 예를 들면 살찐 달팽이 달리기 대회 같은 것이요. 그러다가 까마귀의 날개를 만들어주기로 하는데요, 그 과정이 정말 쉽지 않네요. 과연 이자벨은 까마귀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요?


엉뚱해 보이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문득 말괄량이 삐삐도 떠올랐고요, 꼬마 발명왕이면서 아픈 까마귀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이자벨이 대견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중간중간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건네는 한마디 말은, 이자벨뿐 아니라 이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 독자들, 함께 보는 어른 독자들에게도 되새겨볼 말이 아닐까 싶었어요.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선 될 때까지 하고 하고 또 해야 한단다."

"넌 할 수 있어. 방법을 찾아 보렴!"

"다시 한번 만들어 보렴."


몸과 마음을 상할 정도의 지나친 열심, 가치를 잏어버린 맹목적인 노력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분명히 목표로 정한 것들 앞에서 "하고 하고 또 해야 하는" 과정이란 분명 필요한 것이니까요. 할아버지는 어떤 방법을 직접 가르쳐주지 않았고, 이자벨이 속상해 하거나 화를 내거나 포기하려고 할 때 격려를 했을 뿐이에요. 아이를 믿어주는 마음과 웃음으로 격려해주는 것! 할아버지에게서 지혜로운 모습을 배워갑니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만의 공작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림이든 글이든 춤이든 악기 연주든 창의적으로 표현해낼 무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아이들이니까요. 적어도 아이의 공작소를 방해하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구나 싶었고요, 나아가 우리집이라는 공간이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자유롭고 편안한 곳, 창의력이 아주 많이 솟구치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자벨과 할아버지, 반려조 까마귀 이야기, 재미있는 그림들이 펼쳐진 그림책 <뚝딱뚝딱 이자벨 공작소>였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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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대신 ○○
이지미 지음 / 올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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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이 뭔가 이상하네 싶었어요. 그러다가 아, 열린 제목이구나 하고 이해했지요. OO 자리에 무엇이 와도 상관없을 테니, 꽉 조여진 생각의 끈부터 풀어놓을 필요가 있겠어요.


우성이는 학교 멜로디언 평가 시간에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요. 이런 날, 비까지 내려요. 우산을 가져다줄 사람도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길을 가다가 우산 대신 무엇인가 발견했지만, 공사 중인 아저씨에게 혼만 났어요. 어떻게 해도 비를 피할 길이 없네요. 그때 우성이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지요. 바로 자신이 바다에 왔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당연히, 이제부터 우산이 없어도 집까지 갈 수 있어요.


이 책은 이지미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래요. 주황색과 파란색 위주로 표현된 색감 배합이 인상적입니다. 바다에 왔다는 상상 이후의 장면들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와요. 우성이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문득 어릴 때 비 오는 날 학교에서 우산을 가져다줄 엄마를 기다린 기억도 떠오르고요, 우성이처럼 신나고 씩씩하게 비를 맞아본 적이 있었나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돌아보면, 매 순간 어떻게든 비를 맞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비도, 비 오는 날도 좋아하지 않아서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비를 맞는 일, 때로는 원하지 않은 기분,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우성이처럼 "우산 대신 OO" 떠올리기 놀이를 해봐도 괜찮겠구나 싶었어요.


이 그림책 속에는 '나만의 아코디언북' 만들기 활동자료도 들어 있어요. 우성이의 바다처럼, 아이들만의 상상 세계를 마음껏 펼쳐보면 좋을 듯해요. 우성이는 멜로디언 평가 시간에 생각나지 않던 음악이 바다 한가운데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대요. 어딘가에 꽉 묶여버린 기억, 끄집어내고 싶은 감성이 솟구치게 하려면, 때때로 마음속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우산 대신 OO" 떠올리기 놀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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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마다 성장하는 물리치료사입니다 푸른들녘 미래탐색 시리즈 19
안병택 지음 / 푸른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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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감성적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 병원이 주요 배경인데, 의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물리치료사들의 일상이 나오는 이야기여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몇 년 전의 드라마를 떠올렸는데, 실상 이 책은 가족 가운데 물리치료사의 진로를 모색하는 사람이 있어서 펼쳐보게 됐다.



저자는 14년차 물리치료사로서, 그 분야를 공부하고 싶거나 직업 삼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풀어낸다. 이 책을 통해, 물리치료사의 정체성부터 현장의 치료 과정, 진로 방향 및 전망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장은 물리치료사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담았다. 가장 큰 범주인 의학을 진단의학, 치료의학, 예방의학으로 나눌 때, 물리치료학은 치료의학 중 보존치료의 한 분야다. 물리치료사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당신의 통증을 줄이고 움직임을 더 좋게 도와주는 일"이다.


저자는 학교에서 배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이 임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하고, '관찰-평가-치료중재-재평가'의 4단계로 이어지는 치료 과정을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측정 및 평가 종류가 꽤 많구나 싶었다. 손으로 하는 치료인 도수치료를 할 때 물리치료사가 환자가 될 우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물리치료사의 네 가지 기본, 저자가 덧붙이는 물리치료사의 10대 윤리에 대한 내용도 확인해볼 수 있다.


2장에서는 관찰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때 관찰이란 정적, 동적 자세를 포함해 일상과 몸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연결해서 보는 과정이다. 굉장히 섬세한 과정이구나 싶다. 진단영상기기는 정적인 자세로 찍기 때문에 움직일 때 생기는 문제나 통증을 담아내지 못한다. 물리치료사가 기능해부학과 운동학을 바탕으로 관찰할 때 기능과 움직임 분석을 통해 회복을 촉진하는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습관이 몸에 흔적을 남긴다"는 대목은 물리치료사의 진로를 모색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되새겨볼 만하다. 저자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가장 나쁜 습관이라고 말하면서 20-30분에 한 번씩 움직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체형에 영향을 미치는 나쁜 자세에 대해서도 열거하고 있다. 움직임 전문가로서 물리치료사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가령 무용수가 발목과 고관절 안정성이 불안해 한 발로 서는 동작을 못하는 것을 분석해서 맞춤 트레이닝을 할 수 있다.


3장과 4장은 각각 평가 능력과 치료 전략을 다루는데, 전문적인 내용이고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다. 예를 들면 관절가동범위(ROM)는 전체 관절을 측정할 때 자세별로 나눠서 한꺼번에 측정한다는 식이다. 환자의 말을 들을 때는 감정적 표현에 답변을 하려고 무모해지지 말고 움직임, 통증, 기능부전과 연결지을 수 있는 표현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환자 치료를 기록으로 남길 때는 SOAP(주관적, 객관적, 평가, 목표의 영문 앞 글자) 노트를 활용하라고 말하면서 꼼꼼하게 예시까지 들고 있다. 저자는 환자의 피드백을 받을 때는 무조건 그 요구를 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즉, 다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체력 안배를 잘하고 몸을 보호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5장은 의사소통과 신뢰의 중요성을 말한다. 물리치료사의 말과 행동, 마음가짐, 얼굴 표정 등이 치료 심리와 연결된다는 전제에 공감이 되었다. 치료실의 공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바퀴 있는 의자가 환자에게 불편하지 않은지, 치료 베드가 너무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은지, 조명이 어둡지 않은지, 치료실 안의 음악이 너무 시끄럽지 않은지 등을 신경 쓴다고 한다. 6장에서는 물리치료사의 전망과 연봉, 취업 및 독립 분야, 다양한 도수치료 방법 등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3년차까지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물리치료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간중간, 저자 자신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물리치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들, 현장 치료시 실수했던 일도 전해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일한 사람답게,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 치료사로서 가져야 할 덕목과 실력, 앞으로 확장될 진로 방향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문외한으로서 이 책을 읽은 소감은, 저자가 5장을 따로 떼어놓았듯이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한 직업군이구나 싶은 것이다. 이 책에서 다른 동료 치료사의 예로도 나왔는데, 그 치료사는 함부로 말하는 환자로 인해 아예 치료사의 길을 접었다고 한다. 아프면 예민해지기 쉬운데 얼마나 다양한 환자들의 이런저런 말들이 있을까. 이 책을 읽던 중 궁금했던 부분은, 병원에 속한 물리치료사의 경우 의사와의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튼 물리치료사의 진로를 찾아보거나 그 길로 첫 발을 내딛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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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돼지 안톤
카트린 드라일링 지음, 홍명지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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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삼형제 이후로 오랜만에 돼지가 주인공인 그림책을 보는 것 같네요. 거기다가 완벽한 돼지라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어요. 그럼 안톤의 이야기 속으로!

안톤은 질서 있고 정돈된 일상을 좋아하는 돼지랍니다. 가르마 타기부터 체조 동작과 횟수, 음식을 접시 위에 담는 각도까지, 딱 정해진 틀이 있어요. 친구 롤라의 생일을 맞아, 안톤은 깜짝 파티를 준비하려고 해요. 사야 할 물건 목록을 적은 종이를 챙기고 빨간색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로 향하지요. 여기까지는 모든 게 순조롭고 완벽해 보이는데요,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시간은 촉박한데 원하던 품목 하나가 다 팔린 상태라서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요. 나머지 물건들을 산 후에 부지런히, 실상은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집에서도 파티 시간 때문일까요? 안톤은 우왕좌왕 다급하게 움직이지만 그럴수록 뭔가 꼬여만 가는 것 같아요. 안톤이 준비한 생일 파티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요?

매일 습관처럼 정해진 일상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획된 일을 위해 꼼꼼하게 준비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한 모습이고요. 다만 이 그림책에서는 우리가 일상과 계획의 틀에서 벗어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어그러질 때,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안톤처럼 마음이 조급함, 걱정으로 가득 차서 차근차근 하면 될 일조차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곤 하지요.

안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스스로 뿌듯해 했다가 깜짝 놀랐다가 당황했다가 조급해지고 초조해졌다가, 이런 식으로요. 아무쪼록, 무엇인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완벽주의와 강박이 아니라 여유로움과 기쁨으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이 그림책이 넌지시 건네주는 메시지도 그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완벽하고 싶었던 안톤, 어쩌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떠올려보게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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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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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서관에서 마음에 깊이 와닿는 그림책을 읽은 후 작가 이름을 기억해 두었지요. 그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을 봤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됐어요. 제가 기억했던 그림체와 느낌과는 뭔가 달라서 이름을 잘못 기억했나 싶었을 정도였지요. 알고 보니 동일한 작가가 맞았어요. 그 작가가 궁금해져서 에세이를 찾아 읽었는데요, 고단한 삶 가운데 치열하게 꿈을 붙든 사람이구나, 그림책을 정말 사랑하는 작가구나 하는 강렬한 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작가의 또 다른 에세이를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봅니다. 바로 고정순 작가님의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입니다.


이 책은 세트로 구상되었던 모양이에요. 본문을 읽기 전,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게 되거든요.


고정순 작가와 정진호 작가가 일 년 동안 주고받은 삶에 대한 생각들을 모은 편지 형식의 에세이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정진호 작가님의 에세이 <꿈의 근육>을 먼저 읽었어요. 두 권 모두 각각 25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세부적인 소제목은 다르지만 같은 주제어를 달고 있지요. '달'부터 시작해서 '못다 한 이야기'로 끝나는 구성입니다. 몇몇 주제어를 골라 두 작가님의 글을 연이어 읽어보기도 했답니다. 편집자의 제안으로 '둘이 쓰는 에세이'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고정순 작가님의 글은 자주 상대방(정 작가 지칭)이 드러난다는 특성이 있어요. 각 편지글 끝부분마다 다르게 표현된 문구도 재미있어요.


아이처럼 잘 웃는 친구에게 하품 잘하는 친구가.

친구의 건강을 걱정하는 결코 건강하지 않은 친구가.

철들기 싫은 띠동갑내기 친구가.


'초능력'에 관한 글에서 작가님은 초라한 능력을 초능력이라고 자조한대요. 그러면서 요즘에는 점점 청력을 잃어 가는 아버지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합니다. '시작'에 관한 글에서는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어쩌면 시작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는 마지막"을 말해요. 이 책의 제목은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친구가."라는 한 편지글의 끝부분에 기인하는 듯한데요, 아마 다음 구절로 그 의미를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끝이 주는 위안이 있어요. 내가 죽음을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죠. 그렇다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부정하지 않아요. 그 반대일지도 몰라요."(36쪽)


현재 삶이 버겁고 힘겨울 때 누구나 우울감이나 절망에 빠지게 되는데요, 작가님의 글을 보면 애써 생의 고통과 어두움을 외면하기보다 담담히 바라보고 묵묵히 통과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겉으로 생의 의욕을 강하게 내비치지 않아도 속내는 자신과 타인과 이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느낌. 친구분이 작가님에 대해 "아닌 척하면서 마음을 다 줘 버리는 의뭉스러운 사람"이라고 표현하신 맥락과 통하는 것도 같고요.


'위로'에 관한 글에서 작가님은 스스로 사람을 위로할 줄 모른다고, 독자들에게 오히려 위로받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하지요. 깊은 진심이 느껴져서 여기에 일부를 옮겨봅니다.


"내가 만든 이야기로 상처받는 사람은 없을까, 거짓과 위선을 위로와 위안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을까? 매번 날 돌아보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면 허락된 시간 동안 계속 해 보겠다고 말이죠."(69쪽)


작가님은 시인을 꿈꾸었고 지금도 몰래 시를 쓴다고 하네요. 마흔 넘은 친구들과 어울려 '문방구 밴드'를 만든 적도 있었다고 해요. 그렇게 작가님의 가족, 추억, 일상, 면역 질환 이야기를 읽어가다가 탁, 멈추게 된 문장이 있었어요. 깜짝 놀랐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어요. 그냥 여기까지만 쓰도록 할게요.


소설과 달리 글쓴이의 모습이 솔직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드러난 에세이에 대해, 그런 글쓰기 방식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게 됩니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를 제대로 읽어내는 일이란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서평 혹은 독서일지라는 이름의 이 글이, 작가님의 풍요로운 생각과 느낌, 이야기를 너무 단조롭게 전달하고 만 것은 아닐까 싶었고요. 작가님의 다른 에세이 <그림책이라는 산>과 같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말만 덧붙여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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