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대신 ○○
이지미 지음 / 올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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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이 뭔가 이상하네 싶었어요. 그러다가 아, 열린 제목이구나 하고 이해했지요. OO 자리에 무엇이 와도 상관없을 테니, 꽉 조여진 생각의 끈부터 풀어놓을 필요가 있겠어요.


우성이는 학교 멜로디언 평가 시간에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요. 이런 날, 비까지 내려요. 우산을 가져다줄 사람도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길을 가다가 우산 대신 무엇인가 발견했지만, 공사 중인 아저씨에게 혼만 났어요. 어떻게 해도 비를 피할 길이 없네요. 그때 우성이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지요. 바로 자신이 바다에 왔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당연히, 이제부터 우산이 없어도 집까지 갈 수 있어요.


이 책은 이지미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래요. 주황색과 파란색 위주로 표현된 색감 배합이 인상적입니다. 바다에 왔다는 상상 이후의 장면들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와요. 우성이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문득 어릴 때 비 오는 날 학교에서 우산을 가져다줄 엄마를 기다린 기억도 떠오르고요, 우성이처럼 신나고 씩씩하게 비를 맞아본 적이 있었나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돌아보면, 매 순간 어떻게든 비를 맞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비도, 비 오는 날도 좋아하지 않아서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비를 맞는 일, 때로는 원하지 않은 기분,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우성이처럼 "우산 대신 OO" 떠올리기 놀이를 해봐도 괜찮겠구나 싶었어요.


이 그림책 속에는 '나만의 아코디언북' 만들기 활동자료도 들어 있어요. 우성이의 바다처럼, 아이들만의 상상 세계를 마음껏 펼쳐보면 좋을 듯해요. 우성이는 멜로디언 평가 시간에 생각나지 않던 음악이 바다 한가운데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대요. 어딘가에 꽉 묶여버린 기억, 끄집어내고 싶은 감성이 솟구치게 하려면, 때때로 마음속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우산 대신 OO" 떠올리기 놀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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