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 쿼카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수수아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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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그림책이에요. 잘 몰랐던 쿼카를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지요. 지구상의 여러 동물들 가운데 낯선 이름의 생명체가 참 많은데요, 저에게는 쿼카의 존재도 그랬어요. 다람쥐와 캥거루의 특성을 가졌고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로 불린대요.


그 아이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네요. 쿼카의 얼굴만 보면 저절로 행복해질 정도로,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의 모습이 궁금해서 이미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뽀야와 함께 보다가 깜짝 놀랐다니까요. 너무 귀엽고 예뻐서요. 특히 웃는 얼굴이 정말 깜찍한 친구랍니다.


그림책에서 쿼카는 빨간 나비와 놀고 있었는데요, 팔랑팔랑 나비가 저만치 날아간 이후 숲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현상을 보았어요. 빨간 나비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빨간 뱀이 기어가거나 자라는 것 같기도 했지요. 쿼카는 정체 모를 빨간 줄기 때문에 아프고 따끔거리고 무서웠어요. 우리의 친구는 과연 위험한 숲을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자면서도 웃고 있는 쿼카를 보며 모두 행복하게 웃는다고 해요. 변해버린 환경 앞에서, 정작 쿼카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겉모습만큼 속마음도 진짜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해요. 무슨 사연인지, 앞서 나온 빨강의 상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쿼카를 더욱 응원하게 될 거예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꼭 지켜주어야지 하는 다짐도 하게 되겠지요.


쿼카와 같은 동물들을 보호하는 문제는 책상 앞이나 교과서가 아니라 일상 속과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필요할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쿼카를 위기 가운데 구출해주고 싶은 그 마음들이 분명 그림책 안의 "빨강"을 현실에서는 "파랑"으로 바꾸는 힘이 될 테니까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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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행복한 고령자 - 마흔부터 준비하는 ‘백세 현역’을 위한 70대의 삶
와다 히데키 지음, 허영주 옮김, 김철중 감수 / 지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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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가 노화의 갈림길>, <60대와 70대 마음과 몸을 가다듬는 법>의 저자 와다 히데키의 신간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고령자 전문 정신과 의사답게 저자가 그동안 썼던 책들 대부분이 노년의 삶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비슷한 제목인 듯하나 책마다 강조하는 점이 달라서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가족들의 현재 혹은 미래의 노년을 위한 책으로 꼼꼼하게 살펴보았지요.

먼저 차례 구성을 볼게요. 건강 진단을 의심하자는 1장, 4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대별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하는 2장, 70대가 특히 명심할 '더하기' 의료를 강조하는 3장, 100세 시대 중 황금기인 70대 건강법을 안내하는 4장, 마지막으로 80세 이후의 건강한 삶을 제안하는 5장입니다.

저자는 70대 이후 고령자의 경우 건강 진단을 받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해요. 건강 진단 결과와 실제 건강 상태가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게 현실이고, 실상 혈당치를 무리하게 정상치로 낮추는 것이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돌연사를 피하기 위해 심장과 뇌의 정밀 건강 검진은 유익하다는 입장이에요.

나이대별로 노화 과정을 알려주는 가운데, 저자는 사고, 창조, 의욕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위축이 40대부터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전두엽 기능만으로 정리해보면, 40대는 전성기의 95%, 50대는 90%, 60대는 85%입니다. 70대 이후에는 치매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이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뇌 기능 상실뿐 아니라 일, 내면, 인간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나이대별 건강한 삶을 제시해줍니다.

이 책의 핵심어를 말하라면 '더하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자는 절제 곧 빼기가 아니라 영양 보충 곧 더하기를 말하고 있어요. 나이 들수록 남성 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고기,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중년, 고령에는 살을 빼게 되면 영양 부족 때문에 오히려 허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거예요. 이 책에는 안티에이징 연구의 권위자 클로드 쇼샤르 의학박사의 견해가 많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책을 통해 그 내용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어요.

"어떤 영양이라도 극단적으로 과잉 섭취하지 않는 한 '부족한 것보다 많은 편이 좋다'는 것이 노화 예방의 대원칙입니다."(113쪽)

저자는 50대부터 이런 원칙을 지켜가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았는데, 이 책에서는 음식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하기' 의료로 섭취할 영양소와 해당 식품을 표로 제시하고 있으니,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보충제로 도움받을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어요. '먹는 즐거움'은 뇌를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이라고도 말해요.

저자에게 70대란 의욕 저하를 피하고 전두엽과 남성 호르몬 활성화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시작한 습관은 80대 이후, 생애 끝까지 계속되기 때문이지요. 전두엽의 노화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화가 있는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답니다. 이 책에서는 70대의 운동법과 인간관계의 지혜도 다루고 있어요.

80대는 세 가지를 즉시 그만둘 때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필요 없는 약을 참으며 복용하기, 식사 참기, 흥미 있는 것 참기. 궁극적인 행복이란 '즐기는 능력'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해요.

이 책을 통해, 40대부터 80대 이후 인생을 조망해볼 수 있습니다. 건강 지도 그리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나이별 노화의 양상을 수용하고 그에 따른 건강 관리를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일 거예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음식이든 살이든 무조건 '빼기'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에 알맞게 영양을 '더하기'하는 건강법을 배워갑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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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크리스천 맞아? 이어령 대화록 2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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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어령 대화록 시리즈 <메멘토 모리>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2008년 초 CBS라디오의 한 방송부터 2017년 말과 이듬해 초에 걸친 '크리스천투데이' 인터뷰 기사에 이르기까지, 총 일곱 편의 영성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세례를 받으셨다는 기사를 접했을 당시, 저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었지요. 당시 제가 세례의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교회에 등록하고 일정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하나의 과정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였던 때였나 봐요. 지금은 그 무게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선생님의 따님 이민아 목사님의 간증집을 읽었는데요, 그 책을 보면서 선생님의 신앙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졌어요.


선생님이 세례를 받으신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손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고 해요. 이민아 목사님은 자신도 견디기 힘든 슬픔 앞에서 초신자인 아버지 신앙이 크게 흔들릴까 봐 염려하셨다고 하는데, 오히려 아버지가 하나님을 계속 붙들고 나아가시는 모습에 놀랐다는 맥락이었어요. 그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읽어가게 되었고요, 실제로 이 책에서 CTS의 한 방송 중에 앞선 이민아 목사님의 책 구절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결국 <당신, 크리스천 맞아?>라는 책은 선생님이 독자들에게 던지시는 질문인 것만 같아요. (이후 글에서는 '저자'로 통칭해서 쓰도록 할게요.)



"지나온 지적인 삶을 결산하고 시간이 남으면 고해성사 하듯이 거듭난 어린아이처럼, 새롭게 보는 자연, 인간, 사랑을 소박하게 써나가고 싶습니다."(15쪽)


저자는 피조물인 줄 모르고 살았던 무신론자의 시각과 다른 새로움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신앙 얘기를 되도록 안 하려는 이유가 있다고 해요. 위선으로 흐르기 쉽고 믿는 것 이상의 얘기를 하게 될까 봐. 세례 한 번 받았다고 금세 착실한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이 책에서, 저자가 세례를 받게 된 연유를 들어볼 수 있어요. 저는 이 표현도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돈과 권력을 따르지 않고 일상적인 것을 초월한 가치를 추구해 글을 쓰고 말하고 살아온 삶 자체가 신앙의 문지방에 서 있었던 게 아닌가, 그렇게 정리할 수 있겠죠."(24쪽)


"신앙의 문지방"이라고 했지만 실상 이 책에 실린 내용을 읽다 보면,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 그 이상의 감동, 감화가 있어요.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너무너무 많아요. 밑줄 긋고 곱씹을 문장들도 정말 많고요. 가령 "지성은 눈물에 무력하다"고 전제한 뒤 저자는 눈물의 의미를 풀어냅니다. "사랑은 눈물입니다."라고요. 또한 "단 하나의 기적이 있다면, 그것은 영원한 삶을 믿는 것입니다."라는 문장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들이 나오게 되었는지, 저자의 명성교회 간증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신동아' 인터뷰에서는 기독교 매체와 다른 접근의 질문들도 엿보게 되는데요, 지성과 영성의 양립이 아닌가, 조건부 신앙 아닌가, 종교 귀의가 문학 활동의 연장선인가, 현재 믿는 신이 기독교의 하나님과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구원은 없는가 등입니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처럼, 저자의 답변에 주목해서 볼 부분들이 많습니다.


"무지에서 신앙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성의 극한까지 가서 그 문턱에서 신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151쪽)


위의 말과 더불어 "크리스천은 지혜의, 지식의 끝에 열리는 것"이라는 표현에 공감했어요. 신앙이란 세상 지식을 외면하거나 거기에 무지한 게 아니라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신앙인이라면 경직된 예술이 아니라 더 자유로운 감성을 담은 예술을 구현할 테고요. 이 책을 통해 지성의 한계, 오늘날 여러 위기, 교회와 기독교의 역할 등 여전히 예리한 시각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어요.


저자는 2017년 인터뷰에서도 "신앙의 문지방"에서 서성거렸다고 표현했는데요, 예전에는 성경의 모순이 보여서 믿지 않았다면 지금은 그 모순 때문에 거꾸로 믿는다는 말을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통해 그 배경을 이해해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지성이 영성으로 넘어가는 과정, 풍부한 지성에 깊은 영성이 더해진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지성과 영성은 분리되거나 배척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특별하지요.


"알다시피, 저는 지금 (치료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그냥 암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약도 안 먹어요. 왜? 제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죽음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발자국 소리로 오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298쪽)


신앙인이든 아니든, 우리 모두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에 저자가 죽음 앞에서도 어떻게 저토록 담담하고 초연한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믿음과 기독교의 본질에 대해 질문해본 시간이었어요. 신앙서적으로 읽든지 철학과 종교를 아우르는 사유로 읽든지, 이 책은 갇혀 있던 어항을 깨고 날아오르는 물고기를 보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저자의 시 '미친 금붕어'에 나오는 구절로 이 글을 마쳐봅니다.


"금붕어들의 자유로운 비상을 위하여

나의 비상을 위하여"(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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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책들의 전쟁
멜라니 엘스워스 지음, 제임스 레이 산체스 그림, 최진희 옮김 / 라이브리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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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에 관한 그림책들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요. '전쟁'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다툼' 정도로 받아들였어요. 판권의 원제를 확인해보니 <BATTLE OF THE BOOKS>입니다. 글작가의 참신한 구상과 그림작가의 장난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조시의 책장에서 소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책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중이거든요. 해적책, 시집, 만화책, 우주책, 팝업북, 공룡책 등이 서로 말하고 소리치기도 하고 밀거나 찌르고 잡아당겨요. 우당탕탕 시끌벅적한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세요. 그들은 어떤 말을 할까요? 왜 몸싸움을 할까요? 조시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과연 조시는 잠들기 전에 읽을 책으로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요?


모두 자기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잘난 척하는데요, 이렇게 투닥투닥 싸우는 내용만 나왔다면 독자들의 머리도 지끈거렸을 거예요. 그런데 책들이 한마음 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다 함께 마음을 추스르자마자 성큼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지요. 조시와 할머니가 방에 들어온 거예요. 예상 밖의 전개를 보며 한바탕 웃음이 터지면서 유쾌해집니다.


"내일의 이야기가 되기를 꿈꾸고"


저는 이 구절이 마음에 남았어요. 주체가 '책들'이지만 슬쩍 '조시'로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조시가 내일의 이야기를 꿈꾼다는 의미가 될 듯해요. 뽀야가 잠자기 전에 선택한 책들을 돌아보면, 성장 과정과 현재의 관심사가 한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면서 마음속에 이야기들을 쌓아가는 것이겠지요.


오늘 밤에는 어떤 책들이 다투고 있을까, 책꽂이를 유심히 보게 될 것 같아요. 뽀야가 선택한 책들의 환호성을 귀기울여 들어봐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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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정지현 옮김 / 앤페이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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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목적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1933년생으로 아흔이 넘은 인물이 전해주는 삶의 연륜을 경청하고 싶은 마음이 또 하나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2세였던 그는 뉴욕의 빈민가인 사우스브롱크스에서 자랐다. 다섯 살 무렵 폐렴과 백일해에 걸렸고 전염병에 걸린 아이들과 함께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당시에는 약이 없었기에 주변 아이들이 사라져가는 공포 가운데 버텼고, 퇴원 후에는 동네 아이들에게 유대인처럼 생긴 외모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


이후 동네 패거리에 들기는 했는데 싸움과 도둑질 등의 못된 의식을 치러야 했다. 그는 추종자보다는 리더가 될 요량으로, 여덟 살 때부터 리더 아이들의 특징을 연구했다고 한다. 남자 또래 문화의 중요한 관건인 큰 키의 이점이 더해져, 그는 학교 리더가 된다. 그러나 고등학생 때 시칠리아 마피아일지 모른다는 아이들의 편견으로 왕따를 당했고, 온 가족이 브롱크스로 돌아온 후에는 반전처럼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학생이 된다.


브루클린 대학에 입학한 후 심리학을 접하게 되는데, 실상 그는 어릴 때부터 "직관적인 어린 심리학자"였다. 빈민가에서 살았던 경험 탓인지, 그는 왜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유혹에 굴복하는지, 착한 아이들이 나쁘게 변하는지 궁금했단다. 선을 지킨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점은?


정작 1950년대 심리학 수업은 지루해서 선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을 해결해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실제로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방법론 수업을 들은 계기로 정말 재미있어서 심리학 전공을 굳힌다. 학부 과정을 최우등생으로 졸업했으나 예일대 대학원 심리학과에서는 흑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합격을 보류했었다. 왜 그런 오해가 생겼는지, 어떻게 합격이 결정됐는지, 이 책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예일대 졸업 후 푸에르토리코인이라는 오해를 받은 사례는 앞선 세 가지(밑줄 친 부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일 터이다.


유년기와 주요 사건을 읽어가면서 궁금해졌다. 빈민가, 지독한 가난, 일하기 싫어하고 자녀 교육에 관심 없는 아버지 밑에서, 그는 어떤 원동력으로 공부에 몰입하고 자기 진로를 개척했을까. 그가 받은 오해와 편견은 훗날 심리학 연구를 위한 발판이 되기까지 했으니, 자기가 처한 불운한 상황마저 유익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책 속에는 그의 대학원과 교수 생활, 연구 및 사회운동, 집필, 새롭고 독창적인 탐구, 그동안의 주요 실험 및 이론에 대한 입장과 개요 등이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다. 사회심리학의 논의들이 어떠했는지 그 역사를 볼 수도 있고, 실험 및 이론의 주창자인 그가 직접 밝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은 상황의 힘을 증명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비롯한 여러 연구들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이 책을 계기로, 역으로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었고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이었다. 여러 사례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대통령 닉슨이 캄보디아, 라오스로 전쟁을 확산시키는 상황에서, 그는 학생들과 함께 전쟁 반대 시위를 이슈화하는 일들을 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유익하고도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을 주는 수업의 일환으로 산타나의 <악풍> 음악으로 악에 관한 수업을 시작했다.


인터뷰를 마감하면서, 그는 묘비에 새겨지기를 바라는 문구를 이렇게 말한다.


"그는 수줍음과 무지, 자기합리화의 감옥에서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그 과정을 즐겼으며, 많은 이에게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불어넣었다."(255쪽)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이 책의 표지를 접하고 좀 무서웠다. 그래서 얼른 본문 내용을 읽어나갔다. 다 읽고 나서 표지 속 얼굴을 빤히 보는 중이다. 책 말미의 포토 갤러리와 함께. 다시 보니 더 이상 무섭지 않을 뿐더러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제 그의 책들을 한 권씩 찾아나설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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