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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 년에 300~400편에 가까운 영화를 보는 사람.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 그의 직업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매일 1~2편의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러움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오히려 기대하는 영화가 나왔을 때 보는 내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의 독서력만큼은 정말 부럽다. 내가 인정하고 닮고 싶은 달변가가 있다.
당연히 이동진 평론가도 그중의 한 명이다. 그의 팟캐스트는 특별히 깊은 이해가 필요하거나 다른 사람의 관점이 필요할 때 찾아서 듣는다. 그럴때 이 작가에 대한 느낌은 '정말 말 잘한다'와 그처럼 박식해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책에 관한 한 쇼핑중독자, 허영 투성이, 고집불통.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소개될 때가 유달리 반갑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누군가가 소개해 줄 때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에게 책 읽기는 재미다.
그냥 재미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아니더라도 재미중에서 책읽기 목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면 우리나라는 독서강국이 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책읽는 것이 재미가 될 수 있을까?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장 편하고도 체계적인 방법이에요. 그러니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 한 권으로도 자신의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울까요." - 23쪽
호기심을 많이 갖는 것보다 즐거운 인생이 있을까?
일에 대한 호기심, 사람에 대한 호기심, 자연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의 하루가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그의 독서법은 깊이에 앞서 넓이를 강조한다.
"깊이의 전제는 넓이입니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깊이가 전문성이라면 넓이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적인 영역에서 교양을 갖추지 않는다면 전문성도 가질 수 없죠. 사람들은 대체로 깊어지라고만 이야기하는데, 깊이를 갖추기 위한 넓이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아요. 넓이를 갖추는데 굉장히 적합한 활동이 바로 독서입니다." - 27쪽
공감이 가는 의견이다.
서로 다른 것을 섞어서 창조를 하는 시대에 한 곳을 깊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독서가 오늘날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쌓여있는 과학서적으로 교양을 넓히는 독서에 보다 집중을 해야겠다.
문학은 왜 읽어야 하나?
난 소설을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많이 읽지 않는 편이다.
딱히 소설이 싫어서가 아니다. 책을 한 번에 5권씩 읽는 편이기에 소설을 읽으면 영화의 롱 테이크 기법처럼 꼭 한 번에 읽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이동진 작가의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보니, 자주는 읽지 못하더라도 가끔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완벽하게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겠어요. 인생에는 변수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소설은 그런 변수들을 통제하고 정리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잖아요. 그것이 관계에 대한 문제인지, 인간이 고독을 즐길 수 없는 무능력에 관한 문제인지, 과연 어떤 문제인지를 보게 해주죠.
(...)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
문학은 오랜 세월 말에 쌓여 있는 수많은 먼지 같은 것을 털어서 그 말의 고유한 의미나 다른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 자체이면서 표현 방식이기도 한 언어를 가장 예민하게 다루는 문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봐요." - 30~31쪽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속독을 권장하는 사람도 있다. 빨리 읽는 것이 재미있을까? 개인적으로 속독을 하는 편이 아니라 이동진 작가의 느리게 읽기에 공감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장을 넘기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하는 것은 여전히 내가 읽는 책의 잣대가 되고 간혹 이것이 책을 즐겁게 읽어야 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고는 한다.
"세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빠르게 완료하지 못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대부분 오래 걸리는 시간 자체가 그 핵심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책과의 만남, 그 글을 쓴 저자와의 소통, 또 책을 읽는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
독서 행위의 목적은 결국 그 책을 읽는 바로 그 시간을 위한 것 아닐까요. 그 책을 다 읽고 난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독서를 할 때 우리가 선택한 것을 바로 그 책을 읽고 있는 스 긴 시간인 것입니다." - 58쪽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의 그 순간순간이 소중하듯이 책 읽기도 바로 그 시간이 최고의 시간이라고 생각을 하고 읽도록 해야겠다. 한 권을 빨리 읽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
나의 경우에는 책이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깊이나 혹은 넓이를 위한 자연 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문가의 추천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는 블로그에 올라오는 서평들을 보고 구미가 당기는 책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신간을 많이 읽는 작가가 그 만의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이 있어 소개한다.
첫째, 서문은 읽는다. 훌륭한 책은 반드시 서문이 좋다.
둘째, 차례를 본다. 차례는 건축에서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 책이 얼마나 튼튼하게 구조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셋째, 3분의 2쯤 되는 페이지를 펼쳐본다. 이 지점이 저자의 힘이 가장 떨어질 때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마저 훌륭하다면 그 책은 정말 훌륭하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의 차례를 한 번 더 살펴본다.
총 3부 구성으로 되어 있는 책에서 2부는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어느 정도 페이지를 갖추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본인이 선택하는 좋은 책의 조건에는 들어맞지 않는 모순이다.
내용도 1부와 중복되는 것도 많고 책의 3분의 2 지점을 펼쳤을 때 힘도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 대화 편에서 배운 것을 하나 옮기자면 줄거리 요약이다.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고 나서 줄거리를 요약해 본 적은 없다. 그저 그 작품의 소회 정도만 밝혔을 뿐이다. 그런데 그의 주장을 듣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2부를 읽기 잘 했다. :)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지적 활동이에요. 줄거리 요약을 잘하는 사람이 강연도 잘하겠죠. 대화도 잘하고." - 115쪽
그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잘 선택하는 삶, 그것이 좋은 삶이잖아요. (...) 시간을 흘려보내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검증된, 유쾌한, 훌륭한 방식 중 하나가 책 읽기라는 거죠. " - 147쪽
당신은 지금 좋은 삶을 살고 있는가?
그가 추천한 500권의 도서 목록에서 내가 읽은 책을 확인해보니 53권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17,000권에서 500권을 고르기 위한 그의 수고가 고맙다.
500권의 추천도서 목록을 보면서 지금 당장 사고 싶은 책이 마구 쏟아진다.
아직 책상에는 읽어야 할 책이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의 가치를 누군가 묻는다면,
500권의 도서목록을 얻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노라고 자신있게 권하고 싶다.
따라서 500권의 도서 목록은 생략하는 것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