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나 이야기를 남긴다.
시간이라는 단어와 항상 짝을 이루는 것은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무섭게 바뀌는 세상의 속도에 비해 그 시간 안에 있는 '나'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변화는 늘 시나브로 찾아옵니다.
다시 말해 잊혀지는 것들은 어느 날, 그리고 조용히 사리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 중에서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 중에서 남겨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물론 늘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고 추억하게 하는 것은 오래전 함께 보았던 영화나 함께 들었던 음악, 잠시 같이 머물던 장소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내비게이션 덕분에 처음 가는 길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전 이놈을 볼 때마다 그 이전에 지도책 하나 들고 골목골목에 있는 곳을 과연 나의 뇌가 찾아냈던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절대 운전하면서 길을 묻지 않던 친구도 떠오릅니다. 남자의 자존심은 절대 길을 묻지 않는다는 ... 그래서 모임이 끝날 때쯤 나타나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작동하면서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 하면서 좋네요.
모든 인생에는 거의 읽히지 않는, 분명코 큰 소리로 읽히지 않는 그런 페이지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그런 것 같습니다.
'큰 소리로 읽히지 않는' 그런 페이지가 다 각자에게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앞으로는 비록 내가 원해서 간 자리가 아니라도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거의 읽히지 않는, 아니 그도 가치 있게 보지 못하는 그 만의 페이지가 있을테니가 말이죠. 또한 그 페이지는 내가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 페이지이기에.
그가 어리든, 성별이 다르든, 성격이 다르든, 그는 이미 몇 십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람이니까요.아
만약 그도 찾지 못했던 페이지를 나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준다면 아마 그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일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