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데모 - 데모하러 간다 아무튼 시리즈 63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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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데모] - 정보라

0.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추천 떄문이다.
"저주토끼"로부터 시작된 정보라에 대한 나의 애정은 그녀를 상상하게 만들었는 데,
내 이미지 속의 그녀는 뭔가 여리하게 생겼지만 속은 옹골찬 MZ의 끝자락에 있을 법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데모"라는 주제로 무려 책을 썼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사실 그녀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생각보다 생활인의 면모를 많이 지녔으며 외모도 내 예상과는 달리 강한 느낌이었다.
역시 작가를 상상해 보는 건 언제나 틀리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궁금증을 참지 못해 읽어본 에세이집이랄까 데모 예찬론(?)이랄까.

0. "피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잊지 않기로 했다"
도대체 잊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다.
잊지 않는 게 무슨 소용이지..이미 돌이킬 수 없는 데, 달라지는 게 없는 데.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알겠다.
잊지 않겠다는 선언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 지.
잊지 않는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드는 지, 그것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
모든 것이 잊혀진다. 그냥 노력없이 잊혀지고 사라진다. 애쓰지 않아도 애를 써도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잊지 않기로 다짐해 보고,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고, 다시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그 영혼을 불러일으키고 그 사건을 다시 살리고 그 의미를 바위에 새기는 것임을.

0. "조용히 앉아있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연대의 표현인지"
10년도 더 전에 lgbt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데,
맨날 돈도 없고 인력도 없고 여유도 없는 데 다른 투쟁 현장에 그렇게 다니는 걸 보고
왜 저럴까 생각했었다. 여유를 부릴 때 부려야지, 내 코가 석자인 데...라고
그런데 이후 많은 정보와 사실들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소수자에게 홀로서기란 가능하지가 않다. 연대만이 힘이다. 내 세력을 끌어들이고 나도 그 세력에 흡수되면서 연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지만.

0. "삶은 형벌이 아니다."
0. "참사공화국 규탄한다, 책임자를 저주한다."
0. "나는 틈나는 데로 참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정말 온갖 사람들을 다 응원한다. 노숙자도, 술 취한 사람도, 억압하던 경찰이 시위대를 조금만 도와줘도. 이런 약한 마음이 있으니 투쟁의 강한 마음도 먹게 되는 게 아닐까.
0. 대학교 시간 강사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이자 영화인 "딸에 대하여"가 겹쳐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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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2025-06-1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긴 리뷰시구랴. ㅎㅎ

송아지 2025-06-11 12:06   좋아요 0 | URL
추천해주신 덕분에 ㅎㅎㅎ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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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날씨를 바꾼다]
- 이동진의 언급으로 실로 오랜만에 대중 철학서를 읽었다.(마치 전문적인 철학서는 읽어왔던 것처럼?)
그래서 그런지 나의 인지능력을 의심하게 되어,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의구심에
마치 대학 수업을 듣는 것처럼, 꽤나 메모에 열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읽어도 왜 이런 메모를 했는 지 이해 안 가는 것도 있지만, 어렴풋이나마 기억을 소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시작은 그냥 그랬는 데,
중간중간 끄덕이다가 다시 읽어보다가 감동하다가 했다.
뭔 철학책의 문장이 이렇게 유려하고 가끔은 아름다울까...다른 문학작품을 썼어도 잘 썼을 것 같은 작가.

- 마지막 에필로그가 예술이었다.
감상적이며 로맨틱한 저자의 에필로그.
마치 내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일종의 러브레터로 인식했듯이,
이 한권의 철학서 또한 마지막 부분에 이르자 로맨틱의 끝을 보여주었다.
지구를 하나 쥐고 있는 ˝손˝을 가진 작가.
사유를 하려고 읽었는 데, 감동을 받아버렸네.

끝까지 읽고 다시 프롤로그를 읽으니, 왜 철학이 날씨를 바꾸는 게 가능한지 알겠다.
저자가 쓴 일기예보 스크립트, 잘 봤다!
이 책의 엑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다.

- (추가)하도 많이 언급되어 교양분야의 필독서인가 고민하게 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책 없이는 철학도 없는가... 역시 읽어야 하는가.


1부) 우리는 성숙할 수 있을까
0.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
-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읽고 싶어짐 /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으려면, 과정을 온전히 견뎌야 한다(독서를 논할 때의 이동진 평론가의 말이 생각남).
0. 기생충의 예술과 철학
- 영화 [프로메테우스], [기생충]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
-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소음을 만들어 내는 것
0. 반복, 인생과 역사와 예술의 비밀
- 자기기만
[˝직책 상 어쩔 수 없는 자˝가 아니라 직책의 핑계를 대며 어쩔 수 없는 자가 되기를 능동적으로 선택한 자˝이다.]
- 관계 : 모두와는 다른 고유함 존중
0. 동물
- 창조주처럼 시선을 던지는 타자, 도덕의 출현이 가능
0. 희생양 : 선동을 통한 착시현상, 계급의 중요성

2부) 세상을 견뎌내기 위하여
0. 소년의 나라 : 문화, 역사, 말 자체가 싸움의 대상
0. 바보와 천재
- 천재의 창조성 : 새로운 규칙을 창조
- 바보의 순수성 : 세상의 규칙과 가치를 무력화하고 비워냄(석가, 그리스도)
0. 늑대인간 : 추방(배제)→자유가 아니라 버려짐
- 합리적 법적 질서 바깥에 법의 진실이 있음
0. 인공지능과 인공양심
- 칸트에 의해 판단력은
①규정적 판단력 : 보편적 규칙에서 개별적인 것을 판단(법조문 적용)
②반성적 판단력 : 개별적인 것에 대한 반성을 통해 규칙을 발견 (의사진단:증상으로부터 진단을 함)
- ˝이렇데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가치를 관철되기를 ˝요구˝한다
0. 문제를 만들어 내는 능력 : 문제를 창안해 내는 힘
0. 철학과 매스미디어
0. 철학자와 계몽군주 : 통치받지 않으려는 계몽의 용기
- 감히 알려고 하라(칸트)
- 저항에 대한 복종이 아닌 위반할 수 있는 길에 대한 세심한 검토 필요
0. 서유기와 혹성탈출의 정치 : 화해와 통일
0. 근대와 인간주체의 탄생
- 근대 : 자신의 현재를 새로운 시기로 감지하는 태도
원리로서의 자연에서 인간중심주의로 변화(자연에서 신은 떠났다)
- 근대 이후, 하이브리드의 삶 또는 AI
- 이성과 기계의 합작품 : 인간 이성과 그가 지배하고 가공하는 대상이 구별되지 않음.
- AI : 기계이자 대상인 동시에 ‘자기의식이 없는데도 주체‘인 것

3부) 위안의 말
0. 산책 : 자유로운 생각의 폭죽
0. 염세주의
0. 유머 : 유머가 날씨를 바꾼다
0. 사랑의 말 : 성사의 말은 시행되는 데 있지 이해되는 데 있지 않다.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을 비로소 현실로 만든다
0. 기차 이야기 : 당신이 있는 곳에 있고 싶어서 떠난다는 걸(안나 카레리나)
0. 피젯스피너와 너무 지친 인간
- 쓸모없는 행위, 본질은 반복 / 목적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게 구원(무상, 무위의 반복)
0. 혼밥
0. 바람과 허파의 철학 : 숨쉬는 것에 치유의 힘이 있다

4부) 예술과 세월과 그 그림자
0. 느려질 권리
- 즐거움은 느림의 문제, 느린 속도가 즐거움을 만든다.
- 느려질 권리 없이는 정치적 권리를 갖기 어려움
0. 환생 이야기 : 우리 영혼을 지배하는 환생은 ˝기억˝
0. 쓰레기의 철학
- 사물의 종말은 사물의 목적 자체가 ˝쓰레기로써의 완성˝임
- 최종적으로 쓰레기로 현실화하는 것이 쓰레기의 존재론
0. 디자인, 예술로서의 작품들
0. 경직된 세계와 예술이 알려준 자유
- 사진 콜라보
- 눈과 몸을 움직여서만 우리가 사는 세계의 비전을 파악
- 하나의 질서와 중심은 없다 / 다양성
0. 인생의 빛나는 한 순간
0. 나이드는 인간을 위한 철학
0. 레트로 마니아 또는 수집가
0.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죽음이 두려운 이유 : 죽음을 사유하는 데 그치지 못하고 실제 죽어야 할 운영
- 죽음을 향해 달려가보고 나서 삶을 결정
0. 축제 : 반복의 놀이

(에필로그) 쓰다듬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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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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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클레어 키건.

짧은 소설임을 알기에 조금씩 아끼는 마음으로 읽었다.
작고 귀여운 하지만 말수는 적은 여자 아이.
무심한듯 챙겨주는 킨셀라 아주머니, 아저씨.
큰 사건없이 소소한 일상을 입꼬리 살짝 올리며 읽는다.

˝아빠가 가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맛˝이라던 소녀는
떠날 날을 알고 양동이에 물을 담아오다 빠져서 오한이 드는데...하나하나 밑줄긋고 싶게 만드는 섬세한 표현에 상상력이 더 활기친다.

90페이지쯤 되는 소설을 읽다가
큰 사건도 없는데,
2-3페이지 남겨놓고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마치 떠날 날을 듣고 ˝도안이 전부 흐릿해지더니 하나가 되어버린다˝고 회상했던 소녀처럼.

˝여기 올 때보다 더 서두르는 것 같˝은 킨셀라 아저씨를 묘사하는 문구부터 참지 못하겠다.
˝꼭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때문에 우는 것 같˝은 킨셀라 아주머니.
˝아빠˝라고 부르며 마음을 표현해보는 소녀.

따듯하고 애처롭고 애닯고 그리고 속상하다.
이미 느껴버린 따스함을 소녀는 잊을 수 있을까?
품을 잊고 다시 냉정해질 수 있을까.

맡겨진 소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소설.

우리나라에 출간된 클레어 키건 책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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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2025-05-28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리어. 스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