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하면 우리에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파우스트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괴테에게는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만능인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시인, 소설이며 동시에 정치인 식물학자, 평론가, 광물학자... 등 여러가지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그 자신이 파우스트 박사와 같아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서라도 알고 싶은 지식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그를 붙잡았던 것이 바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전체에 잔잔히 녹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껍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괴테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우리 나라에는 사상의학으로 사람의 체질과 건강을 진단한다. 기질이란 서양의 체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질에 대해 별로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사람의 기질은 보통 4가지가 있다. 점액질, 우울질, 담즙질, 다혈질... 점액질은 점액성분처럼 잘 움직이지 않고 느긋하다. 우울질은 동정심과 걱정이 많고, 담즙질은 나폴레옹처럼 강한 성격이다. 다혈질은 마치 공기와 같아서 한 곳에 진득하게 잊지 못하고 가볍고 빠르게 돌아다닌다.물론 이렇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기질의 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는데, 내 아이가 어떤 기질의 성격이구나. 라고 단정짓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내 아이가 어떤 기질이기 때문에 어떤 점이 좋고,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가르치는게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그림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 만큼 재미있는 책도 없다. 수많은 그림 소개서가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과 약간의 화가에 대한 소개라면 이 책에서 그림은 그림으로서 중요하기도 하지만 한 인간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더 그 존재가 무겁다.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을 표현한다. 시인은 시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나같이 별 볼일없는 사람은 말이나 글로, 그리고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럼으로써 화가의 그림은 화가 자신의 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아무런 느낌을 얻을 수 없다면 그림을 감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지만 그림을 그린 사람이 아무런 느낌이 없이 그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2권의 표지에 나온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그 사람이 단원 김홍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퍼지는 그 묘한 떨림은 이 책을 통해서 김홍도라는 사람을 조선후기 풍속화의 대가라고만 알고 있었던 내가 김홍도라는 사람 그 자체로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더 컸을 것이다. 이 책은 유명한 그림에 대한 내 생각을 그렇게 사람 중심으로 바꿔놓은 책이다.
신경숙님의 부석사가 실린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성석제님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이 책에 실리지는 않았다. 신경숙의 이번 '부석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예전과는 달리 많이 부드러워졌고,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전에는 상당히 비관적인 느낌이어서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이 막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비록 부석사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택하기는 했어도 중간 중간의 낱말이나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많이 따뜻해졌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책에서는 부석사가 봄에 참 좋다고 했다. 사과꽃이 필 때. 하지만 나는 가을의 부석사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가을에는 부석사 일주문을 지나서 올라가는 길 양 옆으로 온통 은행나무가 서 있어서 단풍이 들었을 때도 좋고, 노란 은행잎이 다 떨어져서 길을 노랗게 물들여도 좋다.또한 부석사는 환한 대낮도 좋지만 해질 녘의 노을을 부석사 범종루 앞에서 내려보는 모습도 좋다. 부석사의 가람배치가 산의 자연스러운 기울임을 따라 지어져서 절로 들어갈 수록 높아지는 형세라 본당 앞에서 굽어보는 산자락은 정말 부드럽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따분해 보였다. 굉장히 두꺼운데다가 글씨도 아주 작았으니,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어떤 경로로 구입하고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책을 펼쳐서 읽어보라. 그러면 이 책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알게 될 것이다.나는 이 책을 한 밤중에 혼자 읽었다. 읽다가 갑자기 돋는 소름때문에 이불을 뒤집어 써야만 했다. 식물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고 몇 번 들어봤던 것이지만 이 책에서처럼 적나라하고, 정확한 경험과 실험을 증거로 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책을 중간에 덮고 내 식물들을 보았다. 식물이라고 해야 작은 자취방에 미니철쭉화분 하나와 이름도 모르지만 너무 예뻐서 사온 작은 화분 두개가 책상 위에 있을 뿐이었다. 나는 순간 내 옷차림도 한 번 살펴보고 긴장했다. 누군가 이런 나의 모습을 봤다면 미쳤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 책은 식물이 정말 생각을하고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는 베길 수 없도록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