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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문제와 남성의 문제. 눈을 가리고 있지만 아마 알고 있는 문제들. 여성에게는 정조를 강조하는 전근대적인 남성일수록 '정조'없는 여자를 사는 남자들의 문제. 상품으로서의 자신의 외적 가치를 더욱 치장하기 위해 철없이 자신을 상품으로 내 놓는 여성의 문제.
문제는 이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너무 왔다갔다 한다는 점이다. 된장녀에 대한 비판에서는 애매하고, 명품을 사기 위해 몸을 파는 여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도대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왠지 자기 자신에 대한 변명으로만 들리는 것은 왜인가.
88만원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물론 경제적인 상황때문에 쉽게 사랑이 아닌 '욕망'을 느끼는 여성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경제력 때문에 사랑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다는 것인데, 길거리에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느끼는 것이 과연 정말사랑인가, 아니면 욕망인가. 자신의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해버리는 그녀의 당당함 앞에서 그렇게까지 당당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은 과연 공감인가.
그녀는 프랑스에서 산다. 결혼하지 않고. 멋지다. 정말 멋지다. 만약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 한다면 그녀의 스펙은 정말 훌륭할 것이다. 그녀가 미혼모이든, 싱글맘이든 어쩌든간에. 그녀는 결코 88만원 세대로 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일단 무조건 건져주는 따뜻함 보다는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니?'하고 차분하게 강둑에서 물어볼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