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소나무 예술과 심리 동화 시리즈 1
윤세열 그림, 고희선 글 / 나한기획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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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기획

2012.07.27

5

말하는 소나무

글 고희선 그림 윤세열

네이버에 소통이란 단어를 찾아보았다.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오해가 없이 뜻이 통함을 뜻한다.

단순한 대화가 아니다. 집에서 소통의 대화가 얼마나 오고 가나 하루를 확인해 보니 소통은 찾기 어렵고 대부분의 대화도 일방적인 지시가 더 많았다. 밥먹어라, TV 그만 봐라, 숙제해야지, 학원 갈 시간이다.

친밀한 가족 사이에서도 대화 같은 대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고 지시와 부탁이 많았다. 회사일로 피곤해 절은 남편하고는 기본적인 안부외에는 말을 주고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다.

카톡 같은 SNS와 인터넷매체, 언론매체, 휴대폰 통신들이 있어서 맘만 먹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고 오히려 각종 말들 속의 홍수에 허우적 거리지만 공허하게 소비된다.

주인공 말하는 소나무도 그렇다.

오랜 세월을 살아서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일방적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고 훈계하려 하지만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상처받는다.

소나무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지 못하고 되려 사람들의 태도에 상처받는다.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몰라서 남에게 상처 주고 그 상처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한테 돌아온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주는 한 소녀를 통해 밤새도록 흥겹게 소통을 한다.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을 다 쏟아 부을 때까지.

억압되었던 외로움과 응어리가 사라질 때까지 대화는 계속된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없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다 좋아졌다는 말에서 소나무의 치유를 발견한다.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통해 참 관계를 주고받았기에 더 이상 자신의 지혜를 뽐내어 사랑 받고 관심 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사라졌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주변은 변화하지 않았는데 소나무 자신이 변했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으로 소나무의 내적 변화를 알 수 있다.

부드럽고 너그러워진 소나무는 건강해지고 더욱 아름다워지면서 빛이 나고 말없는 소나무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녀가 소나무한테 했듯이 소나무도 사람들의 친구가 된다.

또한 상처나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치유가 되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서 상처도 받지만 또 관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잘못된 관계-소나무의 상처-새로운 만남- 치유- 내적 변화- 관계확장을 담아내면서 저자의 희망을 읽어낼 수 있다.

동양화의 화풍을 옮겨놓은 듯한 수묵화의 기법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먹선과 여백의 그림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이 책은 그림이 정말 아름답다. 미학적인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심성치유를 돕도록 의도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아름다운 그림과 달리 내용은 재미없다. 그림책엔 실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재미없단다. 실제 소녀와 소나무가 나눈 대화가 들어가 있었다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

소통의 도구들이 넘쳐나고 곳곳에 텍스트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정작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 더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만나고 싶다. 소통과 치유에 대한 또다른 그림책 [꿈꾸는 우산]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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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권력을! - 대한민국 부모들에 권하는 역할 교환 프로젝트
요한 메츠거 지음, 엄양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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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울문화사

2012.07.27

5

아이에게 권력을!

요헨 메츠거 지음

 

이 책은 독특한 자녀교육서이다.

저자는 양육전문가는 아니지만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아 책도 많이 읽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도움을 얻기도 한다.

우연한 사소한 계기로 아이와 어른의 역할을 한 달간 바꿔 생활해 보자고 제의하는 다소 무모하고 엉뚱해 보이는 가족실험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13살짜리 맏딸 라라와 10살짜리 아들 조니에게 한달 가족생활비와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고 부모는 아이들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다소 과격한 모험을 한다.

실험 첫날에는 해빗 래그라는 새로운 상황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습관지연의 심리학적 용어처럼 아이들은 부모에게 지시하는 게 어색하고 언제나 결정권자였던 부모가 아이들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할 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어른역할에 빨리 적응하고 만족해한다.

아이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멋대로 하지 않을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의 눈초리로 한 달간의 기록을 읽어내려 갔다.

처음엔 실험에 잘 맞는 아이는 맏딸 라라가 아닐까 생각했다. 라라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오히려 가정의 리더로서 막중한 책임의식과 리더처럼 가족들에게 잘 지시하면서 자신을 잘 통제하고 식단이나 가정의 일을 책임 있게 도맡아 하거나 부모보다도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가정이 잘 돌아가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 자기 효능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지나친 책임감은 심적 부담의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실험을 힘겨워하며 처음과 달리 즐기지 못했다.

반면 조니는 어린 왕처럼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모든 책임과 결정사항은 누나한테 떠넘기고 부모의 시중을 받으며 학교도 빼먹고 애니메이션만 종일 보거나 한다.

저자는 그런 위태롭고 걱정스런 상황에서 원칙만 고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연하게 TV를 보지 못하게 다른 방법을 강구하거나 대처 방안을 찾으면서도 한 달간의 실험을 잘 지켜본다.

이 책에선 1일부터 31일까지 벌어졌던 실험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저자가 늘상 해왔던 역할을 아이들한테 위임하고 아이들의 지시를 따르면서 느낀 감정들을 섬세하게 기술하며 그날 그날 가족들의 소감들을 기록하고 있다.

책에는 쉬어가기 코너를 삽입하여 저자의 일화를 통해서 양육과 심리학적 기제들과 특성에 대한 이론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한 달이 길다면 충분히 긴 시간인데 그 기간 동안 아내와 저자가 아이들의 결정과 행동에 토를 달지 않은 인내심과 실험정신에 일단은 놀랐다.

반면 저자도 지적했다시피 한달 가족의 생활비를 최저 생계로 설정함에 의해 마치 [만원의 행복]이라는 방송처럼 쪼들리는 용돈과 생활비로 가족간에 돈에 대한 마찰과 갈등, 걱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본 실험의 취지에 벗어나는 느낌도 받았다.

이 책은 재미있고 흥미로우면서도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역할 교환을 통해 아이들도 어린애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은 권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좀 더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통제와 간섭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저자처럼 덜 간섭하면서도 아이들의 표정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문제점을 읽어내는 촉수가 필요하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인상깊은 말

자기 효능감이란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해서 그 일을 해내고, 자신의 작업이 세상을 조금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스스로 정말 착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P 113

반항기는 일종의 투사입니다. 반항은 우리 안에 일어나는 일이지, 아이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P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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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 마 호진아, 곤충 사냥꾼이다! 웅진 지식그림책 43
안은영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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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주니어

2012.07.26

5

꼼짝마 호진아, 곤충 사냥꾼이다!

· 그림 안은영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숲 속을 잘 들여다보면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과 나무 사이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는데, 바로 곤충들의 세계다.

8~9살 정도의 남장아이 호진이의 시선으로 숲 속의 곤충을 사냥하는 곤충사냥꾼을 만나게 된다.

곤충을 잡아먹는 곤충들의 세계를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모자를 쓰고 긴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물통을 담은 가방까지 메고 숲을 관찰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호진이는 숲 속 여기저기를 자세히도 관찰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개미들은 다 같은 이름의 개미인 줄 알았는데 꼬리가 살짝 들린 개미는 꼬리치레개미이고 우리가 흔히 보는 개미는 곰개미, 몸에 가시를 갖고 위협하는 가시개미와 같이 이름과 모습이 저마다 다른 개미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주사바늘처럼 뾰족한 입을 먹이 몸통에 꽂고 쪽쪽 빨아먹는 왕파리매, 장구애비들의 먹는 모습은 무시무시하다.

얼굴은 역삼각형 모양이 길다란 몸, 톱니처럼 날카롭고 앞다리를 가진 사마귀.

숨어서 먹이를 기다릴 때, 놀랐을 때, 겁줄 때, 가장 무섭게 위협할 때의 동작이 모두 다른 사마귀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는 호진이를 통해 우리는 사마귀들의 다양한 신호를 알게 된다.

호진이는 포식자 곤충들 세계로 들어가 직접 곤충들처럼 똑같이 행동함으로써 곤충의 감각을 우리들에게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산에서 주운 곤충날개들을 채집하여 그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고 거미와 사마귀들의 똥과 잡아먹고 남은 곤충들의 찌꺼기까지 사진을 찍어서 평소에 볼 수 없는 내용들까지 생생하게 제공하고 있다.

곤충이 곤충들을 잡아먹는 모습은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잔혹하고 비정하게 보인다. 인간문화와 비교한다면 식인문화와 유사하지 않은가?

아름답고 화려한 색감의 정성스런 그림과 함께 평소에 볼 수 없는 다양한 곤충들의 세계를 안내하고 있다.

사마귀 가면을 색칠하는 진지한 아이들

뒷장 부록의 사마귀 가면을 똑같이 제작해 보는 과정을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사마귀떼다! 도망가자!

아이 작품

책을 읽고 숲속에서 곤충들을 직접 관찰하고 그린 곤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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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와 성 소수자 인권운동
김조광수.김도혜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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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2012.07.25

5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김조광수, 김도혜 지음

김조광수의 책을 순식간에 읽었다. <100분 토론><나는 딴따라다>를 통해서 그의 입담을 알고 있었고 작년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폭로하여 그에 관한 기사가 나면 관심 있게 읽었던 1인으로 그를 더 알 수 있는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라는 책이 나왔을 때 호기심이 일었다.

나의 호기심은 김조광수라는 한 개인에 대한 것인지, 인터넷으로 떠도는 게이들의 성적취향에 대한 야릇한 호기심인지 솔직히 확신할 수 없다.

김조광수의 삶의 태도도 궁금했지만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음적인 호기심도 한 몫 했음을 시인한다.

김조광수는 섬세하고 밝으면서 활달하여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었고 예능인 기질을 타고 났으며 어느 장소에 있든 자신의 끼와 기질을 잘 발휘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게이라는 성소수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 영향을 준 김조광수의 첫사랑이야기의 섬세한 묘사는 독자들의

로맨틱한 감성을 깨운다.

그의 삶에서 그의 성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의 삶을 읽어내는 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관음적인 호기심이 어느 새 사라지고 인간 김조광수에 대한 관심만 남게 된다.

자신이 어느 위치가 되었든 이것저것 머리로 재지 않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며 살아온 듯하다.

학교생활, 대학생활, 군생활등 환경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온 김조광수의 살에 대한 열정에 놀란다.

반면, 나이 오십의 나이를 바라보면서도 자유롭고 개방적인 그가 대학교에서 학생운동을 할 때는 조직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에서 진취적이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청년들이 아니라 극우주의자들의 과격한 단면이 보인다.

김조광조의 대학생활은 우리나라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386세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운동권들의 모습이 보수 극우주의자들과 겹쳐져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유로운 대학생활에선 경직되고 교조적인 학생운동권들의 분위기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철처하게

외면하고 숨겼다면 억압적인 군생활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김조광수 감독에게 밝고 쾌활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명랑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기질도 한 몫 하지만 본질적으로 굴절되지 않고 표리가 일체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장애인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성소수자로 억압받고 상처입은 모습이 아니라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자칫하면 성소수자들의 상처들이 성공한 게이를 통해 외피를 두르고 포장되어 미화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스크린과 언론에서 자주 당당하게 드러냄으로써 그들은 고쳐야 하는 질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삶에 대한 욕구를 가진 사람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미디어가 주목 받고 유행을 이끌어 가는 시대에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는 김 조광수의 위치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김조광수 이전에도 커밍아웃을 한 연애인들이 있었다. 한 명은 따가운 지탄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방송에 출현하지 못했다면 다른 한 명은 광고를 통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최초로 법적인 여성이 되어 결혼도 하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당당하게 공개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성소수자들은 그 자체로 꿈와 위안을 갖지만 김조광수는 개인적인 삶의 성공으로 대리위안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넘어서 성소수자들 인권을 알리고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배우들의 처우개선과 도움이 필요한 곳은 가리지 않고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게이커플의 일상이 책에 조금씩 소개되는데 앞으로 한국가정의 미래의 모습같았다.

남녀간의 고정적인 역할이 따로 없고 배려하고 아껴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 김조광수씨! 당신을 응원합니다.

권리를 찾아야 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에서,

누군가는 필요한 희생을 하면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바로 코웃음을 쳤다.

이 나라에서는 100년이 지나도 안 될 거야. 영영 불가능한 얘기야.”

나는 갑자기 오기가 생겨 말했다.

그럼 저부터라도 싸울래요.” P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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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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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덴슬리벨

2012.07.25

5

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톰 체셔 지음

유명하지는 않지만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행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당황했다. 일반 여행에 관한 책에 볼 수 있는 사진을 단 한 장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여행기자의 직함으로 가이드북에 소개된 지역은 신물 나도록 여행하였기에 저자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여행을 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였다.

여행이 직업이므로 좀 더 새롭고 신선한 지역을 찾고 싶은 열망이 강했으리라.

사진이 없는 여행기라니 왜 사진을 실지 않았을까?

인상적인 사진과 그림이 없어서 심심하고 이상한 여행기이다.

사진이라면 굳이 상상하지 않고도 바로 그 풍경이나 인상들을 볼 수 있을 텐데 저자가 자세히 묘사한 상황을 머리로 상상하려니 진도가 더디게 나간다.

저자는 책 속에 나와있는 예측불가의 무작위적인 휴가 방식인 실험적 여행을 한다.

유럽의 도시들이지만 유럽인조차 잘 모르고 러프 가이드에도 추천하지 않는 도시들을 탐방한다.

발음도 까다롭고 처음 들어보는 슈체친, 포프라트, 헤우게순 같은 도시들을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그 도시에 무작정 내려서 처음 만나는 현지인들을 사귀면서 그 도시를 탐방하는 저자의 사교술에 감탄하게 된다. 사진이 없는 대신 묘사방식이 소설처럼 디테일하고 섬세하여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단돈 비행기 비용이 1페니였기에 택한 슈체친의 도시엔 여행객보다는 치과비용이 저렴하여 독일이나 유럽나라에서 의료관광을 많이 온다고 하니 치과는 어디나 비싼가 보다.

슬로바키아는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국 중에 하나인데 우리나라 기업인 기아와 현대 공장도 이곳에 있다. 다 낯선 용어 속에 친숙한 이름이 들어와 더 관심 있게 읽은 도시다.

이 도시는 고물가와 실업률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집시들을 사회적 두통거리로 생각한다.

복지수준이 높고 사회적 불평등이 적은 나라 거지가 없는 도시 헤우게순은 노르웨이의 한 도시다.

저자는 뢰베르 섬에서 대구 낚시를 하면서 헤우게순의 아름다운 자연에 넋을 잃기도 한다.

정말 살고 싶은 부러운 나라다.

노르웨이의 탄생 설화와 런던 브리지 폴링다운의 노래 배경 같은 흥미로운 역사적인 사건들이 나온다.

IT의 강국 에스토니아의 도시 탈린, 스파이 박물관이 있는 핀란드의 탐페레.

저자는 과묵한 핀란드인의 기질 때문에 현지인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북유럽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와 러시아연방에서 독립하여 개방한 동유럽 국가들의 최근의 경제변화와 유럽의 정치와 역사들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으로 잘 모르던 유럽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매끄러운 글솜씨 덕분인지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의 도시들도 찾아보면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지는 몰라도 도시 탐방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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