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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와 성 소수자 인권운동
김조광수.김도혜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알마 |
2012.07.25 |
5 |
김조광수, 김도혜 지음 |
김조광수의 책을
순식간에 읽었다. <100분 토론>과 <나는 딴따라다>를 통해서 그의 입담을 알고 있었고 작년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폭로하여 그에 관한 기사가 나면 관심 있게 읽었던 1인으로 그를 더 알 수
있는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라는 책이 나왔을 때
호기심이 일었다.
나의 호기심은
김조광수라는 한 개인에 대한 것인지, 인터넷으로 떠도는 게이들의 성적취향에 대한 야릇한 호기심인지
솔직히 확신할 수 없다.
김조광수의 삶의 태도도 궁금했지만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음적인 호기심도 한 몫 했음을 시인한다.
김조광수는 섬세하고
밝으면서 활달하여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었고 예능인 기질을 타고 났으며 어느 장소에 있든 자신의 끼와 기질을 잘 발휘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게이라는 성소수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 영향을 준 김조광수의 첫사랑이야기의 섬세한 묘사는 독자들의
로맨틱한 감성을
깨운다.
그의 삶에서 그의 성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의 삶을 읽어내는 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관음적인 호기심이 어느 새 사라지고 인간 김조광수에 대한 관심만 남게
된다.
자신이 어느 위치가
되었든 이것저것 머리로 재지 않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며 살아온 듯하다.
학교생활, 대학생활, 군생활등 환경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온 김조광수의 살에 대한 열정에 놀란다.
반면, 나이 오십의 나이를 바라보면서도 자유롭고 개방적인 그가 대학교에서 학생운동을 할 때는 조직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에서 진취적이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청년들이 아니라 극우주의자들의 과격한 단면이 보인다.
김조광조의 대학생활은
우리나라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386세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운동권들의 모습이 보수 극우주의자들과 겹쳐져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유로운 대학생활에선
경직되고 교조적인 학생운동권들의 분위기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철처하게
외면하고 숨겼다면
억압적인 군생활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김조광수 감독에게 밝고
쾌활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명랑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기질도 한 몫 하지만 본질적으로 굴절되지 않고 표리가 일체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장애인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성소수자로 억압받고
상처입은 모습이 아니라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자칫하면 성소수자들의 상처들이
성공한 게이를 통해 외피를 두르고 포장되어 미화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스크린과 언론에서 자주 당당하게
드러냄으로써 그들은 고쳐야 하는 질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삶에 대한 욕구를 가진 사람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미디어가 주목 받고 유행을 이끌어 가는 시대에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는 김 조광수의 위치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김조광수 이전에도 커밍아웃을 한 연애인들이 있었다. 한 명은 따가운 지탄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방송에 출현하지 못했다면 다른 한 명은 광고를 통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최초로 법적인 여성이 되어 결혼도 하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당당하게 공개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성소수자들은 그 자체로 꿈와 위안을 갖지만 김조광수는 개인적인 삶의
성공으로 대리위안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넘어서 성소수자들 인권을 알리고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배우들의 처우개선과 도움이 필요한 곳은 가리지 않고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게이커플의 일상이 책에 조금씩 소개되는데 앞으로 한국가정의 미래의 모습같았다.
남녀간의 고정적인 역할이 따로 없고 배려하고 아껴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 김조광수씨! 당신을 응원합니다.
“권리를 찾아야 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에서,
누군가는 필요한 희생을 하면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바로 코웃음을 쳤다.
“이 나라에서는 100년이 지나도 안 될 거야. 영영 불가능한 얘기야.”
나는 갑자기 오기가 생겨 말했다.
“그럼 저부터라도
싸울래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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